6월5일 명덕외고 2학년 3반 영어 회화 교실.

"NATO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군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체결한 기구로서…."

연보라 학생이 약 4분간 영어로 'NATO'에 대해 발표를 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십여 명의 학생이 곳곳에서 재빨리 손을 든다.

"NATO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고려대 모의유엔 NATO 북대서양위원회 의장을 맡았다고 초반에 언급했습니다. 어떤 사항을 논의했나요?"

발표자는 까다로운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변했다.

"미국은 NATO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국가입니다. (중략) 따라서 미국이 NATO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

그외 두 명의 발표자가 '지하철에서 빨리 좌석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소설 「돈키호테」의 문학적 의의' 등을 설명했다.

요즘 명덕외고 1,2학년 학생들은 회화 발표 준비로 분주하다.

발표 수업을 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실시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저녁시간에 학생들이 교탁 앞에 서서 예행 연습을 한다.

교실 뒤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원고를 수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청소시간에 친구들에게 본인의 원고를 읽고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나 문법을 수정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회화 수업은 명덕외고 교과 과정의 일부이다.

현재 명덕외고 비영어과 학생은 1,2학년 때 전공어 회화 1주일에 2시간,영어 회화 1시간을 한다.

영어과 학생은 1학년 때 영어 회화 2시간,2학년 때 영어 회화 2시간,독일어 또는 프랑스어 회화 2시간 수업을 받는다.

학교에 영어 회화 교사 3명,독일어 · 프랑스어 · 러시아어 · 중국어 · 일본어 각각 1명 총 8명이 있어서 모든 회화 수업은 원어민 교사가 담당한다.

한 학급이 짝수,홀수로 두 반으로 나뉘어 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즉 한 원어민 선생님이 약 18명 학생을 맡는다.

영어 회화 수업의 경우 영어권 작가 · 유명인이나 자유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약 3분간 연설한다.

살아있는 영어 문법이나 관용구를 배우는 시간도 있다.

독일어 일본어 회화 시간에는 교재를 갖고 배우고 프랑스 회화 시간에는 상황별로 역할극을 하며 불어를 습득한다.

김민재 학생은 "영어 말하기 자체를 좋아해서 영어 회화 수업이 생활의 활력소"라며 영어 회화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일본어과 학생은 "일본어 회화 수업에 영어가 생각나고,영어 회화 수업에 일본어가 떠오를 정도"라며 회화 수업 덕분에 외국어 체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본인의 체험을 소개했다.

어느 1학년 학생은 "프랑스어를 3개월 밖에 안 배우고 길가에서 프랑스 원어민과 짧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실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회화 수업의 장점은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TOEFL,ZD,DELF,HSK,JPT,TORFL 등 외국어 자격증 취득에 직 · 간접적으로 일조하고 있다.

TOEFL,DELF,ZD,TORFL 등은 구술시험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명문대학교 사이에서 영어 강의 열풍이 불고 있어 고등학교 시절 회화 수업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영어 강의는 40%로, 영어 강의를 듣지 않으면 졸업을 못한다.

연세대는 영어 강의 교과목 비율을 현행 21.5%에서 35%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고려대 경영대학의 경우 이미 55%를 영어로 수업하고 있고 2015년까지 75%로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김경무 본교 졸업생(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1)은 "100% 영어로 강의가 진행되는 우리 과의 특성상 고등학교 시절 회화 수업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 말할 기회가 적고 수업 집중도 역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학생도 "회화 수업의 이로운 점이 없진 않지만 학생들의 토론 수업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며 "학생들마다 외국어 실력 편차가 커서 수업 진행이 어려운 점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은경 생글기자(명덕외고 2년) sophia2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