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한반도 비핵화합의 헌신짝처럼 팽개친 北에 맞대응”

반 “핵무기 보유는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화 될수 없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우리도 평화적 목적의 핵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북한이 먼저 파기한 데 맞서 우리도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자는 이른바 '핵무장론' 또는 '핵주권론'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우리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처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며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 쪽에서도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 "우리의 핵주권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야당 등에서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남북간 군사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강경론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핵무장론 제기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동북아에서 핵무장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핵무기는 단 한 개만 가져도 다른 모든 형태의 재래식 화력을 능가한다는 점에서 흔히 '비대칭 무기'로 불린다.

북한이 핵무기를 군사분계선에 배치한다면 우리에겐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즉각 우리에게 핵우산 제공 약속을 확인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 일 게다.

문제는 남북간 '힘의 균형'차원에서 우리도 과연 핵무장을 하고 핵물질 재처리를 통해 핵주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핵무장 논란을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등 휴지돼 버려"

핵무장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남북은 그동안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포함, 수백 번의 회담을 가졌으나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며 이번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미 · 북 제네바합의, 9 · 19선언과 2 · 13합의 등은 휴지가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질서를 더 이상 준수하지 않을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북한의 핵 공격 후 미국의 반격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다"며 한국은 핵보유를 통해 북한의 공격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구나 한반도 전쟁억제력인 한 · 미연합군사령부가 2012년 4월에 해체되는 만큼 국가 생존 차원에서 자체 방어용 핵무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 보복이 두려워 감히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북한을 묶어두기 위해서도 이제 남한의 핵무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한국도 핵보유에 의해 평화를 지키는 길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핵무기 보유는 법적 ·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어"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핵무장은 국제법이나 헌법상 불법"이라며 한국이 법적 ·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의 핵무장 논의는 남북간 군사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일본의 핵무장과 동북아 국가 간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또 "핵무기 실전 배치는 전면전을 의미하는데 북한은 이를 꿈꿀 수조차 없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대외 협박용일 뿐이며 군사적으로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특히 대미 외교 목적의 북한 핵무장에 맞서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즉흥적인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마디로 한국의 핵무장 논의는 현실성이 없으며 실익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 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을 통해 대북 핵 억제력을 강화하며, 6자회담 등을 통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를 다지는 등 북한 핵 무용화 전략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국제사회 공조로 북 핵개발 야욕 차단하는 데 전력 쏟아야

북한의 핵실험 도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 핵우산도 지리적 여건상 안전을 100% 담보하기 불가능하므로 향후 남북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는 것도 틀린 논리는 아니다.

문제는 핵무장론이 동북아 전체 안보에 몰고올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t단위 플루토늄을 확보 중인 일본을 비롯해 한반도가 새로운 핵 도미노의 단초를 만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존 핵보유국들 또한 수십 년간 공들여 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붕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턱이 없다.

북한의 핵실험에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며 보다 냉철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야욕을 차단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북한에 섣부른 도발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핵주권

독자적인 개발을 통해 핵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핵 에너지의 보유 및 농축, 재처리시설에 관한 권리를 찾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핵우산(nuclear umbrella)

핵무기 보유국의 핵전력에 의해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우산'이란 핵무기의 보복력으로 인해 가상적국의 핵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핵에 대한 방패를 뜻한다. 한국은 한 · 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실질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밑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새로 핵무기를 갖는 것과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하는 조약으로, 국제연합 총회가 1969년 6월12일 채택했다. 한국은 1975년 4월23일 정식 비준국이 되었으며,북한은 1985년 12월12일 가입했으나 1993년 3월12일 탈퇴를 선언하고,1994년 6월13일에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탈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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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6월1일자 보도기사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주권론'과 관련,"한 나라가 핵 능력을 갖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정서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며 정서적 핵주권 주장을 경계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핵 능력 보유는) 엄청 어려운 일이고 많은 코스트를 수반하는 사항으로,외교안보정책 차원에서 이에 따른 실익,여건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핵주권론이 핵무기 보유를 뜻하는 '핵무장론'과 핵의 평화적 농축과 재처리를 의미하는 '핵주기 완성론'으로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핵무장 주장도 나오고 재처리 능력을 가져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이는 배치되는 것"이라며 "재처리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동시에 그런 주장이 나오면 (국제사회에) 신뢰를 주는데 플러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재처리 기술을 사용하려면 국제사회로부터 용인을 받아야 하는데 핵무장을 하려는 나라는 그러한 용인을 받지 못한다"며 일각의 '핵무장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