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극해 선점나서 주변국과 마찰… 중-베트남 남중국해 다툼
[Global Issue] 바닷속 세계대전… “자원의 寶庫 해저 대륙붕 양보못해”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해저 대륙붕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바닷속 세계 대전이 한창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선 대륙붕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유엔에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시한(5월13일)이 마감됨에 따라 그동안 도서 영유권 문제로 마찰을 빚어 온 관련국들 간 긴장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각국은 유엔에 제출한 자료에 뿌리 깊은 영유권 분쟁지역들을 저마다 '우리 땅'이라고 명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러시아 해저영토 확장 선봉

1982년 제정된 유엔해양법협약(156개국 가입)은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370.4㎞)를 EEZ로 정해 이 수역 내 자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다.

또 자국의 대륙붕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경우 최대 350해리까지 석유나 가스,기타 광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EEZ 이상의 대륙붕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1999년 5월13일 이전에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은 지난 13일이 제출 마감시한이었다.

대륙붕한계위원회에 따르면 42개국이 총 50건의 관련 문서를 제출했다.

몇몇 국가들이 연합해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공동으로 주장한 경우도 있다.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스페인은 4개국이 둘러싸고 있는 아일랜드 · 잉글랜드 남단 캘트해와 스페인 북부 · 프랑스 서부에 접한 비스케이만에 대한 영유권 인정을 요청하는 관련 자료를 공동 명의로 제출했다.

대륙붕 확장을 위해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2001년 태평양과 북극해로 해저영토를 넓히기 위해 가장 먼저 관련자료를 CLCS에 냈다.

러시아는 2007년엔 심해 잠수정을 이용해 북극해 해저를 탐사한 후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며 바닥에 러시아 국기를 꽂아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북극의 국경을 확정하고 자국 군대를 주둔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현재 북극해에서는 러시아와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등 북극해 연안 5개국이 서로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 인근 포클랜드 제도,사우스조지아, 사우스 샌드위치제도 주변 해저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각각 지난달 21일과 지난 11일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영국은 이 지역 외에 남대서양의 어센션섬과 북대서양의 해튼-로컬 지역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는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 인근의 프랑스령 '생피에르 에 미클롱' 섬 주변 대륙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지역엔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남중국해에선 중-베트남 갈등 고조

아시아에선 중국이 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한 예비정보에서 동중국해의 대륙붕 경계를 오키나와 해구까지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의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져 있다는 게 중국이 주장하는 근거다.

이는 일본이 두 나라의 대륙붕 경계로 제시하고 있는 이른바 중간선(양국 해안선에서 같은 거리)보다 훨씬 일본 쪽에 가깝다.

중국은 한국과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제주도 남서쪽 이어도에 대해서도 자국의 대륙붕이 연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지는 대륙붕 경계에 관한 예비정보를 제출해 3국 간의 대륙붕 구획문제가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거의 전부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외치고 있다.

이에 맞서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등도 모두 자국의 대륙붕 경계 연장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파라셀(서사)군도와 스프래틀리(남사)군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들 나라의 영유권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간 갈등은 최근 한층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6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공동으로 대륙붕 획정관련 자료를 제출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이들 국가가 "중국의 주권과 관할권을 침범했고 유엔 해양법과 CLCS 규정을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베트남은 7일 별도의 자료를 제출하면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을 비난했다.

CLCS는 각국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이해 당사국들이 함께 요청할 경우 영유권 심사를 거쳐 결정을 내릴 수 있다하지만 구속력은 없으며 실질적인 대륙붕 경계 획정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당사국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는 한국과 일본,한국과 중국이 각각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열어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 치열해지는 대륙붕 확보 경쟁

세계 각국이 대륙붕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에너지 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대륙붕이 풍부한 광물자원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30만㎢에 달하는 대륙붕에는 석유와 석탄 황 암염 칼륨 등의 비금속 자원과 구리 아연 납 철 니켈 금 은 수은 형석 주석 텅스텐 베릴륨 등의 광물자원이 밀집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 주요 광물자원은 해저에 단괴형태로 뭉쳐져 있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최대 두께 1㎞,가로 · 세로 200m 공간이 광물질 덩어리로만 구성된 곳도 있을 정도다.

여기에 수심 500~6000m의 대륙붕과 심해저에는 해저열수광상과 망간각,망간단괴 등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해저 화산 근처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물이 찬 바닷물과 만나 광물질이 응고돼 쌓인 해저열수광상은 새로운 '화수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해저기구는 해저열수광상의 가치를 t당 489~1360달러(평균 819달러/t)로 추정하고 있다.

기술발전 등으로 대륙붕 자원개발의 경제성도 좋아지고 있다.

대륙붕 개발을 가로막고 있던 정치적 규제도 제거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의하면 미국 전역에 매장된 750억배럴의 원유 중 21%인 160억배럴이 연근해에 매장돼 있다.

또 지구 온난화로 북극권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해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최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가 가진 북극권 개발논의의 핵심도 바렌츠해 지역에 매장된 최소 100억t 규모의 석유 등 탄화수소 '케이크'를 어떻게 나눠 먹느냐는 것이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북극에는 약 900억배럴의 원유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연안이나 해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구 전체 원유 매장 추정량의 13%에 해당하며 전 세계가 약 3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기업들도 점차 해저자원 채굴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호주 넵튠미네랄스가 수심 1250m인 뉴질랜드 인근 해역 채굴권을 얻었고 파푸아뉴기니와 미크로네시아 연방,베나투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캐나다 회사 노틸러스미네랄은 6만~10만t의 구리와 금을 가진 파푸아뉴기니 해역에서 채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드비어스는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얕은 해역에서 다이아몬드를 찾고 있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