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다 인원 참여…치열한 경쟁 예고

[생글 논술경시대회] 지난대회 우수답안 맛보기 (下) - "이젠 실전이다"
제7회 생글논술경시대회가 드디어 이번 주 30일(토) 열린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다 인원이 응시해 역대 대회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글논술경시대회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 대회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이고,두 번째는 지난 대회 우수답안을 읽어보는 것이다.

기출문제는 생글사이트(www.sgsgi.com)에서 모두 제공하고 있다.

로그인 후→생글논술경시대회→지난대회 보기→회차선택 순으로 들어가면 1회부터 6회까지 출제된 모든 문제와 해제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먼저 논제(제3회 인문계 고3 유형)를 생글사이트에서 다운받아 풀어보고 자기가 쓴 답안과 아래 답안을 비교해보자.

자! 어느 답안이 더 나은가?

⊙ 제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고3 유형 대상 답안

<대구경상고등학교 김영재>

<논제1>

인간은 자신이 익숙한 것이나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은 당연히 여기지만,그렇지 않은 것에는 비판적 태도를 갖는 경향이 있다.

제시문(가)의 A에 등장하는 한 고시관은 검은색이든 붉은색이든 원래의 대나무 색깔과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검은색으로 그린 대나무를 당연히 여기고,익숙하지 못한 붉은색으로 그린 대나무에는 의문을 가진다.

B의 사례에서도 역시 물체가 떨어지는 것,즉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당연시하는 인간의 경향을 볼 수 있다.

C에서도 원래 가득한 물 컵에 물이 반쯤 차있는 것을 여기고 원래 빈 물 컵에 물이 반쯤 차있는 것은 많다고 여기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달라진 상황을 판단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이러한 사고의 경향성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모두를 가진다.

인간은 익숙한 것을 당연시함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인간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반면 익숙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경우 이는 인간의 생활에 변화를 주게 된다.

따라서 익숙한 것을 고민할 에너지를 익숙하지 못한 일에 쓰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다.

반면 인간의 사고의 경향성은 현실을 개선할 의지를 약화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과거 계급적 질서 속에서 핍박받던 계층의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받는 대우의 부당함을 느끼지 못하고 묵묵히 한 평생을 보낸 사람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당연시 한 결과 현실을 개선할 의지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논제2>

제시문(나)의 A에서 일본과 미국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장기 기증을 반대하게 되므로,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특수한 일이 된다.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장기 기증을 찬성하게 되므로,장기를 기증하지 않는 것이 특수한 일이 된다.

그리고 각국의 장기 기증 카드 보유율을 보면 특수한 일을 꺼리는 경향을 찾을 수 있다.

B의 경우 청음 수식의 큰 수를 보게 되는 집단A는 수식의 값을 크게 예상하고,처음 수식의 작은 수를 보게 되는 집단 B는 수식의 값을 작게 본다.

즉 처음 받은 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을 찾을 수 있다.

C에서는 낙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질문 내용에서는 낙태를 반대하는 비율이 높고,낙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질문 내용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남을 보여줌으로써 처음 받은 인상을 벗어나지 못함을 볼 수 있다.

세 사례 모두 인간 사고의 경향이 이유가 된다.

<논제3>

<논제1>에서 익숙한 것을 당연시 하는 인간 사고의 경향성을 찾을 수 있었고 <논제2>에서 이러한 경향이 인간의 판단을 객관적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 사고의 경향이 초래하는 옳지 못한 판단에 따른 판결을 방지하는 것이다.

제시문(다)의 사례를 보면 주변의 정황이 피고인 이씨를 유죄로 생각하도록 했음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이씨가 유죄일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되면 이씨가 무죄일 정황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지니게 되고,이씨가 유죄일 정황만을 당연시해,유 · 무죄를 판단하는 데 객관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씨를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인간 사고의 경향성이 가지는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논제4>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가보면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을 권하는 데 있어 특정한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경향은 비싼 것을 먼저 권하고 싼 것을 나중에 권하는 것이다.

즉 비싼 종류의 물건을 먼저 권하고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팔 때도 비싼 물건을 먼저 권하는 것이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은 이 때문에 비싼 상품을 먼저 권유받게 된다.

그리고 고객들은 비싼 가격에 익숙해져 그 익숙함에 근거해 다른 상품의 가격을 판단하게 된다.

즉 제품의 가치와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익숙해진 가격과 다른 상품의 가격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인간이 익숙한 것을 당연시하거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고의 경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실제로는 싸지 않은 상품을 싼 상품처럼 여기게 하여 고객들의 합리적 소비를 방해한다.

⊙ 심사평

김영재 학생 답안은 우수작들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논제에서 이탈하지 않았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만 간결하게 거론했다.

문체도 간결했다.

무엇보다 김영재 학생의 글이 돋보이게 된 것은 창의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이다.

논제 1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의 단점과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러나 김영재 학생은 장단점을 모두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무엇 무엇을 비판하라'는 논제의 요구를 뒤집어 장점을 서술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평소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설명하면서 '에너지'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은 매우 참신했다.

정글 속 원시인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결코 '모든 식물,모든 동물'이 아니다.

그래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변화하지 않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것,익숙한 것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빨리 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사냥감도 찾을 수 있고 위험도 피할 수 있다.

학생의 통찰대로 변화하는 것,유별난 것부터 인식하는 '인식의 경제성'은 정보화사회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통찰력이란 배경지식의 어설픈 적용으로는 얻을 수 없다.

사안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하고 현상의 근원을 성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높은 수준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창의력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엉뚱한 생각'과 다른 점도 이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소 사안을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김영재 학생의 시도는 고차원적인 통찰로 무리없이 이어졌다.

논술에서는 지식보다는 사고력이 우선하며 김영재 학생의 1번 답안이 이를 잘 드러내 준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마무리 부분이었다.

'반면 인간 사고의 경향성은 현실을 개선할 의지를 약화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앞 문단과 대구를 이루는 부분은 너무 평이하며 마무리로 부적합해 보인다.

마치 답안을 다 쓰지 못하고 중단한 느낌이다.

부정적 측면의 한 예로 언급할 가치는 있지만,글의 흐름상 핵심 주장으로 담겨야 할 내용으로는 미약한 것이다.

한두 문장 추가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논제4의 예시도 남다르다.

대부분의 학생은 정치선전,언론의 왜곡,광고의 이미지 과장을 거론했다.

김영재 학생은 백화점 매장의 판매기법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정치선전이나 언론의 왜곡보도,광고의 과장도 틀린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다른 표현과 설명, 그리고 접근방식은 논술에서 고득점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덕목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영재 학생은 일단 문제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예상답안을 생각해본 다음 남다른 예시를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압박감이 심한 시험이라는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좋은 태도다.

많은 학생들은 단지 틀리지 않으려는 태도로 문제에 접근한다.

남보다 한번 더 생각할 줄 아는 이런 여유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논술에서는 이런 자신감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논제1에서 찾아낸 에너지라는 개념을 논제2에서도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논제2는 문제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수준에서 서술됐다.

많지 않은 원고 분량을 문제 해설과 상황 설명에 낭비했다.

특히 마지막 '인간 사고의 경향이 이유가 된다'는 문장은 논제의 동어반복이다.

학생들이 흔히 원고지를 메우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동어반복은 당연히 설명이 될 수 없다.

그 경향성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논제3은 무난한 답안이었지만 논제4에서 볼 수 있는 창의력과 통찰력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만일 김영재 학생이 논제1에서 사용한 에너지라는 개념을 확장할 수 있었더라면 탁월한 생각에 다다랐을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결국 유죄 입증과 무죄 입증 중에서 국가기관이 어느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인권과 정의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인지에 관한 합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논제3을 정의적 차원에서만 접근했다.

즉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바라보았다.

김영재 학생이 논제1에서 보여준 개방적이고 입체적인 통찰을 활용했더라면 단연 돋보이는 글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점은 매우 아쉽다.

이중한 에듀한경 연구원 doodu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