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신문·방송 겸영·미디어산업 육성이 세계적 추세”

반 “공영 방송 위축시키고 국민의 시청권 침해할 것”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올해 안에 종합편성 채널을 선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의 허용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 도입을 계기로 방송시장의 서비스 경쟁을 강화하고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라는 게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 "매체 간, 산업 간 장벽을 허물고 미디어 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키워 한국에서도 '제2의 테드 터너'(CNN 설립자)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동안 방송 진출을 추진해온 신문사 가운데 종합편성 채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쪽에서는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미국과 달리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불과한 좁은 나라에서 미디어의 집중은 곧 공영방송 위축과 여론 독과점을 불러올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은 방송 장르가 보도 스포츠 오락 선교 등으로 전문화돼 있는 채널 사용사업자(PP)와는 달리 뉴스 드라마 교양 등 모든 장르를 한 채널을 통해 내보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내 가구의 80%가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도입할 경우 방송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종합편성 채널을 불허해온 이유의 하나로 꼽혀 왔다.

문제는 우리도 이제는 종합편성 채널을 허용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느냐는 점이다.

종합편성 채널 허용 문제를 분석해본다.

⊙ 찬성 측, "신문 · 방송 겸영 허용과 미디어산업 육성은 세계적 추세"

종합편성 채널 허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신문 · 방송 겸영 규제를 풀고 대형 미디어 기업을 키우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우리나라는 소모적 정파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이 미디어의 공익 기능을 해친다는 일각의 논리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특히 "업종 간 장벽의 철폐는 무엇보다 경제위기 탈출에 큰 힘이 된다"면서 방송과 통신의 규제만 풀어도 1조6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창출되고,2만여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대착오적인 공익 논쟁으로 수만개의 괜찮은 일자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하루빨리 복합미디어그룹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공영방송 입지 축소와 시청권 침해 등 부작용 몰고올 것"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보수 언론이나 대기업이 지상파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종합편성 채널을 소유할 경우 방송의 보수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광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사 간 선정성 경쟁도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방통위는 경쟁의 극대화를 통한 시장 선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영방송의 입지 축소와 시청권 침해 등에 따른 반발을 불러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꼬집는다.

현재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의 소유 지분 제한 완화 등을 담은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도 가동 중인 상황에서 종합편성 채널 도입 일정을 못박고 나선 것은 절차상으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권에 친화적인 일부 대형 신문사와 대기업 컨소시엄에 지상파 방송과 다름없는 종합편성 채널을 내주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 복합미디어산업 육성 위한 법과 제도 정비에 발벗고 나서야

방송을 비롯해 신문 인터넷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등 다양한 매체가 융합되는 시대에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금지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 할 만하다.

더욱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방송시장만 커지고 신문은 위축돼 여론의 다양성이나 균형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겸영을 허용하면 독점적 구조에 놓여 있는 방송이 다양한 소유구조로 재편되면서 다양성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방송 · 통신 융합과 함께 세계적인 추세인 신문 · 방송 겸영 허용을 통해 우리도 미디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 규제를 푸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 문제를 놓고 야권과 언론 관련 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합의안 도출에 이를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복합미디어산업을 키우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야권도 미디어 관련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종합편성채널

뉴스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쇼오락 음악 교양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을 말한다. 종합 프로그램을 한 방송에 편성한 것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비해 일관된 하나의 분야에만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을 단일 편성이라 하며 케이블 TV의 음악전문 채널,뉴스전문 채널,스포츠 전문 채널,게임 전문 채널 등이 꼽힌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 Program Provider)

케이블방송사업자(SO)에 채널을 공급하는 방송사업자를 말한다. 엠넷(음악채널),온게임넷(게임채널),푸드TV(요리채널), 투니버스(만화) 등 케이블TV 채널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공급자라 할 수 있다. 전문채널로 특정한 분야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복수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MPP(Multiple Program Provider)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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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5월12일자 A2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1일 "앞으로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 채널 등 방송채널 사용사업자(PP)를 늘려 더욱 경쟁적인 방송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디어 광고시장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일본 도쿄를 방문한 최 위원장은 이날 뉴오타니 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2013년 TV 송 · 수신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되면 방송 영역과 시장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미디어 관련법이 통과되면 올 하반기부터 '미디어 빅뱅'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때부터는 방송 신문 등 모든 미디어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현재 미국의 미디어 광고시장은 GDP의 1.4%에 달하지만 한국은 2007년 기준으로 0.8~0.9% 수준으로 8조~9조원에 불과하다"며 "이를 최소한 10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과 신문의 겸영 문제와 관련,그는 "(일본도 허용하고 있지만)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을 느끼느냐"고 되물은 뒤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려운지 몰라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허용하는 걸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