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호주 등 군함 확충 … 무력 과시하고 영해 다툼 대비
[Global Issue] “바다 장악해야 군사·경제 강국” … 불붙는 해군력 경쟁
지난달 23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해군 창설 60년 기념 해상 열병식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해군의 위용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2007년 배치된 최신예 구축함 스좌장함에 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앞으로 2척의 원자력 잠수함이 지나간 뒤 2척의 디젤 잠수함과 25척의 각종 군함이 뒤를 이었다.

선두에 지나간 수상함은 1990년 이후 건조한 5종의 군함이었으며, 그 중 한 척은 이지스 구축함과 유사한 레이더와 미사일을 갖췄다.

스좌장함은 이후 서서히 인근 해역으로 이동해 미국 등 14개국에서 온 21척의 군함을 돌며 경례를 받았다.

1894년 황해에서 청나라 해군이 일본 해군에 완패한 뒤, 100여년 만에 선포된 중국 해군의 부활이었다.

며칠 후 이웃 베트남에서 응답이 왔다.

중국 해군의 팽창을 경계한 베트남이 6척의 러시아제 잠수함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호주는 한술 더 떴다.

지난 2일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자국 호위함 함상에서 중국의 군비 확충을 거론하며 야심찬 군비 증강계획을 발표했다.

잠수함 전력을 2배로 늘리고, 3척의 이지스함을 포함한 12척의 최신예 함정을 건조하는 등 해군 증강에 초점이 맞춰진 계획이었다.

사실 동아시아 국가들이 해군력 보강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 · 중 · 일 삼국을 비롯해서,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너나할것 없이 더 크고, 성능좋은 함정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들 군함은 한결같이 자국 연안이 아닌 수천㎞ 떨어진 먼 바다에서 작전이 가능하다.

단순히 영해를 지키는 목적과 거리가 멀단 얘기다.

그렇다면 왜 각국이 너도나도 비싼 군함을 건조하는 데 힘을 쓰고 있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각국 경제가 바다를 이용한 무역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들 나라의 2007년 상품 무역액은 13조9500억달러(1경7680조원)에 달한다.

이 무역은 대개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선박을 이용한 해상 운송은 육상 운송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의 물자를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철도나 도로교통이 발달한 오늘날이 예외적으로 육상 운송이 저렴해진 시기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전통적으로 경제가 발전한 주요 도시들은 큰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어 무엇보다도 선박을 통해 대규모로 물자를 운반하기 편리한 지역이다.

16세기 서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에 진출해 무역을 하고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해상교역은 각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였다.

16~18세기 내내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은 식민지와 해상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최종 승자가 된 영국은 국내의 생산력과 식민지의 넓은 시장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을 이루어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말 영국의 전체 수출에서 식민지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북미 32%, 서인도제도 13%, 동인도 및 아프리카 13%로 매우 높았다.

19세기에 계속된 제국주의 확장에 해군은 첨병 역할을 단단히 해냈다.

전함으로 해안을 봉쇄하고 군사력을 이용해 강제로 조약을 맺는 이른바 '함포 외교'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이 시기다.

아울러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원료 수송과 상품 수출에 해상교역의 비중도 점점 커져갔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해양전략가 알프레드 마한이 '시파워(해상력)'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시레인(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해군의 임무'라고 주장했을 때 각국이 일제히 이를 환영한 것은 이런 경제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분쟁이 일어났을 때 해군으로 상대방의 바다를 틀어막는 것은 곧 목줄을 죄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대외 무역의존도는 69%에 달한다.

GDP의 3분의 2 이상을 무역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역은 대부분 선박을 통해 이루어진다.

원자재의 경우도 석유 수입의 95%가 해상 운송으로 이뤄졌다.

결국 남태평양과 인도양에 자국의 정치 ·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것은 이런 중국의 경제적 변화가 깔려있다.

중국 정부가 몇년간 스리랑카 정부에 10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실시해 한때 스리랑카 북동부 일대를 석권했던 타밀 반군을 진압하도록 돕고 있는 것은 인도양의 통상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려는 계산이 숨어있다.

호주가 대규모 해군 전력 증강을 도모하는 것도 자국의 원자재 수출로에 중국 해군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더욱이 해상 전력은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사적 기반이다.

앞서 이야기한 함포외교는 1차대전 이전만 해도 꽤나 빈번히 행해졌다.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 전까지만 해도 모라토리엄(채무 유예)을 선언한 국가들에 밀린 빚을 받아내기 위해 서유럽국가들은 군함을 보내 해상봉쇄를 실시했다.

1902년 베네수엘라가 외채 상환 중단을 선언했을 때 서로 으르렁거렸던 영국 독일 이탈리아 3국이 합심해 베네수엘라 해안선을 막고 상선을 나포한 일도 있었다.

최근에도 1988년 인도가 몰디브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했다.

강대국이 주변 약소국에 비상시 군사력을 행사하는 수단은 육군이라기보다 해군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들에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해군만한 게 없다.

이를 가리켜 '시현효과(show-the-flag effect)'라고 한다.

앞서 1902년 발생한 영-독 베네수엘라 해안 봉쇄는 미국이 카리브해에 함대를 배치하고 세 나라에 함대를 철수할 것을 요구해서 해결됐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전세계에 배치된 12척의 항모를 통해 힘을 과시한다.

중국이 비용 대비 군사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항모 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각국 간에 자주 발생하는 해양영토 분쟁은 해군력이 언제라도 쓰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994년 발효된 유엔 해양법 협약에 의해 도서지역 200해리 이내에서 자국이 탐사 이용 보전의 권리를 갖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지정된 이후 인접국과의 해양 경계를 둘러싼 분쟁과 공해상 무인암석의 영유권 다툼이 급격히 늘었다.

오늘날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도서는 총 31곳이며, 해양경계 미획정 구역도 3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국들의 해군력 건설을 중소 국가들이 좇아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전투함의 경우 배수량이 1t당 약 1억원가량이 소요된다고 계산하면 되는데, 현재 소말리아에 파견되어 있는 강감찬함 같은 5000t급 구축함 하나를 갖는데 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지스함의 경우 건조비용은 거의 1조원에 달한다.

20세기 초 독일은 영국의 해군력을 뒤쫓아가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영국 또한 독일의 전함 건조에 맞서 예산을 대폭 늘렸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양국 모두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부담에 시달려야만 했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 불고있는 건함 경쟁에 부화뇌동해 무작정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