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시험 대신 교육으로 전문성 갖춘 법조인 길러내야”

반 “로스쿨 졸업생만 시험자격 줘 법조직 세습화 우려”

여당인 한나라당이 2013년까지 예비시험 도입을 유보하고 기존의 변호사시험법을 채택키로 결정하면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자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예비시험제도' 도입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로스쿨 출신들만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제한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예비시험 제도를 허용하면 4만명에 이르는 '고시 낭인'을 줄일 수 없는 것은 물론 로스쿨 제도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2017년 이후 로스쿨 정원의 10%를 예비시험으로 선발하더라도 출원자는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므로 고시 낭인의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예비시험제 도입으로 로스쿨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은 포퓰리즘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는다.

변호사시험법과 관련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비시험을 도입하지 않고 응시자격도 로스쿨 졸업자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변호사시험법은 지난 2월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그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정부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수정동의안 제출을 추진하며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변호사시험법을 놓고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제한 논란의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 찬성 측, "시험 대신 교육 통한 법조인 양성시스템으로 개혁해야"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제한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기존의 '시험' 대신 '교육'을 통한 변호사 양성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험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예비시험제도 도입은 이런 취지에 반한다는 논리다.

특히 예비시험제도 도입은 로스쿨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면서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혼란을 몰고올 것이라고 꼬집는다.

로스쿨의 경우 정원의 5% 이상을 취약 계층에서 선발해야 하며 그들을 지원해야 하므로 로스쿨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출 가능성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로스쿨 총입학 정원을 폐지하고 인가기준을 낮추며 야간 로스쿨과 통신 로스쿨도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누구나 로스쿨에 입학해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비시험이라는 편법이 아니라 로스쿨을 로스쿨답게 만드는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공무담임권 침해하고 직업 세습화와 부 고착화 초래"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로스쿨 이외의 공인된 법학교육기관이 있는데도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로스쿨 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제한해 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법조인 직업의 세습화와 부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정으로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이미 다양한 법적 지식과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봉쇄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 가운데 비로스쿨 출신에게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은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로스쿨이 교육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정원이 적게 배정돼 교육비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대학의 장학금 지급 능력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 이유로 법조인이 되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누구나 로스쿨에 입학해 법률가 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법조계 진출에 장벽을 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할 경우 현행 로스쿨 제도와 충돌이 일어날 게 불을 보듯 뻔하고 이로 인해 로스쿨 제도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존치시켰기 때문에 기존의 법과대학생 등은 로스쿨 제도 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데도 벌써부터 예비시험 제도 논란으로 변호사시험법을 표류시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사법시험제도의 경우 경제적 · 사회적 취약계층이 합격할 가능성은 낮은 반면 로스쿨의 경우 정원의 5% 이상을 취약계층에서 선발해야 하므로 로스쿨이 오히려 취약계층의 법률가 진출 가능성을 보장하는 제도라 할 만하다.

'개천에서 용 나게' 하기 위해서도 로스쿨의 틀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일단 2013년까지 예비시험 도입을 유보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문제는 한 해에 2000명 이상은 로스쿨에 입학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제도다.

원하는 국민이면 누구나 로스쿨에 입학해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로스쿨(Law School)

법조계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전문대학원을 말하며 미국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의 대학과정에는 법학과가 없으며 로스쿨은 3년제 법과대학원이라 할 수 있다. 판 · 검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쿨에 진학해 학위를 취득한 후 BarExam(미국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2005년 5월 로스쿨 설치인가 기준 및 절차,교과목,교원기준,평가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데 이어 올 3월 로스쿨제를 도입했다.

예비시험제도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일반인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얻는 예비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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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4월 1일자 보도 기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산하 '법조인력양성 제도개선을 위한 특별소위'(위원장 이주영)는 1일 회의를 열어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

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공청회와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토대로 비(非)로스쿨 출신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원안대로 로스쿨 출신에게만 응시 기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위 위원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예비시험을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다만 취약계층에 대한 할당제를 마련하는 취지에서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응시횟수를 '5년 내 3회'로 제한했던 원안과 달리 응시기간 제한은 5년으로 하되 횟수 제한을 없애는 쪽으로 수정하고,시험과목도 가급적 선택형 대신 논술형으로 치르는 쪽으로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는 대안이 마련되면 정부입법 또는 의원입법 형태로 곧 수정법안을 제출,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