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합리성은 되레 비합리성을 낳는다

[실전 고전읽기] ⑮ 조지 리처「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근 · 현대를 그 이전의 시대와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학자들이 지목하는 곳으로 시선을 향하면 '합리성'이 자랑스럽게 반짝이고 있다.

미몽의 어둠에 빛을 비추기 시작하던 계몽의 시대를 거쳐 우리는 이제 밝은 합리적 이성이 모든 것 위에 태양처럼 떠올라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의 영역에 높은 금자탑을 쌓아 올린 막스 베버는 근대화란 경제 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합리성이 증대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합리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주술의 정원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만큼 그림자도 짙게 마련이다.

합리성은 사회의 발전을 가능케 하였지만,또한 사람들을 가두고 옥죄는 '강철 감옥'이 되기도 한다.

합리성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을 계량화 및 예측 가능성,효율성으로 요약하며 합리화 과정의 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한 베버는 합리성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철의 법칙'으로 자리잡을 때 발생할 문제들을 우려하였다.

과도한 합리화가 진행된 사회를 괴테를 인용하여 묘사하자면,"영혼이 없는 전문가와 마음이 없는 향락주의자만이 있고,이러한 무가치한 사람들은 이전에는 이룰 수 없었던 수준의 문명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합리성은 현대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준거가 되지만,그 속성은 양면(兩面)적이어서 무시할 수 없는 폐해 또한 초래한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뭔가 대충 이해는 가지만 너무 추상적인 것만 같고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현대사회를 둘러싼 합리성 논의를 쉽게 와 닿게 설명한 책은 없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금세 한 권의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합리화(合理化)의 추상적 개념들을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현상을 통해 확인하는 소프트 버전(soft version)의 사회 비평서이다.

1994년 출판된 이 책의 저자 조지 리처는 합리성이라는 골치 아픈 주제를 일상과 친숙하기 그지없는 맥도날드를 예시로 들어 풀어 나가면서 현대사회의 합리성 추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모시켰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맥도날드의 황금아치(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 간판을 비유)를 통과하면 현대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이 맥도날드의 문화가 바로 막스 베버를 위시한 사회학자들이 구구절절 논한 합리화 문화이다.

조지 리처는 세계 각지에 가맹점을 개설하고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이는 맥도날드의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사례로 짚어 가면서 맥도날드야말로 현대 합리성의 완벽한 구현이며,또한 그와 동시에 합리성의 한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설파한다.

그는 맥도날드 회사의 운영 원리를 효율성,계량 가능성,예측 가능성,통제의 증대로 정리하고 이를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명명하는데,'맥도날드화'의 지나친 합리성 추구가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에 고착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맥도날드의 시스템은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이성을 부정하고 삶의 질을 극도로 침해한다.

저자는 맥도날드 패스트푸드의 익숙한 생활 양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서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제공하고,여태껏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자부해 왔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점을 마련한다.

현대사회의 합리성 논의를 쉽게 접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집어 들기 바란다.

그럼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책의 구절을 실제 읽어보기로 하자.

☞ 기출 제시문 1 (연세대학교 2000학년도 자연계 논술)

[논제]

다음 세 제시문(조지 리처,'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계몽의 변증법' : 에리히 프롬,'자유에서의 도피')은 현대 문명이 빚어내는 부정적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시오.

[제시문]

몇 년 전,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는 '우리는 당신을 위해 모든 일을 해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맥도날드에서는 우리가 그들을 위해 모든 일을 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음식이 나오면 식탁으로 가져가고,식사가 끝나면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리고,빈 식판을 제자리에 쌓아 놓는다.

노동비용이 올라가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비자는 종종 더 많은 일을 한다.

샐러드 바는 소비자를 부려먹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고객은 빈 접시를 산 다음,샐러드 바 주위를 천천히 돌면서 그날 제공되는 여러 야채와 음식을 접시에 담는다.

이것의 장점을 재빨리 간파한 슈퍼마켓들은 매장 내에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세심하게 진열한 샐러드 바를 설치했다.

이제 샐러드 애호가들은 샐러드 요리사가 되어 점심 시간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저녁 시간에는 슈퍼마켓에서 일한다.

이러한 모든 것은 패스트푸드점과 슈퍼마켓의 입장에서는 아주 효율적인데,여러 진열 칸에 음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종업원 한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많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소비자들이 버거 빵을 가지고 차림대에 가서 양상추,토마토,양파 따위를 넣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소비자들은 통상 일주일에 몇 분 동안은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람으로 일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버거킹을 비롯한 몇몇 프랜차이즈에서는 고객들로 하여금 빈 컵을 들고 손수 얼음과 음료수를 채우게 하는 혁신적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로써 고객들은 잠시 '음료수 판매원'으로도 일하는 것이다.

일부 초현대식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고객이 컴퓨터 화면에 주문 내용을 입력해야 한다.

이렇듯 패스트푸드점은 고객들을 부려먹음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해 왔다.

☞ 기출 제시문 2 (고려대학교 2002학년도 정시 논술)

[논제]

제시문들은 현대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합리성이 잘 드러난 예이다. (가 : 고등학교 사회 · 문화 교과서)와 (나 : 위르겐 하버마스,'담론윤리의 해명')을 참조하여 (다 : 조지 리처,'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 나타난 합리성이 갖는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현대사회의 합리성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제시문]

맥도날드는 들어오는 것에서부터 나가는 것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추었다.

인접한 곳에 설치된 주차장은 고객이 차를 쉽게 댈 수 있도록 해 준다.

계산대까지는 몇 발자국이 채 안 되며,가끔 줄을 서기도 하지만 음식은 대체로 빨리 주문되고 전달되고 계산된다.

그리고 매우 제한된 메뉴는 먹는 사람의 선택을 쉽게 하여,다른 식당에서의 다양한 선택과 대조를 이룬다.

음식을 받으면 식탁까지 몇 걸음 걸어가서는 곧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면 머뭇거릴 여지가 없기에 고객은 남은 휴지,스티로폼,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가까운 휴지통에 버리고 자동차로 돌아가서는 다음 활동 장소로 이동한다.

근래에 패스트푸드점 경영자들은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운전자용 창구의 설치가 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맥도날드는 최초의 운전자용 창구를 1975년 오클라호마 시에 설치했고,4년 만에 전체 점포의 절반 정도에 설치하였다.

주차를 하고,카운터까지 걸어가서 줄을 서고 주문하고 계산하고,식탁으로 음식을 가져가서 식사하고,또 식사 후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 귀찮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치는 대신,운전자용 창구에서는 고객이 창구에 차를 세우고(물론 차도 줄을 서야 할 때가 있다) 주문과 계산을 마친 후,음식을 받는 대로 다음 목적지로 향하면 된다.

보다 효율적이기를 원한다면 운전하면서 먹으면 된다.

운전자용 창구는 패스트푸드점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주차 공간,식탁,종업원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객이 쓰레기를 가지고 떠나기 때문에 별도의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정기적으로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을 고용할 필요도 없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b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