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대화의사 밝혔지만 ‘2개 국가 해법’에 시큰둥

[Global Issue] 이스라엘, 강경파 ‘네타냐후’ 내각 출범…중동평화 먹구름?
보수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가 이끄는 이스라엘 새 연립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동평화 협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가 네타냐후 총리의 새 내각 구성안을 69 대 45로 통과시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각료 29명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공식적으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내각의 규모는 이스라엘 61년 역사상 최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경제 정치 안보 등 3가지 분야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평화 협상을 수행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통한 2개 국가 해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이를 줄기차게 강조해 온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그리 고무적이지 않다"며 "네타냐후 정부가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미국 행정부가 압박해야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겨냥해 "인류와 이스라엘에 가장 큰 위협은 핵무기를 보유한 급진 체제"라며 "아랍권이 급진적 이슬람 체제를 고립시키길 바란다"고 말해 앞으로 이란과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총선 이후 협상을 통해 의회 전체 120석 중 69석을 확보했다.

새 연정에는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27석)을 포함해 극우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당(15석),정통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11석),다른 극우 정당인 '유대인의 집'당(3석)과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노동당(13석)이 참여하고 있다.

새 연정의 외무장관에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알려진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베이테누당 대표가 임명됐고 국방장관에는 에후드 바라크 노동당 당수가 유임됐다.

이스라엘의 시민단체인 '피스 나우(Peace Now)'는 네타냐후의 새 연정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른쪽으로 치우친 정부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의 새 연정에 비록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노동당이 합류하긴 했지만 팔레스타인 정책 등에 강경한 성향을 보이는 정당들로 짜이다 보니 오바마 미국 행정부 등은 향후 중동평화 진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불안한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

[Global Issue] 이스라엘, 강경파 ‘네타냐후’ 내각 출범…중동평화 먹구름?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국제사회는 그가 실제로 팔레스타인과 내실있는 평화협상에 나설 것인지 선뜻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옆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워 해묵은 유대-팔레스타인 민족의 갈등을 해결하자는 방안인 '2개 국가 해법'을 수용할 의사를 내비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국가 해법은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 회담에서 채택된 평화 정착 방안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제한적인 주권'만을 부여하는 정책의 옹호자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군대 보유나 군사동맹 체결 권한을 주는 데 반대하고 있으며 국경통과소 관리권과 항공관제권 등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유럽연합(EU)의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카렐 슈바르첸베르크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새 정부가 '두 국가 해법'을 따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고,오바마 대통령도 네타냐후 정부가 들어서면 중동평화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을 표명했다.

⊙ 이스라엘 병사 피랍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하마스와의 협상

이스라엘 새 정부의 또 다른 주요 과제는 하마스와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월18일 22일간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종결한 이후 이집트 중재로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한 것은 에후드 올메르트 정부가 2006년 6월 가자지구로 납치된 이스라엘 피랍병사인 길라드 샬리트 상병의 석방 문제와 휴전을 연계해서 풀어가겠다고 방침을 정한 게 주된 이유다.

이스라엘은 2년10개월째 억류생활을 하고 있는 샬리트 상병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하마스가 휴전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국경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샬리트 상병과 팔레스타인인 재소자들을 교환하는 협상을 벌여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메르트 정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와의 휴전협상이나 샬리트 상병의 석방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월 총선 때 자신이 집권하면 하마스 체제를 붕괴시키겠다고 공언했던 점으로 미뤄 새 정부는 하마스와의 협상보다는 강공 정책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새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맡은 극우정치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도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하마스와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제2의 가자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불안정한 네타냐후 정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주요 연정 파트너는 리베르만 외무장관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바라크 국방장관의 노동당이다.

베이테누당은 극우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에 노동당은 중도좌파 정당으로 분류돼 두 정당의 성향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 때문에 이들 정당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외부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와 조율하고 내부적으로 좌우로 치우친 두 정당을 조화시키면서 정부를 이끌어가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베이테누당과 노동당 중 한 정당만이라도 연정을 탈퇴하면 네타냐후 정부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 총리와 리베르만 장관이 꾸준히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집트의 싱크탱크인 알-아흐람 정치정략센터의 이마드 가드 박사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아흐람 센터에서 이스라엘 연구분과 수석을 맡고 있는 가드 박사는 "네타냐후가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으로 팔레스타인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그럴 경우 리베르만은 연정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며 "리베르만의 당이 탈퇴하면 연정은 무너지고 결국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10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32번째 정부를 이끌게 된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만 46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가 됐던 강경 보수파 정치인이다.

1999년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 아랍 강경 일변도 정책을 구사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10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던 카디마당에 1석 차로 패했지만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 10년 만에 재집권하게 됐다.

1949년 10월 이스라엘에서 출생한 네타냐후는 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녔고,1967년 귀국해 최정예 특수부대원으로 군 복무를 하던 중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으로 납치된 벨기에의 사베나 항공기 구출작전에 참여했다가 부상하기도 했다.

그는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에 의해 납치된 프랑스 여객기를 구출하기 위한 '엔테베 작전'에서 이스라엘 특수부대 지휘관이던 친형 요나탄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테러리즘에 대한 공부에 전념해 3권의 테러 관련 전문서를 내기도 했다.

대위로 전역한 네타냐후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건축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1982년 주미 부대사로 정계에 입문해 1988년에 초선 의원이 됐다.

그는 2003년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연립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다가 2005년 9월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철수를 강행한 데 반발해 장관직을 사임한 바 있다.

그의 리쿠드당은 2005년 11월 샤론 총리가 지지자들을 이끌고 탈당해 카디마당을 창당하는 바람에 이듬해 총선에서 고작 12석을 얻는 참패를 당했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