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이 별도의 절차 없이 입학사정관제를 중심으로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MIT와 Cal-tech(캘리포니아 공과대학)와 같은 세계 유수 대학들과의 경쟁을 위해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해외 유명한 석학들을 교수진으로 삼고초려 끝에 채용하는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서 총장의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입시 요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기존에 정부 지원 아래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있던 대학은 물론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들이 올 2010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전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선발 인원도 현행 입시안에 비해 대폭 확대돼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는 수시의 경우 학생부 성적과 특기자에 한해 해당 분야 관련 서류가 중심이고 정시는 수능성적에 기초해 이뤄진다.

2차에서 논 · 구술과 심층 면접 등이 이뤄지지만 전체 전형에서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대학들은 학생이 제출한 천편일률적인 원서 몇 장에 근거해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계속 되어온 제도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제'이다.

현재 대다수 대학의 시스템을 살펴보면,입학처 교수들과 직원들이 수만명에 이르는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은 학생 선발만을 전담하는 이들로 교과 성적을 비롯해 봉사활동,학생의 성장 배경,인성적 측면,미래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 등을 고루 평가해 선발하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다양한 요소를 총체적으로 반영한다는 데에 있어 그 취지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올해 고려대 수시2학기 일반전형에서 불거진 '고교등급제'와 '비교과영역'의 과대평가 의혹이 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학생 선발에서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교과영역 이외의 사항들을 입학사정관의 재량으로 평가해 반영하기 때문에,이것이 흔히 말하는 화려한 '스펙'(Specification의 준말로 비교과영역 등을 일컫는 말)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대학들이 치밀한 검토 없이 서둘러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섰기에 이에 따른 시행착오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려면 미국과 같이 오랫동안 이 제도를 실시해온 나라들을 대상으로 견학하고 자문을 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 간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따른 정보 교류 및 협력도 중요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대학들은 입시 전형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 학생들의 혼란과 부담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통해 비전 있는 학생들을 뽑아 대한민국을 너머 세계의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손혜지 생글기자(대전 충남여고 3년) bluevery110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