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르르르르르르~"

"구관 3층 특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모두들 신속하게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스피커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학생들은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운동장으로 걸어나갔다.

'불이 났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람?'하고 의문이 드는 이 장면은 대한민국 어느 학교의 소방 훈련 상황이다.

실제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진지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소방 훈련이 아닌가.

그러나 한국의 소방 훈련은 그렇지 않다.

"매년 똑같이 반복될 뿐더러 내용도 초 · 중학교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K양은 말한다.

그녀는 '만약 정말 화재가 발생한다면 과연 학생들이 잘 대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소방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소화기는 손도 못 대본다.

일부 대표 학생들 몇 명이 나와 몇 대의 소화기로 앞에 놓인 불을 끄는 것이 고작이다.

그 모습도 앞에 앉은 학생들이나 볼 수 있을 뿐 뒤쪽에 있는 아이들은 아예 보지도 못한다.

나머지 시간에 학생들은 응급 처치 · 대피 요령 등을 강사로부터 듣는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은 이처럼 "대피 요령을 듣기만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19 이용 요령,긴급 구조 요령에 대해서도 단순한 설명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P양은 "단순히 강의를 듣기만 해서는 부족하다"며 "직접 응급처치도 해보고 대피 연습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 교시에 소방 훈련이라고 정해 놓고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훈련을 언제할지 알고 있으니 갑자기 화재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려도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재가 시간을 정해 놓고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방 훈련을 할 때도 학생들에게는 정확한 시간을 고지해서는 안 된다.

진지하게 소방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태도에도 잘못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된 소방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매번 의미 없이 되풀이되는 소방 훈련이 실제 상황과 다름없이 현장감을 살리고 체계적인 대처 요령 또한 습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란다.

지미란 생글기자(광양제철고 3년) kes91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