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가격 비싸져 기업의 수익 줄고 물가도 올라


유학생 학비 부담 커져…가격경쟁력 높아져 수출엔 유리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유학생 중 상당수가 공부를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학 생활을 시작할 때보다 환율이 많이 올라 학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환율이 오르면 왜 유학생들은 학비 부담이 커지고 심지어 공부를 중단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경제 전반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수출 부진, 글로벌 금융위기에 환율 급등

[Focus] 환율이 오르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나요?
원 · 달러 환율은 지난해 3월부터 급등세를 탔다.

2007년 연간 평균으로 929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103원으로 20% 가까이 상승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은 한마디로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적어지니 달러의 가격, 즉 환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러가 들어오기보다 빠져나가는 현상은 경상수지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64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보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 오느라 쓴 돈이 많다는 의미다.

또 우리나라 관광객은 외국에 나가서 돈을 많이 쓰고 왔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우리나라에 많이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는데 이는 경상수지 적자 외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금융회사들은 금융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전 세계에 투자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외국인들은 국내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원화로 투자했다가 거둬갈 때는 이를 달러로 바꿔 나간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 환율이 뛰게 된다.

⊙ 환율 급등으로 경제 전방위 충격

환율이 급등하면 여러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겪는다.

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이 걱정이다.

석유 철광석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원자재를 모두 국내에서 싼 가격에 조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같은 물건을 수입해 오더라도 환율이 20%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가격이 20% 비싸져 기업에 부담이 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만큼 완제품의 값을 올릴 수 있다면 기업의 수익성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사들과 다퉈야 하는 기업은 원자재값이 오른 만큼 물건값을 올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환율 급등은 가정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주요 농산물을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 온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각종 식재료의 가격이 비싸진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라면 밀가루 등 주요 식품류의 가격이 일제히 인상된 이유다.

해외 유학생활도 힘들어진다.

2007년 말에 1000만원을 가진 유학생은 1만658달러를 갖고 미국으로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같은 돈을 갖고 있었다면 7952달러밖에 손에 쥘 수 없었다.

⊙ 수출에는 고환율이 유리

환율 상승이 경제에 악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수출 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서 가격이 2000만원인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원 · 달러 환율이 1000원이라면 이 자동차의 가격은 달러로는 2만달러가 된다.

그런데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1만6666달러로 내려간다.

같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되니 판매를 늘릴 수가 있다.

가격을 종전과 같은 2만달러로 유지한다고 해도 마케팅 등의 활동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판매를 늘리기에 유리해진다.

또 환율이 오르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줄어들고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은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는 적고 해외로 나가는 달러는 많기 때문인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는 많아지고 해외로 나가는 달러는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수출을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환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환율 상승이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환율이 상승하는 초기에는 수출입 물량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채 수출품의 가격은 떨어지고 수입품의 가격은 올라간다.

따라서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수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가지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나 무역수지가 개선된다.

이 같은 환율 변동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J커브 효과'라고 부른다.

알파벳 'J'의 모양처럼 무역수지가 잠시 악화됐다가 회복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환율이 연중 상승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1월부터 9월까지 6월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적자를 냈다.

지난해 10월부터 경상수지는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환율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세계 무역 급감과 수출 감소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 2분기 이후 하락 전망

올 들어 환율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연초에는 130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가 싶더니 지난달 중순부터는 불과 2주 만에 200원 가까이 오르며 1600원 직전까지 올랐고 이달 들어서는 다시 급락세로 전환, 18일 현재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이 같은 환율의 급등과 급락은 경제 주체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2분기부터는 보다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많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단, 한 가지 전제조건을 붙인다.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외국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달러를 거둬가는 현상이 다시 일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원 · 달러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계속 줄어들어 달러를 벌어오는 데도 한계가 있다.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