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시멜로'의 유혹을 어떻게 떨쳐버릴까?

베스트 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가 지난 5일 서울 방이동 보성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청소년과의 만남’ 행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보성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태훈 생글기자가 그의 주옥 같은 강연 내용을 정리하고 느낀 점을 글로 보내왔다.
[기획] ‘마시멜로 이야기’ 저자 포사다 강연을 듣고…
유명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가 온다는 소식에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흥분이 되살아났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간단한 이야기 속에 담긴 세상이야기는 나에게 쉬우면서 어렵고,알 듯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은 친구들은 심드렁했지만 나의 기대는 부풀어올랐다.

3월 5일,드디어 호아킴 데 포사다가 학교에 왔다.

책에서 '희망,절제,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답게 몸짓이나 옷차림부터 활기차고 달랐다.

처음 눈에 띈 것은 밝은 코발트색의 양복이었다.

우중충한 색깔의 옷을 입은 다른 분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고,인사하는 모습은 에너지가 넘쳤다.

학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강단에 오른 그는 간단한 인사말을 하더니 곧바로 동영상을 틀었다.

웅성거리던 학생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예전에는 사자가 가젤을 잡아먹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사자가 가젤을 잡아먹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가능성을 찾으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수업시간에 들었던 프란시스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다'는 격언을 포사다는 다르게 해석했다.

그는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이다'라고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책이 귀했던 과거에는 지식 자체가 힘이었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21세기에 지식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조그만 일이라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힘이다'는 말이 특히 와 닿았다.

'실천은 성공으로 이어진다. 성공의 원칙은 자기 절제다'라는 본론이 시작되었다.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가 드디어 나왔다.

40년 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를 하나씩 주면서 15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나중에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하는 실험을 했다.

받자마자 냉큼 먹어버린 아이도 있고,참아서 상을 받은 아이도 있었다.

14년 후 연구자들은 실험대상이었던 아이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15분간 참았던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당장 먹은 아이들보다 훨씬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래를 위해서 오늘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면 마시멜로를 먹지 않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끼리가 서커스단에서 탈출하지 않는 이유는 아기 코끼리 때부터 탈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코끼리의 실천 한계는 바로 코끼리의 생각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에 제한받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말과 함께 두 번째 동영상을 틀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 나오는 흰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보라는 숙제가 곁들여졌다.

학생들은 동영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열심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동영상이 끝나자 포사다는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보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다시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놀랍게도 커다란 고릴라가 지나가고 있었다.

포사다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들이 보려는 것을 볼 뿐,실제로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여러분이 성공하려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주변에 있는 작은 기회들도 잘 살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미국의 유명 프로농구 선수 래리 버드와 자신을 예로 들며 젊은이들은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기 싫어 하는 일을 한다'를 교훈 삼아야 하며,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최고로 개발하고,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누구에게나 인생 최고의 날은 '우리 자신의 삶이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결심하는 순간'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등장인물로 열정에 가득 찬 조나단과 무사안일했던 찰리는 어떻게 설정되었느냐고 묻자,'조나단은 내가 마시멜로 법칙을 알았을 때의 자신이고 찰리는 그 법칙을 몰랐을 때의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실험이 네살배기 아이가 대상이니 유전적인 요인이 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아이들은 성공을 위한 패턴으로 프로그램 되어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시멜로 연구를 통해 알아낸 점은 유전적 성향이 없는 아이도 부모의 교육으로 행동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즉,누구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답변했다.

'나중에 여러분이 돈을 벌 때 꼭 수입의 10%는 저축하라. 10%는 미래를 위하여 준비하는 최소한의 마시멜로이다'는 포사다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그와의 만남은 끝났다.

2시간의 수업이라면 지겨웠겠지만,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말하는 포사다와의 2시간은 컴퓨터 게임처럼 짧게 느껴졌다.

내가 오늘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마시멜로는 어떤 것이며,미래에 내가 받게 될 상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저자 포사다와의 만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고등학생 시절을 생각할 때 '포사다의 마시멜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이 될 것 같다.

김태훈 생글기자(보성고 2년) kth9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