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프랑스에서 경매로 나온 청나라 유물 반환 요구… 우리 문화재는?
[Global Issue] 이번엔 문화재 싸움…중국-프랑스 ‘3차 한랭전선’
중국과 프랑스 간에 3차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는 프랑스가 아편전쟁 당시 중국 청 황제의 여름 별궁인 베이징 위안밍위안(圓明園 · 원명원)에서 약탈해간 토끼 머리와 쥐 머리 동상이 불을 지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불참 주장과 달라이 라마 면담으로 최근 1년간 두 차례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또다시 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토끼와 쥐 머리 동상은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주가 소장해오다가 다른 소장품 732점과 함께 경매에 나왔다.

이 청동상은 위안밍위안 하이안탕에 있던 분수시계에 설치된 12지 머리 동상 중 일부다.

2차 아편전쟁 당시인 1860년 수도 베이징을 침공한 영국 · 프랑스 연합군이 위안밍위안의 바로크 양식 건축물을 모두 부수고 수만 점의 문화재들을 약탈해 갔을 때 포함됐다.

중국 측은 약탈해간 중국의 문화재는 즉각 반환돼야 한다며 지난 19일 경매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은 지난달 23일 중국 측 유럽중화예술보호협회(APACE)에서 제기한 위안밍위안 청동상 경매금지신청을 기각했다.

프랑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중국은 크게 들끓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원명원 문화재를 경매에 부친다는 것은 국제법적인 기본정신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중국인의 문화적 권리와 민족 감정을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밝혔다.

장쿤 중국 예술협회 부주석은 "강제로 탈취해간 문화재를 반환하기는커녕 소유의 합법성을 주장해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외치며 반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빼앗긴 국보를 되찾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12지 동상 중 소 원숭이 호랑이 돼지 말 동상은 중국 기업들이 약 7500만위안(150억원)을 들여 되사들였으나 용 뱀 양 닭 개 동상은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결국 프랑스의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파리 그랑팔레 경매장에서 경매를 강행했다.

그런데 두 청동 유물을 각각 1570만유로(약 300억원)에 낙찰받은 사람이 바로 중국 정부의 문화재 환수활동에 참여해온 수집상으로 드러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 뉴셴펑 부총간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위안밍위안의 토끼 · 쥐머리 청동상의 낙찰자는 우리 기금의 수집고문으로 활동 중인 수집상 차이밍차오"라고 밝혔다.

중국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은 중국 문화부가 약탈된 자국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2002년 설립한 펀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이밍차오는 "나는 중국인을 대표해 입찰에 참여했다"면서 "경매에 나온 쥐머리와 토끼머리 청동상은 영 · 불 연합군이 1860년 약탈한 것으로 이 문화재를 위해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나는 경매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경매가 900만,1000만,1100만유로로 계속 올라가며 유찰될 기미가 없어 경매에 참여했다"며 "전화가 아닌 정상적 방법으로 경매에 참여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중국인들이 당시 이렇게 행동하고 싶었을 것이며,다행히 내가 낙찰받을 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 부총간사는 "우리 기금은 문화재 2점 입찰에 참여하면서 엄청난 압력과 위험에 직면했다"면서 "비정상적 상황에서 경매를 유찰시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랑스 측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베르주는 이날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낙찰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청동상은 내게 돌려줘야 한다"며 "가장 아끼는 소장품인 피카소 작품 옆에 두 청동상을 두고서 그것들과 함께 내 집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두 청동상의 가격을 떨어뜨린 뒤 중국 당국이 몰래 되사려는 의도로 벌어진 것이라면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낙찰자가 중국인이라는 것에 반대한다는 시선을 의식한 듯 "낙찰자가 프랑스인이나 미국인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프랑스 상법 'L321-14'조에 근거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경매인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원래 소유자가 다시 팔 수 있다.

그리고 재경매 가격이 애초 낙찰가보다 낮으면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낙찰자(중국인 차이밍차오)가 차액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해석이지 중국 측이 계속 반발할 경우 청동상을 둘러싼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경매에 앞서 중국 문화부 산하 국가문물국은 약탈 문화재에 대한 경매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밝힌 바 있어 문화부가 설립한 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의 크리스티 경매 참여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과 프랑스 간 갈등은 경제 분야에서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104인의 기업인으로 구성된 '중국 구매단'을 유럽으로 파견했으나 프랑스는 방문 지역에서 제외했다.

중국은 지난 1월 원자바오 총리의 유럽 순방 때 사르코지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에 항의하는 뜻으로 프랑스를 방문국에서 뺐으며,각종 구매계약도 취소했다.

원 총리는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대규모 구매단 파견을 약속한 바 있다.

프랑스는 엘리제궁에서 열려던 중국 · 프랑스 수교 45주년 기념식을 취소해야 했고,사르코지 대통령이 '중국과 프랑스 우정만세'라는 기고문을 화교 신문에 게재하며 구애의 메시지를 보내는 처지로 몰렸다.

또 지난달 8일엔 프랑스 내 대표적 친중파인 장 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를 중국에 파견시켰다.

라파랭 전 총리는 "프랑스는 중국의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중 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줄곧 호소해왔다.

지난해 4월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도중 파리에서 일어난 격한 시위로 반프랑스 정서가 중국에 퍼지자 그는 특사 자격으로 방중,파리에서 봉변을 당한 장애인 펜싱 선수 진징을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