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코에 달린 방울 같아서 ‘콧방울’
"퍼진 코… 넓은 콧망울… 콧망울을 작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나요?"

"넓은 콧망울을 고치는 것은 수술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주사 처방도 가능하지만 넓은 콧망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효과는 없고요…."

외모가 경쟁력이 된 지도 오래됐다.

특히 얼굴 부위 성형을 하기 위해 이런 질의응답을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전문의나 쓰는 말에 모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 얼굴에서 콧망울이란 부위는 없기 때문이다.

콧망울의 바른 말은 콧방울이다.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은 그 모양을 본떠 '콧방울'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코+방울'의 합성어이다.

'콧방울을 벌름거리다/콧방울이 크고 두둑해야 복이 있다고 한다'처럼 쓰인다.

이를 흔히 '콧망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 알고 쓰는 것이다.

아마도 눈망울이니,꽃망울이니 하는 말에서 연상해 쓰는 것 같지만 '콧망울'이란 단어는 우리말에 없다.

'눈망울'은 눈알(한자어로는 안구<眼球>)을 뜻하는 말이며 또는 눈알 앞쪽의 도톰한,눈동자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맑은 눈망울/아이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다'처럼 쓴다.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나타낸다.

'꽃망울을 맺다/담 앞의 양지바른 곳에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처럼 쓴다.

이 꽃망울은 '몽우리'라고도 한다.

그러니 "몽우리를 막 터뜨린 매화꽃"도 같은 말이다.

또 눈망울이나 꽃망울이나 모두 그냥 '망울'이라 해도 된다.

하지만 '멍울'은 다른 말이니 '망울'과 구별해 써야 한다.

'멍울'은 '어떤 충격으로 인해서 생긴 마음의 상처나 고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 의학 용어로는 '림프샘이나 몸 안의 조직에 병적으로 생기는 둥글둥글한 덩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때로 '몽우리가 생겼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경상/충청 사투리이다.

또 '멍우리'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이 역시 표준어는 '멍울'이다.

'코+방울'의 결합으로 이뤄진 '콧방울'은 결합하면서 뒷말 '방울'이 된소리 [빵울]로 발음되기 때문에 사이시옷 용법에 따라 'ㅅ'이 첨가된 것이다. (물론 사이시옷 용법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 이를 '코방울'이라 쓴다.)

우리 조상들이 코를 얼마나 중요시했던지 '코'를 중심어로 하는 이 같은 합성어가 여럿 있다.

콧등,콧대,콧마루,콧날,콧부리,코끝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나타내는 부위가 일부 겹치기도 하면서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용법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콧등'이란 글자 그대로 '코의 등성이'를 가리킨다.

'등성이'는 산의 불룩하게 잇닿은 부분,한자어로 능선(稜線)과 같은 말이니 '콧등'이란 결국 양미간 밑에서 코끝까지 내려오는,코의 두두룩한 부분을 나타내는 것이다.

'콧대'란 이 콧등의 우뚝한 줄기를 뜻하는 말이다.

콧등이 주로 '콧등에 땀이 맺히다/콧등이 찡하다'처럼 쓰이는 데 비해 콧대는 '콧대가 우뚝하다/콧대가 칼날같이 날카롭다/콧대가 높다(낮다)'처럼 곧거나 날카로운 모양새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콧등이나 콧대가 코 전체에 걸쳐 있는 부분인 데 비해 콧마루나 콧날,콧부리 따위는 코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콧마루'는 콧등의 마루가 진 부분을 나타낸다.

'마루'란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를 뜻하므로 콧마루는 결국 코끝 뾰족하게 내민 부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오뚝한 콧마루/높은 콧마루'처럼 쓴다.

'콧날'은 콧마루의 날을 이룬 부분이므로 이 역시 코끝을 가리키되 생김새가 날카로움을 강조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콧날이 서다/콧날이 오뚝하다/날카로운 콧날' 식으로 쓰인다.

'코끝'도 많이 쓰는 단어로 '코끝이 뭉툭하다/코끝이 뾰족하고 날카롭다'처럼 쓰인다.

'콧부리'는 콧날 위에 약간 두드러진 부분을 가리키는데,코끝보다 살짝 넓은 부위를 나타낸다.

이때의 '부리'는 새나 일부 짐승의 주둥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 길고 뾰족한 형태를 띤다.

'콧부리가 시큰하다/김 씨 할아버지는 콧부리에 돋보기안경을 걸치고…'처럼 쓰인다.

'코뿌리'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콧부리의 북한어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