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휴대폰·TV 등 세계시장서 눈부신 도약
[Focus] “위기는 또다른 기회”…‘Made in Korea’ 잘 나간다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바로 자동차산업이다.

한국 자동차기업들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 '빅3'가 정부 구제금융을 받으며 휘청이는 틈을 타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약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는 지난달 11일 한국 차로는 처음 '2009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북미 올해의 차'는 50명의 자동차 전문 언론인의 평가를 토대로 전년도 북미 시장에 출시된 자동차 가운데 최고의 차를 뽑는 것으로 한국 차는 한 번도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차가 여덟 번,유럽 차가 네 번,일본 차가 세 번 선정됐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진행된 예심에서 도요타 벤자,혼다 피트,캐딜락 CTS-V,아우디 A4,BMW 1시리즈 등을 제치고 포드 플렉스,폭스바겐 제타 TDI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날 평가에서 '올해의 차'로 당당히 뽑혔다.

앞서 제네시스는 렉서스 ES350을 제치고 미 소비자 잡지 컨슈머 리포트가 선정한 최고의 대형 세단으로 뽑히기도 했다.

기아자동차의 유럽 현지 전략형 모델인 씨드도 프랑스에서 최고 품질을 인정받았다.

씨드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로부터 동급 19개 모델 가운데 최고 점수(차량 품질 및 신뢰도 평가)를 얻었다.

씨드는 국내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C세그먼트 평가에서 혼다 시빅(2위)과 볼보 C30(3위),아우디 A3(6위),도요타 오리스(7위),폭스바겐 골프왜건(13위) 등을 제치고 총 20점 만점에 17.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오토모빌은 "씨드는 조립과 도장,접합부 등 외장에서 품질 문제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차량 디자인과 품질,조립 수준 등이 우수했다"며 "일본 브랜드가 과거 30년간 이뤄낸 실적을 기아차가 10년 만에 달성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TV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시장 장악 능력이 돋보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을 처음으로 누르는 성과를 냈다.

시장조사 기관인 NP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수량 기준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26.1%) 소니(14.5%) 도시바(7.5%) 파나소닉(7.2%) LG전자(6.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로부터 가장 많은 TV 제품을 공급받는다.

베스트바이는 올해 역시 삼성전자에 가장 많은 TV 공급량을 할당할 방침을 정했다.

베스트바이와 시어스백화점은 삼성전자와는 아예 CPFR(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and Replenishment · 상호공급 기획 예측 프로그램)를 구축해 소비자들의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윤부근 TV · 모니터 부문 사장은 "그만큼 삼성 브랜드 제품을 찾는 미국 소비자들이 많고 삼성전자의 제품 공급체계가 뛰어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업체들도 노키아와 소니에릭슨 등 세계 선두회사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난공불락의 휴대폰 1위 업체인 노키아를 끈질기게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노키아의 앞마당으로 통하는 영국 · 프랑스에서 1위로 올라섰고,그동안 취약했던 저가 시장인 중국에서도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며 노키아를 맹추격 중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2%로 모토로라를 꺾고 '넘버 1' 자리에 올랐다.

삼성의 점유율은 2007년(18.1%)보다 3.9%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미국 시장 1위에 오른 뒤 4분기에도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LG전자 휴대폰도 달러화 강세와 엔고를 활용해 세계 3,4위 업체인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차례로 밀어내고 작년 4분기 세계 3위로 도약했다.

반도체와 LCD도 원화 약세 덕에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반도체와 LCD의 경우 주로 대만이나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을 위협해 왔지만,대만이나 중국 모두 자국 화폐 가치가 지난 1년 동안 30~50% 정도 상승하는 바람에 기세가 꺾였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난야 등 대만 업체들은 영업 손실이 매출액을 넘어설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LCD의 경우 대만 업체들이 작년 4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반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작년 말 80%대이던 공장 가동률을 이달 들어 90% 선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조선업계도 지난해 선박 수주량과 인도량,수주잔량(주문을 받아놓은 일감) 등 3개 부문에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새 우리 코밑까지 바짝 쫓아오던 세계 2위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세계 조선 · 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작년 17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t수)의 수주량으로 중국(1490만CGT)과 일본(490만CGT)을 앞질렀다.

지난해 선박 인도 물량은 한국이 세계 전체 물량의 37%(1490만CGT)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건조된 선박 3척 중 1척을 국내 업계가 만든 셈이다.

수주잔량 부문에서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STX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가 세계 1~6위를 석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국내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때와 달리 재무 능력이나 기술 경쟁력 면에서 매우 안정된 상황"이라면서 "투자 역시 미래의 호황을 대비해 장기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