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강력범죄 예방하고 흉악범 검거위해 필요”
반 “재범 막으려 DNA 채취하는 건 인권 침해”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경찰 쪽에서는 "흉폭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중심으로 DNA를 관리하고 있다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수사하지 않더라도 재범인 경우 바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며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에 찬성하고 나섰다.
사회적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인권단체 등에서는 범죄자라고 해서 유전자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보관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할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유전자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할 경우 자칫 개인 유전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1994년부터 추진돼 온 유전자정보은행 설치 계획은 인권침해를 우려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근래들어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또 다시 유전자정보은행설립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범죄자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강력범죄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학수사 기초인프라인 유전자은행 설립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범죄자 유전자정보은행 설립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성범죄나 연쇄살인 행각을 막는 데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수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유전자정보 수사기법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 나간 흉악범의 검거는 물론,억울한 누명을 쓴 피의자의 무죄를 밝히고 미아의 부모를 찾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대형 참사로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혈육을 확인하는 데도 한몫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은행 입력 대상은 살인,강도,강간,성폭력 등 강력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범죄자로 국한되며, 정보은행의 자료로 쓰이는 유전자부문에도 개인식별이 가능한 숫자조합만이 수록되는 만큼 인권침해 및 정보유출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의 인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는 잠재적 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인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재범 가능성만으로 유전정보 채취하는 건 인권침해 행위"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통계적으로 재범률이 높다는 이유로 이미 죄값을 치른 범죄자의 DNA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해 보관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초동 수사를 강화하고,개별적 사안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활용하는 게 순리임에도 굳이 유전자정보은행을 만들려는 것은 수사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게다가 신원 확인에 사용되는 DNA부위와 개인의 건강상태 등에 관한 정보분석에 이용되는 DNA 부위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유전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감식 후 남은 DNA 샘플을 또 다른 검증 목적이나 신기술 적용을 위해 계속 보관하게 될 경우 각종 유전정보들이 신원확인 이외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정보은행의 경우 일단 설립되고 나면 수집되는 정보의 범위가 확대되고 다른 정보은행들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 유전자정보 악용되지 않도록 수집범위와 활용용도 등 제한해야
범죄자 유전자정보은행은 이미 영국 미국 등 70여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권침해 문제로 1994년 법무부와 경찰이 비슷한 법안을 각각 마련한 이래 15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2006년에도 '유전자 감식정보 수집 · 관리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인권단체 등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물론 유전자정보는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인권침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내무부와 경찰이 축적한 DNA 데이터베이스의 4분의 1가량이 무고한 시민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들어 연쇄살인사건 등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관련 법안 제정을 언제까지나 미룰 일은 아니다.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나 연쇄살인을 막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다만 인권침해 문제를 고려해 대상이 되는 범죄 유형은 살인 · 강도 · 강간 · 유괴 · 아동성폭행 등 중범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종을 비롯 성, 질병 등의 정보는 처음부터 수집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엄격히 관리하고,특히 범죄 해결 용도 외에는 일절 활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 DNA(deoxyribonucleic acid) :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는 것으로 디옥시리보핵산이라고도 한다. DNA 배열에 따른 유전자는 생물 특유의 형질을 만들어낸다.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이중나선구조임이 밝혀졌다.
◆ 유전자정보은행 :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한 다음 개인마다 고유한 유전자 부위를 분석해 특정한 유전자형(profile)을 만들어 저장해 두는 것이다. 저장된 정보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된 DNA정보와 비교해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이때 사용되는 DNA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정액,머리카락,혈액 등에서 뽑아낼 수 있으며 심지어 범인이 사용한 장갑,흉기,유리창에 찍힌 지문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영국은 성폭행범을 대상으로 1995년에 세계 최초로 국가주도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미국도 1998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유전자정보은행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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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월 4일자 보도기사
경찰청이 4일 발표한 경기지역 치안대책은 경찰서와 파출소를 증설하고 CC(폐쇄회로)TV를 확충함으로써 범죄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 강력범죄가 발 디딜 틈을 주지 않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략)…
경찰은 '유전자은행법(가칭)'을 재추진하고 프로파일러(Profiler · 범죄심리분석관)를 본격 양성하는 등 과학수사 역량도 높이기로 했다.
경찰이 법무부와 함께 제정하려는 유전자은행법은 살인,강도,강간 등 11개 강력범죄에 한해 범죄자들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보관하고,관리는 총리실 산하 '유전자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에서 맡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은 2006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냈으나 작년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반 “재범 막으려 DNA 채취하는 건 인권 침해”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경찰 쪽에서는 "흉폭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중심으로 DNA를 관리하고 있다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수사하지 않더라도 재범인 경우 바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며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에 찬성하고 나섰다.
사회적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인권단체 등에서는 범죄자라고 해서 유전자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보관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할 법이나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유전자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할 경우 자칫 개인 유전정보가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1994년부터 추진돼 온 유전자정보은행 설치 계획은 인권침해를 우려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근래들어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또 다시 유전자정보은행설립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범죄자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강력범죄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학수사 기초인프라인 유전자은행 설립을 포기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범죄자 유전자정보은행 설립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성범죄나 연쇄살인 행각을 막는 데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수사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유전자정보 수사기법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 나간 흉악범의 검거는 물론,억울한 누명을 쓴 피의자의 무죄를 밝히고 미아의 부모를 찾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대형 참사로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혈육을 확인하는 데도 한몫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은행 입력 대상은 살인,강도,강간,성폭력 등 강력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범죄자로 국한되며, 정보은행의 자료로 쓰이는 유전자부문에도 개인식별이 가능한 숫자조합만이 수록되는 만큼 인권침해 및 정보유출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의 인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는 잠재적 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인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재범 가능성만으로 유전정보 채취하는 건 인권침해 행위"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통계적으로 재범률이 높다는 이유로 이미 죄값을 치른 범죄자의 DNA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해 보관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초동 수사를 강화하고,개별적 사안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활용하는 게 순리임에도 굳이 유전자정보은행을 만들려는 것은 수사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게다가 신원 확인에 사용되는 DNA부위와 개인의 건강상태 등에 관한 정보분석에 이용되는 DNA 부위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유전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감식 후 남은 DNA 샘플을 또 다른 검증 목적이나 신기술 적용을 위해 계속 보관하게 될 경우 각종 유전정보들이 신원확인 이외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정보은행의 경우 일단 설립되고 나면 수집되는 정보의 범위가 확대되고 다른 정보은행들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 유전자정보 악용되지 않도록 수집범위와 활용용도 등 제한해야
범죄자 유전자정보은행은 이미 영국 미국 등 70여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권침해 문제로 1994년 법무부와 경찰이 비슷한 법안을 각각 마련한 이래 15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2006년에도 '유전자 감식정보 수집 · 관리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인권단체 등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물론 유전자정보는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인권침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내무부와 경찰이 축적한 DNA 데이터베이스의 4분의 1가량이 무고한 시민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들어 연쇄살인사건 등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관련 법안 제정을 언제까지나 미룰 일은 아니다.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나 연쇄살인을 막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다만 인권침해 문제를 고려해 대상이 되는 범죄 유형은 살인 · 강도 · 강간 · 유괴 · 아동성폭행 등 중범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종을 비롯 성, 질병 등의 정보는 처음부터 수집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엄격히 관리하고,특히 범죄 해결 용도 외에는 일절 활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 DNA(deoxyribonucleic acid) :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는 것으로 디옥시리보핵산이라고도 한다. DNA 배열에 따른 유전자는 생물 특유의 형질을 만들어낸다.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이중나선구조임이 밝혀졌다.
◆ 유전자정보은행 :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DNA를 채취한 다음 개인마다 고유한 유전자 부위를 분석해 특정한 유전자형(profile)을 만들어 저장해 두는 것이다. 저장된 정보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된 DNA정보와 비교해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이때 사용되는 DNA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정액,머리카락,혈액 등에서 뽑아낼 수 있으며 심지어 범인이 사용한 장갑,흉기,유리창에 찍힌 지문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영국은 성폭행범을 대상으로 1995년에 세계 최초로 국가주도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미국도 1998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유전자정보은행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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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월 4일자 보도기사
경찰청이 4일 발표한 경기지역 치안대책은 경찰서와 파출소를 증설하고 CC(폐쇄회로)TV를 확충함으로써 범죄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 강력범죄가 발 디딜 틈을 주지 않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략)…
경찰은 '유전자은행법(가칭)'을 재추진하고 프로파일러(Profiler · 범죄심리분석관)를 본격 양성하는 등 과학수사 역량도 높이기로 했다.
경찰이 법무부와 함께 제정하려는 유전자은행법은 살인,강도,강간 등 11개 강력범죄에 한해 범죄자들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보관하고,관리는 총리실 산하 '유전자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에서 맡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은 2006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냈으나 작년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