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만물은 하나이다(物我一體)

장자는 논술의 단골 출전이다.

재미있는 우화들이 많거니와 문명을 조롱하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해학적 논변이 가득하기 때문에 논술 문제를 내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장자야말로 논술 제시문의 보고라고 생각하게 된다.

장자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보자.

장자의 주장에 반대해도 좋고 장자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써도 좋다.

⊙ 새가 즐거워서 노래한다고?

[실전 고전읽기] ⑤ 장자의「장자(莊子)」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의 징검돌 근처에서 노닐고 있었다.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소.이게 물고기의 즐거움이오."

혜자가 말했다.

"당신이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

혜자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물론 당신을 알지 못하오.

당신은 물고기가 아니니까 물고기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자,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당신은 '당신이 어떻게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오?'라고 했지만,그것은 이미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서 그렇게 물은 것이오.

나도 호수가에서 물고기가 즐겁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오."

☞ 기출논제 :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 제시문을 분석하여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설명하고,그러한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는지 사회현실의 예를 들어 논하시오. (07 연세대 정시) (유사기출 : 07 서강대 수시2-1)

해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문제'는 철학의 오랜 주제요 고민거리다.

혜자는 인간은 물고기가 아니므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장자는 혜자의 질문 속에는 '혜자가 물고기의 즐거움에 대한 장자의 생각을 알고 있음'이 전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장자의 논리는 어떻게 보면 매우 주관적이다.

"그리스 사람은 전부 거짓말장이라고 그리스 사람이 말했다"는 명제는 어떨까.

그리스 사람들이 정말 거짓말장이라면 이 말도 거짓말이고 따라서 그리스 사람은 거짓말장이가 아닐 수도 있다.

명제가 명제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장자는 바로 이런 수법을 쓰고 있다.

"당신이 나를 공박하는 것은 나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것인데, 자 봐라 우리는 서로 알고 있지 않은가? 물고기도 마찬가지야"라는 식이다.

논제는 제시문을 분석하여 '이해'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분석하라고 했지만 제시문에는 사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분석할 만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자신의 생각을 쓸 수밖에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즐겁다고 본 것은 장자의 주관적 경험의 결과를 물고기에 적용한 것일 뿐일 수도 있다.

물고기는 지금 즐거운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괴롭게도-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장자와 혜자처럼 언어적 소통이 가능한 상대라면 모르지만 즐겁고 괴로운 감각의 구조부터가 전혀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전문적 식견이 없다면 이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학생 여러분이 답을 쓸 때는 어떻게 써도 좋다.

일종의 언어유희를 펴고 있는 장자를 논박해도 좋다.

⊙ 그냥 내버려 둬

말은 그 발굽으로 서리와 눈을 밟을 수 있고,그 털로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으며,…(중략)

이것이 말의 천부적인 성질이다.

높은 누각과 궁전도 말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백락(伯樂)이란 사람이 나타나서 "나는 말을 잘 다룬다"고 하면서 털을 태우거나 깎으며,발굽을 깎고 낙인을 찍으며 마굿간에 매어 놓으니,말 열 마리 가운데 두세 마리는 죽고 마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말을 훈련시킨다면서 배를 주리게 하고 목마르게도 하며,달리게 하고 뛰게도 하고,정돈시키고 늘어세우기도 하며,앞에서는 재갈과 가슴걸이 장식으로 못 견디게 하고,뒤에서는 채찍으로 위협을 했기 때문에 마침내 말들 가운데 반수 이상이나 죽고 말았다.

☞ 기출논제 : 다음 지문에서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관점을 분석하고,이를 근거로 바람직한 교육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07 건국대 수시1)(유사기출 : 01 서강대 모의논술)

해설

장자는 인위적인 것을 버리고(無爲) 자연(自然)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규율과 강제를 통해 학생들을 비슷한 틀에 맞추려 하면 각자의 타고난 재능이 사라진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학생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소질을 자연스럽게 개발하는 것이어야지 인위적으로 일정한 틀에 묶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지다.

물론 장자의 생각을 비판해도 좋다.

교육은 사회적 가치를 인위적으로 훈육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

장자(莊子)가 산 속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매우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그런데 나무를 베는 사람이 그 곁에 있으면서도 그 나무를 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으니,"쓸모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장자는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천수(天壽)를 다할 수 있구나"하였다.

"산 나무는 스스로를 자르고,등불은 스스로를 태운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 잘리고 옻나무는 쓸모 있어 베인다.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음의 쓸모'는 알고 있어도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는 모르고 있구나."

☞ 기출논제 :<장자>를 바탕으로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를 터득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논술하시오. (07 부산대 1차 모의논술)(유사기출 : 07 서강대 수시1,06 고려대 수시2,02 인하대 수시1,01 한양대 모의논술,00 경희대 모의논술)

해설

장자의 말은 진정 유용하게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자질구레한 유용성에 집착하면 진실로 유용해야 할 때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유용성의 기준에 대한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답안을 쓸 때 어려운 것은 역시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라'는 부분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떤 구체적 쓸모'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장기적인 상황에서는 쓸모의 쓰임새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는 정도의 답안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보는 쓸모라는 것은 지금의 조건에서 말하는 것일 뿐 다른 상황과 조건에서는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하는데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장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은희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polaris11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