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뿐인 ‘슈퍼 선데이’ 시청률 40% 넘어…경제 효과 100억弗
[Global Issue] 불황이 깊다지만…“미국민들 슈퍼볼 만큼은 지갑 열었다”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프로 풋볼(NFL · 미식 축구)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이 지난 1일 플로리다주 탬파시 레이몬드제임스구장에서 한국계 하인즈 워드의 피츠버그가 극적인 우승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애리조나 카디널스 간 역전의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만큼이나 전후 최악의 불황기에 펼쳐지는 스포츠 축제의 경제적 효과도 관심을 끌었다.

경기침체로 주요 대기업들이 주최하거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파티는 줄었지만, 미국민의 열기와 기업들의 광고전은 여전히 뜨거웠다.

시청률이 40%를 넘는 단 하루뿐인 '슈퍼 선데이'에 1억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인들 사이에 "슈퍼볼에 등장하는 광고는 재미있다"는 인식이 워낙 강해 광고 효과는 어느 광고보다 높은 편이다.

슈퍼볼에 광고를 했다는 자체가 회사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세계적 광고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고, 경비 절감이 아무리 중요해도 기업들이 이때만큼은 지갑을 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슈퍼볼의 경제적 가치는 10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는 1일 중계된 슈퍼볼 피츠버그-애리조나 경기를 지켜본 미국 내 시청자가 슈퍼볼 사상 가장 많은 987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최고 기록이었던 뉴욕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격돌한 지난해 슈퍼볼의 9750만명을 뛰어넘는 숫자다.

전 세계적으로는 2억명을 웃돈다.

⊙ 슈퍼볼 광고단가 30초당 300만달러

올해로 43회를 맞는 슈퍼볼 중계권을 확보한 NBC방송은 67개 스팟 광고(33분30초 분량)를 팔았다.

30초당 광고단가가 무려 300만달러에 육박한다.

1초 광고비는 10만달러다.

경제 상황은 최악이지만 전년(270만달러)보다 11%가량 광고료가 오른 것이다.

NBC는 올해 슈퍼볼로 2억달러 이상의 광고 수입을 거뒀다.

전통적인 광고주였던 GM과 페덱스 등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광고 계획을 취소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본게임 스팟광고 2회, 프리게임 광고 3회를 내보냈다.

현대차가 올 슈퍼볼에 집행한 광고비용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안호이저-부시인베브(맥주), 코카콜라와 펩시(청량음료), 데니스(레스토랑 체인), 페디그린(애완견 사료), 텔레포라(온라인 꽃집)도 광고를 내보냈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픽쳐스도 광고시간을 사서 개봉을 앞둔 영화 예고편을 상영했다.

이들 광고주는 광고전략을 마련하는 데 최근까지 고민했다.

경기침체로 분위기가 우울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화려한 광고를 내보내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는 당초 본게임 광고로 '제네시스 쿠페'를 소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스팟광고 1회분을 신차를 구입한 지 1년 이내 실업자가 되면 차를 되사주는 판촉 프로그램인 '현대 어슈어런스'로 바꿨다.

이 광고는 미 광고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나머지 광고는 '올해의 카'로 선정된 2009 제네시스 세단을 홍보하는 데 활용됐다.

록 음악가 빌리 코간을 모델로 내세워 만든 제네시스 쿠페 광고는 게임식전인 쇼 프로그램 광고로 옮겨 소개한다.

카스닷컴(온라인 자동차판매업체)도 침체된 경기 현황을 반영해 신차와 중고차를 매입하는 고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쪽으로 광고 내용을 변경했다.

총 2700만달러를 들여 30초짜리 광고 5개, 60초짜리 2개를 산 안호이저-부시는 웃음을 자아내는 '버드라이트' 맥주 광고를 경기 중 틈틈이 내보냈다.

불황기 웃음 마케팅의 일환이다.

해마다 슈퍼볼이 열릴 때면 개인 소비도 반짝 특수가 기대된다.

시청자들은 TV로 슈퍼볼을 즐기면서 식음료와 포테이토 칩 등을 주로 먹는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통상 슈퍼볼 개막을 1주 앞두고 73개 식음료의 매출이 주간 평균 대비 2억6000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테이토칩업체들은 이 때를 대비, 한 달 전부터 제품 출하를 늘리고 있다.

탬파 인근 호텔은 1주일 전에 예약이 끝났다.

슈퍼볼과 관련해 탐파시를 찾는 사람만 10만명에 달했다.

탬파베이신문은 슈퍼볼로 적어도 3억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불황의 그림자가 아무리 짙어도 슈퍼볼의 도박심리까지 잠재우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뉴욕자이언츠-뉴잉글랜드 간 슈퍼볼에 베팅한 액수는 9500만달러를 넘었다.

USA투데이는 불법으로 거래된 판돈까지 합치면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와 광고 못지않게 경기 시작전과 하프타임 공연도 대단한 볼거리다.

올해는 1970, 80년대 활약했던 그룹 저니가 프리게임 공연을, 미 장년층이 좋아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턴이 하프타임 공연을 펼쳤다.

하프 타임쇼는 폴 맥카트니(2005년) 롤링스톤스(2006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나오지만 출연료가 없는 게 특징이다.

⊙ 슈퍼볼 광고지표에 주목

미식 축구(풋볼)에 관심이 없더라도 주식 투자자라면 슈퍼볼 결과에 주목한다.

'슈퍼볼 광고지표'를 토대로 그 해 증시의 움직임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전에 나온 슈퍼볼 주식지표보다 더 과학적이고 검증된 '슈퍼볼 광고지표'에 주목한다.

슈퍼볼 광고지표란 슈퍼볼 경기 전후에 방송된 최고의 광고 10개와 최악의 광고 10개의 향후 주가 상승률이 지수 상승률을 웃돈다는 것으로, 미 서니버팔로 대학의 케네스 김 교수가 개발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는 슈퍼볼 시간대 방영된 광고들에 대한 시청자 선호도를 설문 조사해 경기 다음 날 싣는다.

이 순위를 바탕으로 과거 17년간 슈퍼볼 광고와 주가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선호도 상위 10개 광고를 내보낸 회사의 경기 다음 날 주가 상승률은 S&P500 지수 상승률을 평균 0.26% 웃돈다는 결과를 얻었다.

선호도 하위 10개 광고의 회사 주가 상승률도 지수보다 0.01% 높았다.

효과는 단발에 그치지 않는다.

선호도가 높은 광고로 뽑힌 10개 회사의 경기 이후 20일간 주가는 지수보다 평균 2.98%나 높았다.

하위 광고 10개사의 향후 20일간 주가도 지수보다 1.47% 높은 성적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상위 10개와 하위 10개 광고를 뺀 중간 광고들은 쉽게 잊혀져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볼 광고 지표가 주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 슈퍼볼 광고는 상품 판매진작 효과뿐 아니라 주가부양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인상이 다른 특성을 평가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는 소위 '후광효과' 덕분이다.

슈퍼볼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해당 상품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해당 회사의 브랜드와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둘째, 슈퍼볼 광고는 '짱' 아니면 '꽝'으로 하라는 것이다.

선호도가 높은 광고가 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악평을 받는 광고가 낫다는 말이다.

어중간한 광고는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손쉽게 사라져 오히려 나쁜 광고보다도 못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