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뉴질랜드 셔츠회사(Hallensteins)가 '잘 찢어지지 않는 셔츠'라는 내용을 담은 TV광고용 CF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다툼장면을 그대로 사용한 적이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타임지 표지를 폭력으로 장식했다.

로이터 AP 등 외신에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국회 소속 경위들이 한나라당이 출입문 안쪽 고리를 감은 쇠줄 등을 전기톱으로 자른다.

본회의장 출입문이 열리고 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 중인 의장석 주변으로 달려간다.

어떤 의원은 단상 쪽으로 달려가 다른 의원의 목을 조르고,몇몇 의원은 의장석으로 뛰어오르려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로 밀려난다.

한 신당 소속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의 뺨을 때려 단상 밑으로 밀쳐낸다.

한나라당 의원은 그 의원을 잡기 위해 달려갔지만 또 다른 신당 의원들에게 막혀 '보복'에 실패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서로 몸을 잡아당기고 밀치는 등 의장석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다.

한 의원은 신당 의원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지고 허리를 다쳐 실려 간다.

씁쓸하지만 우리나라 국회의 현주소이다.

국회 폭력문제는 국회의원의 자질 미달,처벌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부족,충분한 토론과 협상기술의 부족, 입법 절차상의 문제에 기인한다.

의회 민주주의의 본고장 영국의 경우 소드 라인(Sword Line)이라고 불리는 붉은 줄이 있다.

옛날 영국 의회에서 기사 출신 의원들은 의견이 충돌하면 곧바로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이들의 의견충돌이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기사들의 칼 길이의 2배 간격'을 여야 간에 둔 것이다.

소드 라인을 어기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미국 의회도 의사당 내 폭력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의장 권한으로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한 의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의사당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기 때문에 당직자 간 몸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은 하원 의원에 대해 2년마다 선거가 있고,수시로 주민 특별청원에 따라 특별선거를 실시해 폭력 의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난번 국회 폭력사태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국민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국회에서의 폭력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시급하다.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국회윤리위원회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같이 일반 국민이 의회에 의원을 제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선출직 공직자에게만 가능한 소환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도 수정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이익과 기본권이 달린 수많은 주요 현안을 충분한 협의와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짧은 시간 내에 강행 처리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여야 간 협의를 한 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입법에 나서야 한다.

당론을 따르는 것보다는 자유의사에 따라 국회의원이 법안에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지난 '400회 특집 100분 토론'에서 가수 신해철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청소년들이 보기에 모범적인 모습은 아니다.

국회를 청소년 유해장소로 규정하고,방송에서 차단하고,19금으로 정해 뉴스에서 못 보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네티즌들은 통쾌해 했다.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자정 노력해야 한다.

'국회에서 폭력을 쓰는 나라는 대만,소말리아,한국뿐'이라는 오명을 벗길 간절히 바란다.

한현철 생글기자(충주고 2년) forgod03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