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빠 투자처 잃은 돈 유입…올들어 100조원 넘어
[Make Money] 머니마켓펀드(MMF)에 왜 돈이 몰리지?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화되면서 대표적인 단기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이 몰리고 있다.

자금의 단기부동화(短期浮動化)란 돈이 기업설비투자와 같이 생산적인 곳에 장기로 투자되지 못하고, 짧은 기간의 수익을 좇아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의미다.

경기가 나빠지니까 은행에 맡긴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 생산활동에 쓰이는 정상적인 흐름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대신 하루만 맡겨도 연3% 수준의 수익을 주는 MMF가 블랙홀처럼 시중 부동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MMF에 얼마나 많은 돈이, 왜 몰리고 있는지 알아보자.

또 MMF와 유사한 단기투자상품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 100조원 넘어 연일 사상최대 기록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MMF에 집중되면서 올해 초 설정액이 100조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2007년엔 한 해 동안 5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베어스턴스 사태가 터지기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엔 60조원대로 불어났다.

이어 작년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70조원대로 늘어났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인 같은 해 10월엔 다시 80조원대로 커졌으며 이후 급격하게 규모가 확대돼 올 1월8일엔 100조원을 넘어섰다.

109조1498억원을 기록한 지난 22일까지 계속해서 100조원대를 유지하는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는 2007년 말 46조7390억원에 비해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자칫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가 불황으로 그 기업이 잘못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이 돈을 MMF로 몰리게 한 것이다.

일본의 MMF 설정액은 1992년 5월 말 1조5137억엔에 불과했으나 1993년 12월 말 11조781억엔으로 급증했다.

이후 1995년 말 12조18억엔으로 불어났고 2000년 5월 말엔 무려 21조8973억엔으로까지 커져 최고조에 달했다.

⊙ 은행들도 MMF에 돈 넣어

최근 MMF로 들어오는 뭉칫돈은 주로 은행권 자금이다.

지난해 발생한 금융위기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자 한국은행이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등 재무구조개선에 열중하면서 기업대출은 꺼려 넘치는 자금을 MMF에 넣어두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실시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연 2.5%짜리 싼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연 3% 수준의 MMF에 넣어 안전하게 짭짤한 이자수익을 얻고 있다.

시중 자금난을 해소하려는 한국은행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MMF 설정액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당국이 원 · 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갖고 있던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팔고 대신 얻은 원화자금을 MMF로 유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급속한 경기둔화에 대비해 확보한 현금을 MMF에 넣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이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그보다 이자가 낮은 MMF에 맡겨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상대적 고금리와 안정성이 MMF 매력

MMF 외에도 단기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투자수단은 많다.

은행권에선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과 요구불예금이 있고 증권사 상품 중에서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RP 등이 경쟁한다.

그런데 MMF가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은행권 못지 않은 안정성에다 최근 금리 급락기를 맞아 상대적으로 고금리 매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MMF는 판매하는 증권사나 은행마다 보통 연 3.5~4.0%의 이자를 준다.

반면 은행상품인 MMDA 금리는 2% 초반에 불과하고,은행 요구불예금도 큰 이자를 기대하기 힘들다.

MMF는 1996년 첫 선을 보였으며 수시로 입출금해야 하는 여유자금을 단기로 맡길 때 활용되는 펀드상품이다.

중도에 해지해도 벌금(환매수수료)을 물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고 단 하루를 맡겨도 된다.

투자하는 대상은 국채,통안채,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A2' 이상 기업어음(CP) 등 우량채권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 경쟁상품인 CMA나 RP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 다른 단기투자상품

46개 증권사들이 취급하는 CMA는 증권계좌에 자산관리 소액대출 입출금 자금결제 등의 각종 부가서비스를 결합해 편의성과 수익성을 높인 상품이다.

보통예금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면서 이자도 좋아 2006년 하반기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CMA로 들어온 자금은 MMF나 RP 등에 투자된다.

CMA는 투자대상에 따라 RP형 MMF형 종금형 등이 있다.

종금형 CMA는 한 사람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는다.

2005년 말 1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CMA 잔액은 2006년 말 8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현재 32조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이후 자금유입이 정체된 상태다.

CMA는 편입채권의 만기규제가 없어 1 · 2년짜리 채권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물건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다소 높은 게 단점이다.

RP는 채권을 일정기간 후 정해진 가격에 다시 매매하는 계약을 맺고 장외에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1만원 이상이면 투자가능하고,투자기간도 1일 이상이면 된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액과 기간에 따라 수익률이 차등 적용되는 점이 특징이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단기상품은 MMDA이다.

1997년 4단계 금리자유화 때 저축예금의 금리가 자유화되면서 도입됐다.

500만원 이상의 목돈을 1개월 이내로 단기 운용할 때 유리하다.

각종 공과금 신용카드대금 등의 자동이체용 결제통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단기성 상품에 비해 이자를 덜 주는 게 단점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