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이론이 아니라 창의적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언젠가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논술이라는 교과목 편성을 권장한 적이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재량 활동을 통하여 논술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논술이 교과목일 수 있을까?
만약 논술이 교과목이 된다면 어떤 문제가 존재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논술은 교과목이 되기 어렵고,따라서 교과목이 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논술 교과목 설정은 통합 교과논술의 '통합적' 성격을 살리기 위한 수업 방법이나 개별 교과 차원의 논술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고민 끝에 나온 방안이 아니다.
오히려 현행 교육 과정에서 통합교과논술 수업을 위한 시간을 교육과정 편제상 어디에 마련하는 것이 좋은지,별도의 수업 시수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방법론적인 차원의 검토 결과로 제시된 것이다.
물론 학교 차원의 전체적인 논술 교육과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논술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혼선은 당연하다.
정규 수업 시간에 논술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3개 학년 통합교과논술 교육 목표와 교육 방법을 <표1>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표1> 자료에 제시된 과정과는 달리 교과목인 논술은 대체로 1학년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2학년,3학년까지 연계된 교육 활동이 아니라는 점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교과서 체제도 문제가 많다.
현행 논술 교과서로 인정받은 교과서(대한교과서)의 차례에 따라 연간 계획(34시간 기준) <표2>를 짜 보았다. 일단 표면적으로 볼 때 논술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습 내용을 담고 있어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한 논술 교육은 통합교과논술의 본질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논술이라는 과목이 수학능력시험의 한 영역이고 논술의 이론을 배워 그 내용으로 이루어진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통합교과논술은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또한 교과목으로 인정된다면 논술 수업을 담당할 특정 논술 교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논술을 특정 논술 교사가 전담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아무래도 국어 교사나 철학 교사,또는 사회 교사가 맡아야 할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교과목의 내용을 포함한 통합적 수업을 하기 어렵다.
자신이 맡은 교과목과 거리가 있는 다른 교과목의 심도 있는 내용을 수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그 수업은 일반적인 논술 이론 수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다양한 교과목의 교사가 함께 논술 수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수 배정이 쉽지 않다.
나아가 현행 교과서의 차례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통합적 수업 자체가 어렵다.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명백하다.
근본적으로 논술은 국어나 수학,과학과 같은 일정한 형식(커리큘럼)을 갖춘 교과목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런 교과목을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1980년대이든,1990년대이든,2000년대이든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contents)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무진장 널려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그러한 정보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찾아 분석하고 자기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으로 승화되지 못한 정보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무의미한 정보일 뿐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피동적인 지식 습득보다는 능동적인 학습과 학습한 내용의 창의적인 활용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회적이고 교육적인 요구가 통합교과논술이라는 방법론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따라서 논술을 교육 과정상의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논술이라는 어려운 난제를 해결해 보려는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교과부 관계자만이 아니라 교육청 실무자,학교 교육과정 관계자들도 통합교과논술이 지니고 있는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
통합교과논술 열풍이 불고 난 다음 실제로 엄청난 자료의 개발과 연수 활동이 이루어졌다.
사실 자료의 개발과 연수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나 학생,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논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일이다.
논술이 아주 어려운 교과목이고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넘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이끌어 갈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수업 방법론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수도 없는 시대의 흐름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자료 개발의 방향도 단순한 수업 자료보다는 수업 방법론을 탐색할 수 있는 자료 개발에 매진해야 하며,연수 활동도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수업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는 방학 기간을 이용, 통합교과논술을 실제로 수업하고 있는 교사를 강사로 활용하여 통합교과논술의 이론만이 아닌 실질적인 수업 방법에 대한 직무 연수를 실시했다.
거의 대부분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나아가 각급 학교에서는 실로 오랜 만에 서로 다른 교과목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교과목만이 아닌 다양한 교과목의 내용과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과목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던 많은 교사들이 타 교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타 교과의 도움 없이는 통합된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무실에서는 주식에 대한 이야기,단순한 정치적인 담론,자질구레한 일상사에 대한 잡담 대신 논술 수업을 위한 진지한 협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통합교과논술 수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이자 선물이다.
그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영향은 당연히 대한민국 21세기를 이끌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아이들은 21세기 학생,20세기 교사,19세기 교실이라는 냉소적인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어제의 학교 교육의 모습에 비해 얼마나 발전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다시 말하지만 통합교과논술은 교과목이 아니다.
그것을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나아가 통합교과논술은 논술 학원이나 독립된 교과를 통해 특정한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그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글은 남의 것을 쓸 수 있겠지만 생각은 남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준희 대구 경명여고 교사 tgnonsul@naver.com
언젠가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논술이라는 교과목 편성을 권장한 적이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재량 활동을 통하여 논술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논술이 교과목일 수 있을까?
만약 논술이 교과목이 된다면 어떤 문제가 존재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논술은 교과목이 되기 어렵고,따라서 교과목이 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논술 교과목 설정은 통합 교과논술의 '통합적' 성격을 살리기 위한 수업 방법이나 개별 교과 차원의 논술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고민 끝에 나온 방안이 아니다.
오히려 현행 교육 과정에서 통합교과논술 수업을 위한 시간을 교육과정 편제상 어디에 마련하는 것이 좋은지,별도의 수업 시수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방법론적인 차원의 검토 결과로 제시된 것이다.
물론 학교 차원의 전체적인 논술 교육과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논술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혼선은 당연하다.
정규 수업 시간에 논술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3개 학년 통합교과논술 교육 목표와 교육 방법을 <표1>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표1> 자료에 제시된 과정과는 달리 교과목인 논술은 대체로 1학년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2학년,3학년까지 연계된 교육 활동이 아니라는 점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교과서 체제도 문제가 많다.
현행 논술 교과서로 인정받은 교과서(대한교과서)의 차례에 따라 연간 계획(34시간 기준) <표2>를 짜 보았다. 일단 표면적으로 볼 때 논술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습 내용을 담고 있어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한 논술 교육은 통합교과논술의 본질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논술이라는 과목이 수학능력시험의 한 영역이고 논술의 이론을 배워 그 내용으로 이루어진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통합교과논술은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또한 교과목으로 인정된다면 논술 수업을 담당할 특정 논술 교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논술을 특정 논술 교사가 전담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아무래도 국어 교사나 철학 교사,또는 사회 교사가 맡아야 할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교과목의 내용을 포함한 통합적 수업을 하기 어렵다.
자신이 맡은 교과목과 거리가 있는 다른 교과목의 심도 있는 내용을 수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그 수업은 일반적인 논술 이론 수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다양한 교과목의 교사가 함께 논술 수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수 배정이 쉽지 않다.
나아가 현행 교과서의 차례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통합적 수업 자체가 어렵다.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명백하다.
근본적으로 논술은 국어나 수학,과학과 같은 일정한 형식(커리큘럼)을 갖춘 교과목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런 교과목을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1980년대이든,1990년대이든,2000년대이든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contents)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무진장 널려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그러한 정보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찾아 분석하고 자기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으로 승화되지 못한 정보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무의미한 정보일 뿐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피동적인 지식 습득보다는 능동적인 학습과 학습한 내용의 창의적인 활용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회적이고 교육적인 요구가 통합교과논술이라는 방법론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따라서 논술을 교육 과정상의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논술이라는 어려운 난제를 해결해 보려는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교과부 관계자만이 아니라 교육청 실무자,학교 교육과정 관계자들도 통합교과논술이 지니고 있는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시행할 필요가 있다.
통합교과논술 열풍이 불고 난 다음 실제로 엄청난 자료의 개발과 연수 활동이 이루어졌다.
사실 자료의 개발과 연수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나 학생,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논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일이다.
논술이 아주 어려운 교과목이고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넘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이끌어 갈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수업 방법론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수도 없는 시대의 흐름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자료 개발의 방향도 단순한 수업 자료보다는 수업 방법론을 탐색할 수 있는 자료 개발에 매진해야 하며,연수 활동도 이론보다는 실질적인 수업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는 방학 기간을 이용, 통합교과논술을 실제로 수업하고 있는 교사를 강사로 활용하여 통합교과논술의 이론만이 아닌 실질적인 수업 방법에 대한 직무 연수를 실시했다.
거의 대부분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교사들의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나아가 각급 학교에서는 실로 오랜 만에 서로 다른 교과목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교과목만이 아닌 다양한 교과목의 내용과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과목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던 많은 교사들이 타 교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타 교과의 도움 없이는 통합된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무실에서는 주식에 대한 이야기,단순한 정치적인 담론,자질구레한 일상사에 대한 잡담 대신 논술 수업을 위한 진지한 협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통합교과논술 수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이자 선물이다.
그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영향은 당연히 대한민국 21세기를 이끌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아이들은 21세기 학생,20세기 교사,19세기 교실이라는 냉소적인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어제의 학교 교육의 모습에 비해 얼마나 발전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다시 말하지만 통합교과논술은 교과목이 아니다.
그것을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나아가 통합교과논술은 논술 학원이나 독립된 교과를 통해 특정한 글쓰기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그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글은 남의 것을 쓸 수 있겠지만 생각은 남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준희 대구 경명여고 교사 tgnons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