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생각은 ‘왜?’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에서 출발
'고질라'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영화에서 고질라는 방사선에 노출돼 길이가 40배나 커진 도마뱀이다.
과연 고질라와 같은 거대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면적은 길이의 제곱,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몸집이 커지더라도 개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조성이 작았을 때와 동일하다고 본다면, 개미의 몸은 부피와 비례해 증가한 하중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동물은 표면을 통해 외부에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몸집이 커짐에 따라 부피에 대한 표면적 비율이 줄어 각 세포가 공급받는 양도 같은 비율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포는 심각한 영양 부족 또는 산소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과학적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2008학년도 서울대학교 자연계 논술 1차 예시문항에 이러한 의문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었다.
논술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가 논술에 나름대로 깊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던 문제이다.
국어 교사인 내가 자연계 논술 문제에 감탄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통합이 아닌가?
먼저 주어진 논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제 : 거대한 곤충 모양의 괴물이 등장하는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돌아온 영희는 '사람보다 큰 개미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을 살펴보았더니 개미와 코끼리처럼 그 크기와 모양에 큰 차이가 있었는데,거대한 몸집을 가진 동물 중에는 개미처럼 생긴 것이 없고 반대로 작은 몸집을 가진 곤충 중에는 코끼리처럼 생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영희의 탐구 : 커졌을 때 대부분의 동물 뼈는 그 재질에 한계가 있어 압력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부러지거나 견딜 수 없게 된다. 작아졌을 때 동물의 모양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내부 세포는 심각한 영양 부족 또는 산소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 문제 : 영희가 고찰한 '크기와 모양의 관계'에 대한 원리를 근거로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 또는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가 존재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과학적으로 기술하시오.
먼저 전제 부분을 살펴보자.
'사람보다 더 큰 개미가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영희의 의문.
전제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 결론은 의외로 쉽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중에 개미처럼 생긴 거대한 동물은 없고 코끼리처럼 생긴 작은 곤충은 없으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영희가 탐구한 부분도 그렇다.
문제에서는 친절하게도 커졌을 때도 견딜 수 없고 작아져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크기와 모양,압력과 영양 관계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전제와 영희의 탐구에서 파악한 결론은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도,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도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끝난 논의가 아닌가?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의문이 발생한다.
'과연 그러한가?'라는 의문.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문제 부분을 살펴보면 일단 대답으로 나올 조건은 네 가지이다.
①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나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②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는 존재할 수 없으나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는 존재할 수 있다.
③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는 존재할 수 없으나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는 존재할 수 있다.
④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나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 모두 존재할 수 있다.
주어진 전제와 영희가 탐구한 과정을 참고로 할 때 대답은 이미 ①번이다.
대부분의 과학 교사의 생각과 예시문항을 분석한 논술 전문가들의 의견도 거의가 그런 방향으로 대답이 이루어졌다.
단지 물리와 화학,생물학적 지식을 골고루 동원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답안 작성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크기가 커지면 다리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없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넘어가서는 안되며 왜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와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가 존재할 수 없는지 근거를 과학적으로 명료하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각종 논술 관련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러한 답변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그러한 답변이 과연 학생들이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의 답변을 다시 정리하면 이 정도이다.
'존재할 수 없다,단순하게 기술하지 마라,근거를 과학적으로 명료하게 들어주라'이다.
그 정도의 언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실체에 대한 고민(예를 들어,단순하게 기술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체적 내용,명료한 근거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다.
또 하나는 이 문항이 단지 정해진 답을 얼마나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가를 요구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과학은 우리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진보하고 있다.
70년대 만화 영화나 80년대,90년대 공상과학영화에 나타나던 현상들이 벌써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출제자의 의도는 오히려 거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존재할 수 없다고 정해진 결론의 타당성을 위해 나름대로의 논거를 정립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도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히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앞부분에 영희가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왔다는 사실을 제시했을까?
과학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정말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지만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논술문을 전개하는 것이 정말 대책 없는 주장일까?
전제 중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동물 중에는 개미처럼 생긴 것이 없고 반대로 작은 몸집을 가진 곤충 중에는 코끼리처럼 생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크기와 모양에 대한 변화를 고려하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영양소가 문제가 된다면 코끼리처럼 커진 개미나 개미처럼 작아진 코끼리의 표피 구조의 변화,무게가 지닌 압력이 문제가 된다면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하체 형태나 재질 변화 등을 고려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사고는 과학에 대해 문외한인 인문학도의 어이없는 생각일 수도 있다.
과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이 문제를 생각의 고리로 삼은 것은 사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 논술이든,수리과학 논술이든 기본적으로 논술이다.
통합교과 논술을 강의하는 대학 교수의 말을 빌리면 논술고사를 채점할 때 A급,B급,C급,D급 답안이 있다고 한다.
그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①번으로 답하는 것은 대체로 B급,C급 답안일 것이다.
물론 B급 답안은 나름대로의 근거와 논리성을 모두 갖춘 반면,C급 답안은 그 점에서 다소의 부족함을 지닌 답안일 것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②,③,④번으로 답하는 모험을 할 수는 없을까?
사실 ①번으로 답하는 논리와 근거는 이미 영희가 탐구하여 제시한 자료에 그대로 나타난다.
논술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이 문제를 제시했을 때 ①번을 답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희의 생각을 넘어서지 못했다.
과연 제시된 근거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답을 출제자들이 의도했을까?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서울대학교에서 말이다.
물론 과학적인 지식과 체계적인 논리가 필요하겠지만 ①번이 아닌 답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 것이 A급 답안으로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은 어른들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영역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지 창의적이기만 한 것은 D급 답안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사고가 논리력과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면 비현실적이고 허구적인 언술에 불과하다.
그러한 언술은 글쓰기의 다른 영역인 허구적 글쓰기,문학적 글쓰기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면 학생들의 답안이 D급 답안에 머물지 않고 A급 답안으로 가기 위한 길이 무엇일까?
그것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통합교과 논술과 관련된 다양한 창의적 수업이다.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바람직한 사고를 정립해나가는 그런 수업 말이다.
확언하지만 사교육에서 그런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시스템 자체가 학교교육과는 이미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의 근거와 논리를 키우는 가장 본질적인 힘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던지는 '왜?'와 '정말 그럴까?'이다.
대구 경명여고 교사 tgnonsul@naver.com
'고질라'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영화에서 고질라는 방사선에 노출돼 길이가 40배나 커진 도마뱀이다.
과연 고질라와 같은 거대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면적은 길이의 제곱,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몸집이 커지더라도 개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조성이 작았을 때와 동일하다고 본다면, 개미의 몸은 부피와 비례해 증가한 하중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동물은 표면을 통해 외부에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몸집이 커짐에 따라 부피에 대한 표면적 비율이 줄어 각 세포가 공급받는 양도 같은 비율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포는 심각한 영양 부족 또는 산소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과학적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2008학년도 서울대학교 자연계 논술 1차 예시문항에 이러한 의문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었다.
논술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가 논술에 나름대로 깊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던 문제이다.
국어 교사인 내가 자연계 논술 문제에 감탄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통합이 아닌가?
먼저 주어진 논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제 : 거대한 곤충 모양의 괴물이 등장하는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돌아온 영희는 '사람보다 큰 개미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을 살펴보았더니 개미와 코끼리처럼 그 크기와 모양에 큰 차이가 있었는데,거대한 몸집을 가진 동물 중에는 개미처럼 생긴 것이 없고 반대로 작은 몸집을 가진 곤충 중에는 코끼리처럼 생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영희의 탐구 : 커졌을 때 대부분의 동물 뼈는 그 재질에 한계가 있어 압력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부러지거나 견딜 수 없게 된다. 작아졌을 때 동물의 모양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내부 세포는 심각한 영양 부족 또는 산소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 문제 : 영희가 고찰한 '크기와 모양의 관계'에 대한 원리를 근거로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 또는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가 존재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과학적으로 기술하시오.
먼저 전제 부분을 살펴보자.
'사람보다 더 큰 개미가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영희의 의문.
전제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 결론은 의외로 쉽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중에 개미처럼 생긴 거대한 동물은 없고 코끼리처럼 생긴 작은 곤충은 없으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영희가 탐구한 부분도 그렇다.
문제에서는 친절하게도 커졌을 때도 견딜 수 없고 작아져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크기와 모양,압력과 영양 관계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전제와 영희의 탐구에서 파악한 결론은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도,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도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끝난 논의가 아닌가?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의문이 발생한다.
'과연 그러한가?'라는 의문.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문제 부분을 살펴보면 일단 대답으로 나올 조건은 네 가지이다.
①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나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②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는 존재할 수 없으나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는 존재할 수 있다.
③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는 존재할 수 없으나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는 존재할 수 있다.
④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나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 모두 존재할 수 있다.
주어진 전제와 영희가 탐구한 과정을 참고로 할 때 대답은 이미 ①번이다.
대부분의 과학 교사의 생각과 예시문항을 분석한 논술 전문가들의 의견도 거의가 그런 방향으로 대답이 이루어졌다.
단지 물리와 화학,생물학적 지식을 골고루 동원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답안 작성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크기가 커지면 다리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없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넘어가서는 안되며 왜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와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가 존재할 수 없는지 근거를 과학적으로 명료하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각종 논술 관련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러한 답변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그러한 답변이 과연 학생들이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의 답변을 다시 정리하면 이 정도이다.
'존재할 수 없다,단순하게 기술하지 마라,근거를 과학적으로 명료하게 들어주라'이다.
그 정도의 언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실체에 대한 고민(예를 들어,단순하게 기술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체적 내용,명료한 근거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다.
또 하나는 이 문항이 단지 정해진 답을 얼마나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가를 요구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과학은 우리들의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진보하고 있다.
70년대 만화 영화나 80년대,90년대 공상과학영화에 나타나던 현상들이 벌써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출제자의 의도는 오히려 거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존재할 수 없다고 정해진 결론의 타당성을 위해 나름대로의 논거를 정립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도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히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앞부분에 영희가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왔다는 사실을 제시했을까?
과학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정말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지만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논술문을 전개하는 것이 정말 대책 없는 주장일까?
전제 중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동물 중에는 개미처럼 생긴 것이 없고 반대로 작은 몸집을 가진 곤충 중에는 코끼리처럼 생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크기와 모양에 대한 변화를 고려하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영양소가 문제가 된다면 코끼리처럼 커진 개미나 개미처럼 작아진 코끼리의 표피 구조의 변화,무게가 지닌 압력이 문제가 된다면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하체 형태나 재질 변화 등을 고려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사고는 과학에 대해 문외한인 인문학도의 어이없는 생각일 수도 있다.
과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이 문제를 생각의 고리로 삼은 것은 사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 논술이든,수리과학 논술이든 기본적으로 논술이다.
통합교과 논술을 강의하는 대학 교수의 말을 빌리면 논술고사를 채점할 때 A급,B급,C급,D급 답안이 있다고 한다.
그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①번으로 답하는 것은 대체로 B급,C급 답안일 것이다.
물론 B급 답안은 나름대로의 근거와 논리성을 모두 갖춘 반면,C급 답안은 그 점에서 다소의 부족함을 지닌 답안일 것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②,③,④번으로 답하는 모험을 할 수는 없을까?
사실 ①번으로 답하는 논리와 근거는 이미 영희가 탐구하여 제시한 자료에 그대로 나타난다.
논술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이 문제를 제시했을 때 ①번을 답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희의 생각을 넘어서지 못했다.
과연 제시된 근거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답을 출제자들이 의도했을까?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서울대학교에서 말이다.
물론 과학적인 지식과 체계적인 논리가 필요하겠지만 ①번이 아닌 답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 것이 A급 답안으로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은 어른들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영역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지 창의적이기만 한 것은 D급 답안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사고가 논리력과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면 비현실적이고 허구적인 언술에 불과하다.
그러한 언술은 글쓰기의 다른 영역인 허구적 글쓰기,문학적 글쓰기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면 학생들의 답안이 D급 답안에 머물지 않고 A급 답안으로 가기 위한 길이 무엇일까?
그것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통합교과 논술과 관련된 다양한 창의적 수업이다.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바람직한 사고를 정립해나가는 그런 수업 말이다.
확언하지만 사교육에서 그런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시스템 자체가 학교교육과는 이미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의 근거와 논리를 키우는 가장 본질적인 힘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던지는 '왜?'와 '정말 그럴까?'이다.
대구 경명여고 교사 tgnons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