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어리석고 이상국가는 지혜로운 철학자가 통치한다”

이번 주부터 연재되는 ‘실전 고전읽기’는 동서양의 고전을 중심으로 논제와 제시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생글생글 제153호에 실린 생글 추천 필독서 62선과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을 참고하여 그동안 출제빈도가 높은 고전을 중심으로 연재됩니다.

이 코너에 소개되는 고전을 완독하지는 못하더라도 소개되는 글을 꼼꼼히 읽어보시면 실제 논술시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 철인 정치를 주창한 플라톤

[실전 고전읽기] ① 플라톤의「국가」(政體·Politeia)
"철학은 플라톤이고,플라톤은 철학"이라는 시인 에머슨의 말처럼 플라톤은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인류 역사에 던져놓았다.

플라톤(BC 427~347)은 30인 과두정치와 이후 다시 부활한 아테네 민주정치를 경험하고,아테네 시민법정에 세워진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정치의 꿈을 접고 철학자의 길을 걷는다.

라파엘로(S. Raffaello)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은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를 그린 그림이다.

그림 중앙에서 하늘을 가리키며 걸어오는 사람이 바로 플라톤이다.

진리는 이 세상이 아닌 저 하늘에 이데아(idea)로 존재한다.

이 불변하는 이데아를 감각적 사물에 정신이 팔린 인간은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동굴에 묶여 벽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벽면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참된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상적 인간이란 이성에 의해 감각적 욕망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인간이다.

이상적 인간이 바로 철학자이며 우매한 대중이 아닌 현명한 전문가가 통치하는 국가가 이상국가이다.

「폴리테이아(Politeia)」는 플라톤의 정의관과 이상국가에 대한 구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흔히 「국가」로 알려졌지만 당시 도시국가인 폴리스(polis)와는 다른 의미이며 정확한 번역은 정체(政體)이다.

⊙ 올바름이란 절대적으로 변함이 없다

「국가」 1권은 '올바름(正義)이란 무엇인가?'라는 소크라테스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트라시마쿠스는 '올바름이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올바름과 올바른 것이란 실은 '남에게 좋은 것',즉 더 강한 자와 통치자에게 편익인 것이지만 복종하며 섬기는 자에게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인 반면에,'올바르지 못함'은 그 반대의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은,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은 강한 자에게 편익인 것을 행하여 그를 섬기며 행복하게 만들지언정 결코 자신들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

소크라테스 선생,이처럼 올바르지 못한 짓이 큰 규모로 저질러지는 경우에는,그것은 올바름보다도 더 강하고 자유로우며 전횡적인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듯이,올바른 것은 더 강한 자의 편익이지만 올바르지 못한 것은 자신을 위한 이득이며 편익입니다."

☞ 기출 논제 :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비판한 트라시마쿠스의 '올바른 것'에 대한 주장의 요지와 논거를 밝히고,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오늘의 현실과 관련하여 논의하시오. (99년 성균관대 정시)

소크라테스에 있어 올바른 것이란 언제나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것이다.

진정한 올바름은 타인의 평가나 가변적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트라시마쿠스는 올바른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고,올바르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이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기심'이 오히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낳는다.

트라시마쿠스의 생각에 따른다면 소크라테스의 올바름은 인간의 욕망과 현실을 무시하는 지나치게 관념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르지 못한 일이 더 큰 이익이 되는 사회를 용인한다면 처음에는 각자의 이익이 보장되겠지만 점차적으로 약육강식의 상황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익이 집중될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처럼 올바름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있어야 잘못된 사회구조의 개선이 가능하고 사람들의 자의적 판단에 휩쓸려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 인간 본성은 악하다 - 기게스의 반지

「국가」 2권의 기게스의 반지는 돌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절대반지처럼 반지를 낀 사람을 보이지 않게 해준다.

양치기 기게스는 반지의 힘을 이용해서 왕비와 모의하여 왕을 살해하고 왕국을 차지한다.

"그러니 만약에 이런 반지가 두 개 생겨서 하나는 올바른 사람이,그리고 다른 하나는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끼게 된다면,그런 경우에 올바름 속에 머무르면서 남의 것을 멀리하고 그것에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철석 같은 마음을 유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같이 생각됩니다.……

누구든 뒤탈 없이 올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할 경우에는,올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를 테니까요."

☞ 기출 논제 : 인간 본성의 관점에서 '기게스의 반지'를 분석하고,이를 근거로 바람직한 교육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2007년 건국대 수시1)

기게스의 반지는 인간 본성 자체가 선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올바르지 못한 일을 행하더라도 들키지만 않는다면 인간은 옳지 않은 행동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그대로 살리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악한 본성을 교정해서 더 나은 사람으로 변모시켜야 할 것이다.

⊙ 참을 수 없는 대중의 어리석음

플라톤은 참주정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면서 대중의 부정적인 속성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참주정체(僭主政體)는 아마도 민주정체(民主政體) 이외의 다른 어떤 정체에서도 조성되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즉 극단적인 자유에서 가장 심하고 야만스런 예속이 조성되어 나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대중은 손수 일을 하고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재산도 그다지 많이 갖지 못한 모든 사람일세.

이들이 집회라도 갖게 될 땐,민주 정체에 있어서는 이들이 최대 다수이며 주도권을 갖는 부류가 되네.……

그런데 대중은 언제나 어떤 한 사람을 앞장 세워,이 사람을 보살피고 키워 주는 버릇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참주가 자라나게 될 때는,(대중의) 선도자 격(格)인 뿌리 이외의 다른 어떤 것에서도 그 싹이 트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네."

☞ 기출 논제 : 플라톤의 「국가」에 나온 대중의 속성에 대해 분석하시오. (2007년 성균관대 수시1)

참주(僭主)란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독재적 지위에 오른 지배자를 일컫는다.

흔히 참주정체보다 민주정체가 훨씬 좋은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민주정체에서 참주정치가 나올 수 있다.

이는 대중의 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중은 정치 전문가가 아니므로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정확히 분석할 능력이 없다.

또한 대중은 자신의 이익이나 군중심리에 의해 선동이나 정치적 술수에 능한 사람을 밀어주는 성향이 있다.

인기에 영합하는 선동가를 앞세우는 대중의 어리석음은 참주를 만들어낸다.

민주정치는 중우정치로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중이 어리석다는 주장은 개인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지적 창의력이나 통찰력이 사라지고 평준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반대로 대중의 판단이 현명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수의 개체가 모여 얻는 지적 능력이 개체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차이에 따라 민주정체를 수용하는 입장도 달라진다.

⊙ 지혜로운 철학자가 통치하는 국가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인가?

플라톤은 완전한 지혜를 갖춘 철학자가 통치하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덕(德)을 잘 발휘하여 조화를 이룬 국가를 이상국가라고 생각하였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평등하지 않다.

지혜(Sophia)로운 철학자가 통치하고 용기(Andreia)의 덕을 지닌 군인이 수호하고,서민계급은 욕심을 절제(Sophrosyhne)한다.

플라톤에게 있어 정의란 지혜,용기,절제가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에게 알맞은 직분을 행하는 것이다.

이상국가는 어떤 한 계급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며,각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잘 수행할 때 국가가 번영하고 행복하게 된다.

자칫 플라톤의 정의는 지배자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플라톤이 말하는 이상국가는 사실상 전체주의 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20세기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Popper)는 비판한다.

※ 실전 논제 :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현대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평가하시오.

이은희 에듀한경 선임연구원 polaris11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