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 기계적으로 사고 팔아

[Make Money] 프로그램 매매는 증시를 뒤흔드는 ‘마녀’
지난 연말 우리 주식시장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렸다.

꼬리(선물시장)가 몸통(주식시장)을 흔드는 '웩더 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옵션과 현물(주식) 간 가격차를 이용, 기계적으로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선물이나 옵션시장과 연계해 주식의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선물·옵션 만기가 겹치는 날에는 '세마녀의 날'이니 '네 마녀의 날'이니 해서 증시 수급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이번 주는 지난 연말 화두로 떠올랐던 프로그램 매매에 대해 알아보자.

⊙ 프로그램 매매란

프로그램 매매는 주로 선물이나 옵션거래와 연관되어 있다.

선물은 미래 특정시점에 수량이나 가격 품질이 정해진 특정 대상물을 사전에 미리 체결한 가격(선물가격)으로 사고팔 것을 약속하는 거래다.

예를 들어 김치 제조업체가 1월에 농부와 3월 수확이 가능한 배추를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 3월 배추값이 미리 체결한 가격보다 오르면 김치 제조업체는 오른 폭만큼 이익을 보고 반면 내리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 같이 단순화된 거래를 발전시켜 놓은 게 선물거래다.

우리 증시에는 주식과 관련된 코스피200 선물이 있다.

코스피200 선물은 코스피200 지수를 거래 대상으로 한다.

코스피200 지수는 시가총액이 큰 200개 종목으로 구성돼 우리 증시의 등락을 보여주는 대표 지수이다.

시장이 오를 걸로 보면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하고 내릴 걸로 보면 '매도'해 이익을 낼 수 있다.

또한 미래 특정시점에 특정 대상물을 사고(콜옵션) 팔(풋옵션)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코스피200 옵션이다.

선물가격은 일반적으로 현물가격보다 비싸다.

코스피200 선물의 이론 가격은 코스피200 지수에다 금융비용을 더하고 배당수입을 빼서 구한다.

미리 사 두는 것이여서 사는 데 드는 기회비용(이자비용)만큼 비싼 셈이다.

코스피200 선물이 장내 수요에 따라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거래될 때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한다.

이는 선물에서 현물을 뺀 시장베이시스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선물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시장베이시스가 확대되면 고평가된 코스피200 선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코스피200 지수에 속한 주식들을 매수한 후 베이시스가 축소된 틈을 이용해 반대로 선물을 '매수'하고 주식들을 팔아 차익을 낼 수 있다.

이를 '매수차익거래'라고 한다.

거꾸로 고평가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 보유하다 반대매매를 통해 청산하는 건 '매도차익거래'라고 부른다.

한편 선물가격과 무관하게 15개 이상의 종목을 한꺼번에 사거나 파는 것도 프로그램 매매이다.

이는 주로 펀드 내 주식을 편입하거나 펀드를 청산할 때 주로 이뤄지며 위의 차익거래와 구분해 비차익거래라고 부른다.

⊙ 마녀가 활개친다?

선물·옵션 만기일에는 프로그램 매매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거래량이 급증하며 증시도 급변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만기일에 그동안 차익거래를 한꺼번에 청산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를 만기일 효과라 하고 이런 현상이 마치 마녀(witch)가 활개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해 붙여진 말이 '위칭데이'이다.

1986년 9월11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장 종료 전 1시간 동안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며 가격이 폭락한 현상을 '트리플 위칭데이'라 부른 데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도 코스피200 옵션 및 개별주식 옵션의 만기가 동시에 돌아오는 매월 두 번째 목요일은 더블 위칭데이다.

특히 3월과 6월 9월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은 코스피200 선물·옵션, 개별주식옵션의 동시만기일인 트리플 위칭데이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개별 주식 선물 만기일까지 더해져 분기월에는 '쿼드러플 위칭데이'가 됐다.

만기일 코스피200 지수의 종가로 선물시장의 최종 결제가격과 옵션의 권리의 행사 기준가격이 결정된다.

이로 인해 해당 종목의 만기일이 겹칠 경우 구조적으로 만기일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은 프로그램 매매동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연말 프로그램 매수, 연초 청산 반복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연말 연시 프로그램 매매가 돌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연말 배당락(최종 거래일 하루전) 전까지 프로그램 매매가 매수 우위를 보이다 연초 들어 1월 옵션만기일까지는 매도 우위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연말에 시장베이시스를 이용한 수익에다 배당을 노린 매수차익거래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반면 연초에는 배당투자 시기가 지나고 시장베이시스가 좁혀지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거꾸로 쏟아지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연말과 연초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서 연말(12월 선물옵션만기일이후 배당락 직전일)은 2003년 이후 순매수를 유지했으며, 연초(배당락일부터 1월 옵션만기일까지)는 2001년 이후 2005년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보였다.

지난 연말도 12월 선물·옵션만기일(11일) 이후부터 지난 26일까지 1조1200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됐다.

이 물량은 어떤 방식으로든 올 초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연초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유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