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다수결? 강압?… 대립된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풀까
<제시문>
가 참인 것과 좋은 것은 본성적으로 더 증명하기 쉽고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몸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데 반해 말을 사용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연설을 사용하는 것이 몸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연설의 능력을 정의롭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은 커다란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고 하자.
하지만 그런 일은 도덕적인 덕 이외의 모든 유용한 것에 공통된 점이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것들은 해악의 위험성도 가장 큰 법이다.
강한 체력,건강,부,용병술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정의롭게 사용하면 유익함이 더없이 크지만 정의롭지 않게 사용하면 더없이 큰 해악을 낳는다. ……[중략]……
수사학이란 주제가 무엇이든 그에 유효한 설득의 수단을 찾는 능력이다.
이것은 다른 학문 분야에는 없는 기능이다.
다른 모든 학문 분야는 그 나름의 고유한 주제에 대해 가르치거나 설득할 수 있다.
예컨대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대해,기하학은 도형의 속성들에 대해,수학은 수에 대해 가르치거나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수사학은 우리에게 어떤 주제가 주어지든 그것을 설득할 수단을 찾는 능력이다.
수사학은 한계를 갖는 특정한 주제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
연설에 사용하는 설득의 수단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연설가의 성품이다.
둘째는 청중을 특정한 감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연설 자체가 제공하는 논거나 논거임직한 것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설득 수단은 연설가의 성품에서 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믿고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서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기도 하지만,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에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연설가의 훌륭한 성품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옳지 않다.
사람들이 연설에 의해 설득되는 두 번째 경우는 연설이 청중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고무할 때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슬픈지 기쁜지 또는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에 따라 어떤 것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설득력 있는 논증을 적합하게 사용하여 진리나 진리임직한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면,이때 설득은 연설 자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하느님 은혜와 동포들의 애호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를 받는 나로서는 일변 감격한 마음과 일변 감당키 어려운 책임을 지고 두려운 생각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중략]……
오늘 대통령으로서 선서하는 이 자리에 하느님과 동포 앞에서 나의 직책을 다하기로 한층 더 결심하며 맹서합니다.
따라서 여러 동포들도 오늘 한층 더 분발해서 각각 자기의 몸을 잊어버리고 민족 전체의 행복을 위하여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영광스럽고 신성한 직책을 다하도록 마음으로 맹서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나에게 맡기는 직책은 누구나 한 사람의 힘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중대한 책임을 내가 감히 부담할 때에 내 기능이나 지혜를 믿고 나서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직 전국 애국남녀의 합심 합력으로써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바입니다.
이번 우리 총선거의 대성공을 모든 우방(友邦)들이 축하하기에 이른 것은 우리 애국남녀가 단단한 애국성심(誠心)으로 각각의 책임을 다한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국회 성립 또한 완전무결한 민주제도로 조직되어 두세 개 정당이 그 안에 대표가 되고 무소속과 좌익 색채로 지목받는 대의원이 또한 여럿이 있게 된 것입니다.
기왕의 경험으로 추측하면 이 많은 국회의원 중에서 사상(思想) 충돌로 분쟁 분열을 염려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극렬한 쟁론(爭論)이 있다가도 필경 표결될 때에는 다 공정한 자유의견을 표시하여 순리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다 민의(民意)대로 다수의 의견에 따라 통과된 후에는 아무 이의 없이 다 일심(一心)으로 복종하게 되므로 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 내에 원만히 해결하여 오늘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니 국회의원 일동과 전문위원 여러분의 애국성심을 우리가 다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중략]……
기왕에도 말한 바이지만 민주정부는 백성이 주장하지 않으면 그 정권이 필경 정객과 파당의 손에 떨어져서 전국이 위험한 데 빠지는 법이니 일반 국민은 다 각각 제 직책을 행해서 먼저 우리 정부를 사랑하며 보호해야 될 것입니다.
내 집을 내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필경은 남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됩니다.
과거 40년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의로운 자를 보호하고 불의(不義)한 자를 물리쳐서 의(義)가 서고 사(邪)가 물러가야 할 것입니다.
전에는 임금이 소인(小人)을 가까이 하고 현인(賢人)을 멀리하면 나라가 위태하다 하였으나 지금은 백성이 주장이므로 민중이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을 명백히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다 칸은 조선 임금에게 국서를 보내어,명의 연호를 버리고 명에 대한 사대를 청으로 바꿀 것과 왕자와 대신을 인질로 보내 군신의 예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머리를 길게 땋고 양가죽 옷을 걸친 사신이 호위 군사를 부려서 칸의 국서를 수레 위에 받들어 왔다.
칸의 문장은 거침없고 꾸밈이 없었으며,창으로 범을 찌르듯 달려들었다.
그 문장은 번뜩이는 눈매에서 나온 듯했다.
내가 이미 천자의 자리에 올랐으니,땅 위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나를 황제로 여김은 천도에 속하는 일이지,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또 내가 칙으로 명하고 조로 가르치고 스스로 짐을 칭함은 내게 속하는 일이지,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네가 명을 황제라 칭하면서 너의 신하와 백성들이 나를 황제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까닭을 말하라.
또 너희가 나를 도적이며 오랑캐라고 부른다는데,네가 한 고을의 임금으로서 비단옷을 걸치고 기와지붕 밑에 앉아서 도적을 잡지 않는 까닭을 듣고자 한다.
하늘의 뜻이 땅 위의 대세를 이루어 황제는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다.
네가 그 어두운 산골짜기 나라에 들어앉아서 천도를 경영하며 황제를 점지하느냐.
황제가 너에게서 비롯하며,천하가 너에게서 말미암는 것이냐.
너는 대답하라.……
너의 아들과 대신을 나에게 보내 기뻐서 스스로 따르는 뜻을 보여라.
너희의 두려움을 내 모르지 않거니와,작은 두려움을 끝내 두려워하면 마침내 큰 두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임금이니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라.너의 아들이 준수하고 총명하며,대신들의 문장이 곱고 범절이 반듯해서 옥같이 맑다 하니 가까이 두려 한다.
내 어여삐 쓰다듬고 가르쳐서 너희의 충심이 무르익어 아름다운 날에 마땅히 좋은 옷을 입혀서 돌려보내겠다.
대저 천자의 법도는 무위(武威)를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말 먼지와 눈보라는 내 본래 즐기는 바가 아니다.
내가 너희의 궁벽한 강토를 짓밟아 네 백성들의 시체와 울음 속에서 나의 위엄을 드러낸다 하여도 그것을 어찌 상서롭다 하겠느냐.
그러므로 너는 내가 먼 동쪽의 강들이 얼기를 기다려서 군마를 이끌고 건너가야 하는 수고를 끼치지 말라.
너의 좁은 골짜기의 아둔함을 나는 멀리서 근심한다. ……
<문제1>제시문(가)(나)(다)는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에 관한 것이다.
세방식의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문제2>제시문(가)(나)(다)에 나타난 해결 방식 가운데 가장 적절한 것을 하나 선택하고 근거를
밝히시오.
또 그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시오. (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해제>
연세대학교 2009학년도 논술 문제는 그간의 출제 경향을 충실히 반영해 출제되었다.
제시문에 여러 글과 도표를 배치해 공통의 주제를 파악하여 분석하는 이해력,자신의 의견을 창의적으로 개진하는 비판적 능력,그리고 주제를 고려해 도표를 적절히 활용하여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독창적인 해석 능력을 가늠하고자 했다.
다만 약간 흥미로웠던 점은 이번 연도에 발표한 모의고사에서는 2문항으로 논제가 구성되었으나 실제 11월 시험에서는 기존 3문항 형식으로 논제가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항의 수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그 실질은 변함이 없었다.
모의고사에서 각 제시문의 주제를 파악한 다음 비판적으로 접근하라는 복합적 요구를 했던 첫 번째 문항이 11월의 시험에서는 1번과 2번의 논제로 요구사항을 각각 분리해 출제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선 1번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각 제시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보도록 하자.
그런데 1번 논제는 친절하게도 제시문 (가),(나),(다)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어진 세 제시문이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에 관한 글이라고 미리 귀띔해 주어,수험생이 주제 파악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하고 제시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제시문 (가),(나),(다)의 주장을 비교하고 제시문 (가)의 주장이 타당한지 따져보시오"라고 요구했던 모의고사의 논제에 비해 수험생의 부담은 한결 덜어진 셈이다.
이 덕분에 1번 논제에서는 각 제시문의 독자성을 파악하는 노력만 들이면 된다.
그리고 세 제시문의 논지 또한 별다른 어려움없이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제시문 (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일부 발췌한 글로서,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할 때,'설득'을 그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 설득의 수단을 찾는 능력이라고 설파하면서 그 유용성을 말한다.
또한 설득의 세 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는데,연설가의 훌륭한 성품을 통한 설득(ethos),청중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pathos),논증을 통한 설득(logos)을 제시한다.
제시문 (나)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1948년 취임사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연설문 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논제에서 귀띔한 대로 이해가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서 읽으면 된다.
짧지 않은 분량의 제시문 (나)에서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하는 부분은,"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극렬한 쟁론이 있다가도 필경 표결될 때에는 다 공정한 자유의견을 표시하여 순리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다 민의대로 다수의 의견에 따라 통과된 후에는 아무 이의 없이 다 일심으로 복종하게 되므로 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 내에 원만히 해결하여 오늘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에서 해방 이후 한국의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혼재하고 충돌이 빈발하였으나 궁극적으로는 다수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제시문 (다)는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서 발췌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겨울 청나라 군대가 국경을 침입하자 강화도로 몽진하던 인조가 적군의 진격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 강화도를 피난처로 삼지는 못하고 몽진 행렬을 남한산성으로 돌린 이후의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제시문에 인용된 부분은 척화(斥和)와 주화(主和)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조와 조정 대신들에게 청의 '칸'이 복종을 요구하는 국서를 보낸 장면이다.
청의 태종은 만주 전역을 석권한 그들의 위세를 조선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군신(君臣)의 태도를 보일 것을 원하지만 조선 조정은 청에 대한 복속을 거부하고 강경한 항전 의사를 보인다.
청 태종은 이러한 대립상황을 패권에 기반한 '강요'의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10만 군사를 거느리고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 태종은 상대방에 대한 폄하와 조롱에서 시작하는 국서 속에서 자신의 요구를 조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무력으로 제압하겠다고 위협하는 목소리를 낸다.
도덕이나 논리가 아니라 힘에 의거하여 문제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요컨대 제시문 (가)에 나타난 해결방식은 '설득'이고,제시문 (나)에 나타난 해결방식은 '다수결'이며,제시문 (다)에 나타난 해결방식은 '강압'이다.
대립 상황의 해결이라는 공통 주제의 관점에서 제시문들을 독해한다면 각 방식 간의 차이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답안에 담아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2번 논제로 넘어가자.2번 논제는 대립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인 설득,다수결,강압 중 자신이 선택한 것을 타당한 논거를 들어 주장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방식의 단점을 파악하여 그 보완책을 창의적으로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이다.
1번 논제에서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분석을 하였는데 이를 토대로 하여 본인이 선택한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유의할 점은,'그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답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반론-재반론'의 형식을 통해 수험생의 비판적 사고력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학교 측의 의도가 논제에 잘 반영되어 있다.
수험생은 '설득' 내지는 '다수결'의 한 방식을 선택하고 탄탄한 논거를 통해 자신의 선택에 타당성과 설득력을 부여하여야 한다.
'강압'을 바람직한 해결 방식으로 택한 수험생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폭력적이며 일방적인 문제해결 방식인 강압을 옹호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가 다루고 있는 병자호란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대립 상황에서 결국 인조가 동북아 헤게모니를 인정해 청 태종에게 삼전도의 항례(抗禮)를 바치기는 했지만 말이다.
'강압'의 방식에 의해 이른바 '찍어 내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내재적인 갈등이 억눌려 있다가 언제 표출될지 모르는 일이다. (오죽 이 방식이 싫었으면 뉴스에서 보도한 대로 이를 못마땅해 하여서 삼전도비를 훼손한 사람도 있겠는가!)
대부분의 답안은 '설득' 아니면 '다수결' 양자 중 하나의 방식을 택해 논의가 전개되었을 것인데,2008년은 빈번한 사회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여주었던 시기이니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논거를 구성할 수 있었다.
만약 '설득'의 방식을 선택했다면 구성원의 의견 조율과 만족,다양한 의견의 수렴을 통한 변증법적 발전 등을 합리적 논거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통'을 화두로 하는 시사 진단을 통해 현 정부의 소통 능력을 논하면서 설득력 있는 논거를 구성한다면 시의적절한 논거 세우기가 된다.
국책 사업이나 타국과의 협상력을 논하면서 국내의 일이든 국제의 일이든 '설득'의 능력이 중요함을 강조할 수 있다.
물론 '설득'의 방식이 가지는 단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는 제시문 (나)에서 다수결 방식으로 인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 내에 원만히 해결'하였다고 하는 구절을 보아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표결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다수결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설득의 방식은 비능률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또한 설득의 힘이 유효하게 발휘되지 않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지도 본질적 난제로 남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수결'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여러 장단점을 논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 간의 이해 관계나 의견 대립을 조정하여 합의를 구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만장일치'이지만 전원의 합의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소수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구현할 수 있으며 민의를 반영하여야 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다수결에 의한 해결이 과연 합리적이며 사회 정의와 보편성에 부합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횡포'라는 말대로,다수결은 다수의 이름으로 불합리한 결정마저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는데,나치즘이 횡행했던 히틀러 정권이 민주주의 표결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출발하였다는 점은 좋은 역사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침묵 내지는 희생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결 방식은 한계를 지니며 소수가 표결에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 이상 잠재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
다수결이 문제 해결 방식으로 적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소수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만약 소수파가 다수결 결정에 반발하거나 비협조하는 경우 현재의 국회 파행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여야 간 의견 차이가 다수결에 의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직권상정에 의해 법안이 처리될 때마다 여야는 날치기 논쟁을 벌여오고 있다.
특히 1996년 12월 신한국당이 노동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처리하자 야당의 심사 청구로 헌법재판소는 곤란한 판결을 내려야만 했다.
이처럼 국회의 정쟁은 다수결이 지닌 한계를 비판하는 생생한 논거가 될 수 있다.
수험생은 어느 방식을 택했건 간에 자신의 입장이 가진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bbr@nonsul.com
<제시문>
가 참인 것과 좋은 것은 본성적으로 더 증명하기 쉽고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몸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데 반해 말을 사용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연설을 사용하는 것이 몸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연설의 능력을 정의롭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은 커다란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고 하자.
하지만 그런 일은 도덕적인 덕 이외의 모든 유용한 것에 공통된 점이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것들은 해악의 위험성도 가장 큰 법이다.
강한 체력,건강,부,용병술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정의롭게 사용하면 유익함이 더없이 크지만 정의롭지 않게 사용하면 더없이 큰 해악을 낳는다. ……[중략]……
수사학이란 주제가 무엇이든 그에 유효한 설득의 수단을 찾는 능력이다.
이것은 다른 학문 분야에는 없는 기능이다.
다른 모든 학문 분야는 그 나름의 고유한 주제에 대해 가르치거나 설득할 수 있다.
예컨대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대해,기하학은 도형의 속성들에 대해,수학은 수에 대해 가르치거나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수사학은 우리에게 어떤 주제가 주어지든 그것을 설득할 수단을 찾는 능력이다.
수사학은 한계를 갖는 특정한 주제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
연설에 사용하는 설득의 수단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연설가의 성품이다.
둘째는 청중을 특정한 감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연설 자체가 제공하는 논거나 논거임직한 것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설득 수단은 연설가의 성품에서 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믿고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서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기도 하지만,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에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연설가의 훌륭한 성품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옳지 않다.
사람들이 연설에 의해 설득되는 두 번째 경우는 연설이 청중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고무할 때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슬픈지 기쁜지 또는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에 따라 어떤 것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설득력 있는 논증을 적합하게 사용하여 진리나 진리임직한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면,이때 설득은 연설 자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 여러 번 죽었던 이 몸이 하느님 은혜와 동포들의 애호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를 받는 나로서는 일변 감격한 마음과 일변 감당키 어려운 책임을 지고 두려운 생각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중략]……
오늘 대통령으로서 선서하는 이 자리에 하느님과 동포 앞에서 나의 직책을 다하기로 한층 더 결심하며 맹서합니다.
따라서 여러 동포들도 오늘 한층 더 분발해서 각각 자기의 몸을 잊어버리고 민족 전체의 행복을 위하여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영광스럽고 신성한 직책을 다하도록 마음으로 맹서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나에게 맡기는 직책은 누구나 한 사람의 힘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중대한 책임을 내가 감히 부담할 때에 내 기능이나 지혜를 믿고 나서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직 전국 애국남녀의 합심 합력으로써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바입니다.
이번 우리 총선거의 대성공을 모든 우방(友邦)들이 축하하기에 이른 것은 우리 애국남녀가 단단한 애국성심(誠心)으로 각각의 책임을 다한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국회 성립 또한 완전무결한 민주제도로 조직되어 두세 개 정당이 그 안에 대표가 되고 무소속과 좌익 색채로 지목받는 대의원이 또한 여럿이 있게 된 것입니다.
기왕의 경험으로 추측하면 이 많은 국회의원 중에서 사상(思想) 충돌로 분쟁 분열을 염려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극렬한 쟁론(爭論)이 있다가도 필경 표결될 때에는 다 공정한 자유의견을 표시하여 순리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다 민의(民意)대로 다수의 의견에 따라 통과된 후에는 아무 이의 없이 다 일심(一心)으로 복종하게 되므로 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 내에 원만히 해결하여 오늘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니 국회의원 일동과 전문위원 여러분의 애국성심을 우리가 다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중략]……
기왕에도 말한 바이지만 민주정부는 백성이 주장하지 않으면 그 정권이 필경 정객과 파당의 손에 떨어져서 전국이 위험한 데 빠지는 법이니 일반 국민은 다 각각 제 직책을 행해서 먼저 우리 정부를 사랑하며 보호해야 될 것입니다.
내 집을 내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필경은 남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됩니다.
과거 40년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의로운 자를 보호하고 불의(不義)한 자를 물리쳐서 의(義)가 서고 사(邪)가 물러가야 할 것입니다.
전에는 임금이 소인(小人)을 가까이 하고 현인(賢人)을 멀리하면 나라가 위태하다 하였으나 지금은 백성이 주장이므로 민중이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을 명백히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다 칸은 조선 임금에게 국서를 보내어,명의 연호를 버리고 명에 대한 사대를 청으로 바꿀 것과 왕자와 대신을 인질로 보내 군신의 예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머리를 길게 땋고 양가죽 옷을 걸친 사신이 호위 군사를 부려서 칸의 국서를 수레 위에 받들어 왔다.
칸의 문장은 거침없고 꾸밈이 없었으며,창으로 범을 찌르듯 달려들었다.
그 문장은 번뜩이는 눈매에서 나온 듯했다.
내가 이미 천자의 자리에 올랐으니,땅 위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나를 황제로 여김은 천도에 속하는 일이지,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또 내가 칙으로 명하고 조로 가르치고 스스로 짐을 칭함은 내게 속하는 일이지,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네가 명을 황제라 칭하면서 너의 신하와 백성들이 나를 황제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까닭을 말하라.
또 너희가 나를 도적이며 오랑캐라고 부른다는데,네가 한 고을의 임금으로서 비단옷을 걸치고 기와지붕 밑에 앉아서 도적을 잡지 않는 까닭을 듣고자 한다.
하늘의 뜻이 땅 위의 대세를 이루어 황제는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다.
네가 그 어두운 산골짜기 나라에 들어앉아서 천도를 경영하며 황제를 점지하느냐.
황제가 너에게서 비롯하며,천하가 너에게서 말미암는 것이냐.
너는 대답하라.……
너의 아들과 대신을 나에게 보내 기뻐서 스스로 따르는 뜻을 보여라.
너희의 두려움을 내 모르지 않거니와,작은 두려움을 끝내 두려워하면 마침내 큰 두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임금이니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라.너의 아들이 준수하고 총명하며,대신들의 문장이 곱고 범절이 반듯해서 옥같이 맑다 하니 가까이 두려 한다.
내 어여삐 쓰다듬고 가르쳐서 너희의 충심이 무르익어 아름다운 날에 마땅히 좋은 옷을 입혀서 돌려보내겠다.
대저 천자의 법도는 무위(武威)를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말 먼지와 눈보라는 내 본래 즐기는 바가 아니다.
내가 너희의 궁벽한 강토를 짓밟아 네 백성들의 시체와 울음 속에서 나의 위엄을 드러낸다 하여도 그것을 어찌 상서롭다 하겠느냐.
그러므로 너는 내가 먼 동쪽의 강들이 얼기를 기다려서 군마를 이끌고 건너가야 하는 수고를 끼치지 말라.
너의 좁은 골짜기의 아둔함을 나는 멀리서 근심한다. ……
<문제1>제시문(가)(나)(다)는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에 관한 것이다.
세방식의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문제2>제시문(가)(나)(다)에 나타난 해결 방식 가운데 가장 적절한 것을 하나 선택하고 근거를
밝히시오.
또 그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시오. (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해제>
연세대학교 2009학년도 논술 문제는 그간의 출제 경향을 충실히 반영해 출제되었다.
제시문에 여러 글과 도표를 배치해 공통의 주제를 파악하여 분석하는 이해력,자신의 의견을 창의적으로 개진하는 비판적 능력,그리고 주제를 고려해 도표를 적절히 활용하여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독창적인 해석 능력을 가늠하고자 했다.
다만 약간 흥미로웠던 점은 이번 연도에 발표한 모의고사에서는 2문항으로 논제가 구성되었으나 실제 11월 시험에서는 기존 3문항 형식으로 논제가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항의 수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그 실질은 변함이 없었다.
모의고사에서 각 제시문의 주제를 파악한 다음 비판적으로 접근하라는 복합적 요구를 했던 첫 번째 문항이 11월의 시험에서는 1번과 2번의 논제로 요구사항을 각각 분리해 출제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선 1번 논제가 요구하는 대로,각 제시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보도록 하자.
그런데 1번 논제는 친절하게도 제시문 (가),(나),(다)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어진 세 제시문이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에 관한 글이라고 미리 귀띔해 주어,수험생이 주제 파악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하고 제시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제시문 (가),(나),(다)의 주장을 비교하고 제시문 (가)의 주장이 타당한지 따져보시오"라고 요구했던 모의고사의 논제에 비해 수험생의 부담은 한결 덜어진 셈이다.
이 덕분에 1번 논제에서는 각 제시문의 독자성을 파악하는 노력만 들이면 된다.
그리고 세 제시문의 논지 또한 별다른 어려움없이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제시문 (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일부 발췌한 글로서,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할 때,'설득'을 그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 설득의 수단을 찾는 능력이라고 설파하면서 그 유용성을 말한다.
또한 설득의 세 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는데,연설가의 훌륭한 성품을 통한 설득(ethos),청중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pathos),논증을 통한 설득(logos)을 제시한다.
제시문 (나)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1948년 취임사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 연설문 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논제에서 귀띔한 대로 이해가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서 읽으면 된다.
짧지 않은 분량의 제시문 (나)에서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하는 부분은,"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극렬한 쟁론이 있다가도 필경 표결될 때에는 다 공정한 자유의견을 표시하여 순리적으로 진행하게 되므로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다 민의대로 다수의 의견에 따라 통과된 후에는 아무 이의 없이 다 일심으로 복종하게 되므로 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 내에 원만히 해결하여 오늘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에서 해방 이후 한국의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혼재하고 충돌이 빈발하였으나 궁극적으로는 다수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제시문 (다)는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서 발췌했다.
'남한산성'은 1636년 겨울 청나라 군대가 국경을 침입하자 강화도로 몽진하던 인조가 적군의 진격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 강화도를 피난처로 삼지는 못하고 몽진 행렬을 남한산성으로 돌린 이후의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제시문에 인용된 부분은 척화(斥和)와 주화(主和) 사이에서 번민하는 인조와 조정 대신들에게 청의 '칸'이 복종을 요구하는 국서를 보낸 장면이다.
청의 태종은 만주 전역을 석권한 그들의 위세를 조선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군신(君臣)의 태도를 보일 것을 원하지만 조선 조정은 청에 대한 복속을 거부하고 강경한 항전 의사를 보인다.
청 태종은 이러한 대립상황을 패권에 기반한 '강요'의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10만 군사를 거느리고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 태종은 상대방에 대한 폄하와 조롱에서 시작하는 국서 속에서 자신의 요구를 조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무력으로 제압하겠다고 위협하는 목소리를 낸다.
도덕이나 논리가 아니라 힘에 의거하여 문제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요컨대 제시문 (가)에 나타난 해결방식은 '설득'이고,제시문 (나)에 나타난 해결방식은 '다수결'이며,제시문 (다)에 나타난 해결방식은 '강압'이다.
대립 상황의 해결이라는 공통 주제의 관점에서 제시문들을 독해한다면 각 방식 간의 차이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답안에 담아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2번 논제로 넘어가자.2번 논제는 대립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인 설득,다수결,강압 중 자신이 선택한 것을 타당한 논거를 들어 주장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방식의 단점을 파악하여 그 보완책을 창의적으로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이다.
1번 논제에서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분석을 하였는데 이를 토대로 하여 본인이 선택한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유의할 점은,'그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답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반론-재반론'의 형식을 통해 수험생의 비판적 사고력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학교 측의 의도가 논제에 잘 반영되어 있다.
수험생은 '설득' 내지는 '다수결'의 한 방식을 선택하고 탄탄한 논거를 통해 자신의 선택에 타당성과 설득력을 부여하여야 한다.
'강압'을 바람직한 해결 방식으로 택한 수험생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폭력적이며 일방적인 문제해결 방식인 강압을 옹호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가 다루고 있는 병자호란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대립 상황에서 결국 인조가 동북아 헤게모니를 인정해 청 태종에게 삼전도의 항례(抗禮)를 바치기는 했지만 말이다.
'강압'의 방식에 의해 이른바 '찍어 내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내재적인 갈등이 억눌려 있다가 언제 표출될지 모르는 일이다. (오죽 이 방식이 싫었으면 뉴스에서 보도한 대로 이를 못마땅해 하여서 삼전도비를 훼손한 사람도 있겠는가!)
대부분의 답안은 '설득' 아니면 '다수결' 양자 중 하나의 방식을 택해 논의가 전개되었을 것인데,2008년은 빈번한 사회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여주었던 시기이니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논거를 구성할 수 있었다.
만약 '설득'의 방식을 선택했다면 구성원의 의견 조율과 만족,다양한 의견의 수렴을 통한 변증법적 발전 등을 합리적 논거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통'을 화두로 하는 시사 진단을 통해 현 정부의 소통 능력을 논하면서 설득력 있는 논거를 구성한다면 시의적절한 논거 세우기가 된다.
국책 사업이나 타국과의 협상력을 논하면서 국내의 일이든 국제의 일이든 '설득'의 능력이 중요함을 강조할 수 있다.
물론 '설득'의 방식이 가지는 단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는 제시문 (나)에서 다수결 방식으로 인해 '중대한 일을 조속한 한도 내에 원만히 해결'하였다고 하는 구절을 보아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표결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다수결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설득의 방식은 비능률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또한 설득의 힘이 유효하게 발휘되지 않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지도 본질적 난제로 남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수결'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여러 장단점을 논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 간의 이해 관계나 의견 대립을 조정하여 합의를 구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만장일치'이지만 전원의 합의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소수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구현할 수 있으며 민의를 반영하여야 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다수결에 의한 해결이 과연 합리적이며 사회 정의와 보편성에 부합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횡포'라는 말대로,다수결은 다수의 이름으로 불합리한 결정마저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는데,나치즘이 횡행했던 히틀러 정권이 민주주의 표결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출발하였다는 점은 좋은 역사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침묵 내지는 희생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결 방식은 한계를 지니며 소수가 표결에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 이상 잠재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
다수결이 문제 해결 방식으로 적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소수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만약 소수파가 다수결 결정에 반발하거나 비협조하는 경우 현재의 국회 파행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여야 간 의견 차이가 다수결에 의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직권상정에 의해 법안이 처리될 때마다 여야는 날치기 논쟁을 벌여오고 있다.
특히 1996년 12월 신한국당이 노동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처리하자 야당의 심사 청구로 헌법재판소는 곤란한 판결을 내려야만 했다.
이처럼 국회의 정쟁은 다수결이 지닌 한계를 비판하는 생생한 논거가 될 수 있다.
수험생은 어느 방식을 택했건 간에 자신의 입장이 가진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홍보람 S·논술 선임연구원 nikeb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