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합격선 높아질듯…수리가 당락에 큰 영향
[기획] 수능 성적도 나오고… 대입 정시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난 10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되고 성적표가 각 수험생들에게 통보됐다.

이에 따라 대입 정시모집 레이스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 수능 성적표에는 응시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등급이 기재됐다.

이번 수능 성적은 대체로 변별력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성적분포가 비교적 고르게 나타난 데다 언어와 수리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크게 높아져 최상위권의 변별력도 확보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학생 비율은 언어 4.23%(2만3615명), 수리 가형 4.08%(4965명), 수리 나형 4.22%(1만6795명), 외국어 4.27%(2만3590명) 등이다.

⊙ 변별력 확보에는 성공

언어와 수리 가형,수리 나형,외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0점·154점·158점·136점으로 2007학년도(2008학년도는 수능등급제로 최고점 발표 없음)에 비해 각각 8점·9점·18점·2점 상승했다.

특히 수리 영역의 표준점수가 높아져 수리가 올 대입에서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지난 3월부터 수리영역을 어렵게 출제하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성적분포도 고르게 나타났다"고 흡족해하고 있어 2010학년도에도 수리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는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수리 가형의 경우 대학들이 가산점을 주면서 응시자의 감소폭이 줄었다.

또 인문계 학생들의 수리영역 포기가 줄고 일부 자연계 중하위권 학생들이 점수 향상을 목적으로 수리 나형으로 이동하면서 수리 나형 응시자도 늘었다.

올해는 수리 나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형보다 높아 교차지원을 고려하는 일부 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수리 나형 응시자가 다소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가형에 가산점을 주는 대학들이 많으므로 대학별 반영비율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성신여대 등 백분위를 사용하는 일부 대학은 가산점을 감안하더라도 수리 나형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탐구영역 난이도 조절은 실패

탐구영역은 사회탐구와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사회탐구가 14점(경제 83점·국사 69점), 과학탐구가 6점(지구과학I 73점·물리I 67점), 직업탐구가 11점(정보기술기초 80점·농업이해 69점), 제2외국어·한문이 31점(아랍어 100점·프랑스어 69점) 등으로 나타나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여전히 발생했다.

특히 아랍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00점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아랍어는 잘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조금만 잘해도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른 과목보다 원점수가 낮더라도 전체 평균이 낮기 때문에 표준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이유로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한 곳도 없음에도 응시생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에서 응시자수 1위(비중 29.4%)를 차지했을 정도다.

제2외국어·한문에 대해 탐구영역 1과목과 대체해주는 고려대 성균관대, 가산점을 주는 건국대 한국외대 등에서는 아랍어 점수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된다.

⊙ 대입 정시모집 18일부터 시작

수능점수가 발표되고 2009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18일부터 시작되면서 대입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이 모두 16만6570명을 선발한다.

어렵게 출제된 수리영역의 영향으로 최상위권의 표준점수가 올라가 상위권 대학의 예상 합격선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영역별 성적을 갖고 대학별 환산점수를 내야 하고 이를 통해 지원 가능한 대학을 골라야 한다.

수험생들은 세 번 주어지는 기회를 활용해 가장 적합한 곳에 지원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원서접수는 '가'군과 '나'군이 18일부터 23일까지다.

'다'군은 19일부터 24일까지 접수한다.

인터넷으로만 원서를 접수하거나 인터넷과 창구접수를 병행하는 대학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대학은 창구접수만 하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접수방법을 잘 확인해야 한다.

수능성적만으로 정시모집 인원의 최대 절반까지 선발하는 대학이 지난해 11개교에서 올해 71개교(지방 분교 포함)로 대폭 늘어났다.

수능 반영비율을 작년보다 높인 곳도 많아졌다.

반면 많은 대학들이 올해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논술 실시 대학은 지난해 45개교에서 올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인문계열 등 13개교,자연계열은 서울대와 인하대 등 2개교로 대폭 줄었다.

논술 반영비율도 서울대가 30%로 가장 높고 나머지 대학들은 대부분 10% 이하에 그치고 있다.

학생부의 경우 서울대가 50%(인문사회계열 기준),한양대 부산교대 등이 각각 40%를 반영한다.

나머지 대학들은 30% 이하로 반영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수능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들도 점수환산 방식이 각각 다르다.

진학사에 따르면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 91개로 가장 많고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이 58곳,등급을 활용하는 대학이 27곳이다.

이 밖에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 24곳,백분위와 등급을 활용하는 대학이 6곳,표준점수와 등급을 활용하는 대학이 2곳,3가지를 다 활용하는 대학이 5곳 등이다.

⊙ 수시합격자는 정시 지원 안돼

수시 1학기 또는 2학기 모집에 지원해 1개 대학이라도 합격한 사람은 등록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가,나,다 등 모집군이 같은 대학에도 복수지원이 안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업대와 전문대는 모집군 제한이 없다.

모든 전형일정이 끝난 뒤 입학 학기가 같은 2개 이상 대학에 이중등록을 해선 안 되며 이중등록과 지원제한 금지원칙을 위반할 경우 합격이 취소된다.

정태웅 한국경제신문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