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SOC투자 등 최대 1조달러 경기부양책 발표

[Focus] 오바마의 新뉴딜 정책, 美경제 회생 ‘불씨’ 살릴까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세기 만에 최대 규모의 재정을 도로와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하기로 하는 등 경제회생 계획 5대 골자를 내놨다.

이른바 오바마의 '21세기판 신(新)뉴딜(New Deal) 정책'이다.

당초 약속한 2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다.

오바마 당선인은 6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지난 11월 34년 만의 최대인 53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어 우리는 당장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경제회생 계획을 제시했다.

그가 이날 회생 계획에 필요한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민주당에서는 5000억~7000억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 법안을 추진 중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도로 및 교량 개선에 대해 "1950년대(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시) 연방고속도로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단일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수백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회가 643억달러 정도를 승인해도 곧바로 5000개 이상의 고속도로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또 7일 미 NBC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인 '언론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하지만 어떤 구제금융도 완전한 구조조정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미국 의회와 연방정부는 단기 구제금융을 지원해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자동차 '빅3'의 파산을 막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금융시장 규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오바마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회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차기 정부가 내놓는 강력한 새 금융권 규제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 규제에 따라 은행,신용평가사,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 등이 보다 책임 있게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의 규제 관련 발언은 지난달 4일 당선 소감을 통해 "100년 만에 찾아온 금융 위기가 가르쳐 준 교훈이 있다면 메인스트리트(실물 경제)가 고통을 겪는 동안 월스트리트가 번창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월가 개혁을 시사한 이후 처음이다.

또 교육환경 개선에도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첨단 컴퓨터 교육장비와 설비를 갖추고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인 학교 시설을 건립해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어린이들이 21세기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21세기형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속 인터넷망인 광대역 통신(브로드밴드)의 활용도를 크게 높이겠다는 내용도 이례적으로 강조됐다.

오바마는 "학교와 고속도로를 새롭게 만들면서 정보고속도로도 개선할 것"이라며 인터넷을 만들어 낸 국가인 미국이 초고속 통신망 활용 등에 계속 뒤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원래 '뉴딜'은 '트럼프의 카드를 새로 나누어 준다'는 뜻이다.

'뉴딜 정책'이란 말은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의 영향으로 거대한 수렁에 빠졌던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련의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면서 등장했다.

루스벨트는 '구제(Relief)·부흥(Recovery)·개혁(Reform)'을 3대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의회로부터 비상 대권을 인정받아 공황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내용은 △은행 및 통화를 국가가 통제해 은행을 정부의 감독하에 두며 △파산 직전에 있는 회사 및 개인에게 신용 대출과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농업조정법(AAA)을 통과시켜 농민들의 생산을 조정하면서 생산 감소로 나타나는 농민의 손해를 보전해 줬으며 △전국산업부흥법(NIRA)을 통과시켜 'T.V.A(Tennessee Valley Authority· 테네시 계곡 개발공사)'를 실시해 테네시 계곡에 댐을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켰고 △사회복지정책으로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실업보험과 최저임금제를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뉴딜 정책은 1953년 취임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었다.

루스벨트의 정치철학을 이어받은 아이젠하워는 1956년 '연방지원고속도로법(Federal Aid Highway Act)'을 통해 '아이젠하워 고속도로'로 불리는 주간(州間) 고속도로 시스템(Interstate Highway System) 구축에 나섬으로써 루스벨트 대통령에 이은 뉴딜 정책을 전개했다.

2004년까지 7만5376㎞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낸 이 프로그램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공공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대륙을 오가는 물적·인적 이동이 빠르면서도 대규모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맥도날드,월마트 등의 업체들이 뻗어 나갔으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효과는 상당히 컸다.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 비용은 주,혹은 연방 정부가 거둬들인 사용자 요금(user fee)과 휘발유 세금(gasoline tax),통행료 등에서 56%가량이 소요됐고 나머지는 정부 재정에서 충당됐다.

오바마의 신뉴딜 정책에 대한 세계 시장의 기대는 남다르다.

오바마가 신뉴딜 정책 및 미 자동차 '빅3' 지원 의지를 밝힌 다음날인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3.46%나 급등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지수도 6% 이상 치솟았으며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지수는 8.7%,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지수는 7.6% 올랐다.

하지만 신뉴딜 정책 추진에 있어 막대한 비용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오바마 당선인의 신 뉴딜 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선 7000억달러에서 많게는 1조달러까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1조달러까지 경기부양책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연방 예산 적자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부양책이 경제를 움직일 정도로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