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 송년 분위기를 즐겨왔다.

더러는 멋진 장소를 골라 풍족한 모임을 즐기기도 하고,또 더러는 회사 건물에 화려한 장식을 해가며 한껏 연말 분위기를 내기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연말연시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한 해의 수고를 보상받는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

옛 말에 내 배가 부르면 종의 배도 부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의 뜻은 내 배가 고파봐야 남의 배도 고프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리라.그런 이유에서 일까?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경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이 때! 어려워진 경기를 함께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따뜻한 마음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게 느껴진다.

그런 마음은 젊은이들의 우상인 연예인들의 계속되는 선행 소식과 각종 건물의 화려한 장식이 줄어든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맘 때면 예약이 몰리던 각종 호텔이나 연회장에는 예약이 확실히 줄었으며,그 비용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른바 사회 환원형 송년회를 계획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송년회비를 아껴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치료비로 5000만원을 전달한 기업도 있고,연탄 5000장을 구입해 불우 이웃의 추운 겨울을 책임지는 기업도 있다.

또한 무의탁 독거 노인을 위한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체하기도 하고,헌혈을 통한 혈액봉사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이런 선행은 성인층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전 둔산여고 학생들로 구성된 '기쁨 두 배 봉사단원'들도 대전광역시 동구에 거주하는 어려운 이웃에 가구당 200장의 연탄을 배달하며 나눔의 기쁨을 맛보았다.

'기쁨 두 배 봉사단원'들은 한결같이 '연탄 나르기를 하는 동안 몸은 춥고 힘들었지만,마음만은 더할 수 없이 따뜻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처럼 송년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가족과 함께 또는 직원과 함께 하던 좁은 의미의 송년회가 지금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넓은 의미의 송년회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얇아진 주머니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훈훈한 마음은 사랑이라는 전염병이 돼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낀 한푼 한푼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손길이야말로 진정 한 해를 마감하는 멋진 송년회가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머리 위에 양말을 걸어두고 산타를 기다렸던 추억이 있다.

올 겨울에는 우리 모두가 이웃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산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금융위기라는 한파도 녹일 수 있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산타를 아무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연경 생글기자(대전 둔산여고2년) younk19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