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개국 9개 대학 총장들은 지난 10월1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08 세계대학총장포럼'에 참석해 '서울 선언'을 채택했다.

서울선언에서 총장들은 지역과 국가,국제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며 교육과 연구의 다원화와 학문적 진보,국제화를 추구해야함을 밝혔다.

이 선언은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의 취지와 일치한다.

그동안 국내 상위권 대학들은 외국대학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경우 우리나라 과학고 학생들의 90%를 비롯한 많은 인재들이 입학함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후보 등 세계적 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문제점에 대한 방안으로 국내 상위권 대학들은 대학의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외국인 교수 채용,홍보 활동에 적극적이다.

또한 여러 대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세계의 유명 석학들을 교수로 채용했으며 해외 우수 대학과의 복수 학위 제도 및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세계화는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우며 훌륭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긍정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노력들에 비해 이것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지는 의문이다.

우리 대학들의 진정한 학문적 발전을 가로막고 국제 경쟁력을 뒤처지게 하는 걸림돌은 우리 내부에 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지나친 교육열은 학생들에게 '일단 대학만 가고 보자'는 이로 인해 대학이 '맘껏 놀 수 있는 곳'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또한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취업난과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부는 등 대학생들은 취업 공부에 매달리게 돼 대학은 학문 탐구의 상아탑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학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결국은 이 때문이다.

고교생 평가에서는 세계 1,2위를 다투던 우수 인재들이 정작 대학에 가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 석학들을 채용하고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대학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올해 영국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계화 노력에 앞서 대학 내부의 왜곡된 분위기를 쇄신해야 하며 진정한 국제화의 길은 대학 스스로 학문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수정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2년) crystal247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