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재무장관·서머스 NEC 위원장 '투톱 체제'로

[Global Issue] 美 경제 부활 이끌 '오바마 드림팀' 떴다
"경제가 벌떡 회생할 정도의 부양책을 쓰겠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분도 허비할 수 없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4일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를 구원할 차기 정부 경제팀의 면면을 발표하며 이 같은 경제위기 돌파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각각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는 크리스티나 로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가,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DPC) 위원장에는 멜로디 반즈 전미국진보센터(CAP) 정책 담당 부회장이 각각 지명됐다.

시장은 이번 인선 결과를 '드림팀'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재능을 갖춘 인재들로 팀을 구성했으며 이는 대단히 환영받을 만하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조만간 경제팀이 2차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업체들의 구제와 관련해서는 "자동차산업은 미국 산업의 중추여서 반드시 살려야 하지만 세금 낭비는 안 된다"며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했다.

⊙ 경제 드림팀 투톱 체제로

당선인이 구성한 경제팀은 '투톱 체제'다.

그는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신 뉴딜' 경제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에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전진 배치했다.

성장률 둔화, 실업률 급등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저돌적인 개혁 성향의 신예를 앉혀 워밍업할 시간조차 아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가이트너 총재는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통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직접 한국을 찾아와 구제금융안에 서명을 받아갔으며, 멕시코 외채위기 해결에도 직접 관여한 경력이 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수습할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선진 7개국의 100억달러 지원방안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한국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친화적 인물로 평가받는 가이트너는 미 중앙은행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에 이은 사실상의 2인자다.

오바마 당선인은 가이트너 총재가 "금융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기업과 시장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발탁 배경으로 꼽았다.

가이트너는 월가와 기업에 무작정 규제와 감독의 칼을 휘두르지 않겠다는 게 기본 철학이다.

합리적인 규제를 강조한 가이트너는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금융권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방법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월가 개혁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젊은 시절 중국과 일본 인도 태국 등지에서도 생활한 아시아통이어서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장에 내정된 서머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에서 차관과 부장관, 장관까지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제호황기를 주도한 경력의 소유자다.

오바마 당선인은 서머스에 대해 "재무장관 재직 당시 국제금융위기를 돌파했으며 2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미국의 최장기 호황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안정 속의 성장으로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서머스는 하버드대 총장도 지냈으며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힐 만큼 해박한 이론이 장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이 그의 삼촌이며, 역시 노벨경제학상을 탄 케네스 애로는 그의 외삼촌이다.

그런 성장 배경에 힘입어 28살에 최연소 하버드대 정교수가 됐다.

그의 스승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대 교수가 레이건 정부시절 대통령의 CEA 위원장을 지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서머스도 경제정책 노선은 다소 오른편에 가깝다.

뉴욕타임스는 경제팀이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라인으로 짜여져 루빈의 정책 노선인 '루비노믹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가이트너와 서머스,예산실장에 내정된 피터 오스자그는 모두 이른바 '루비노믹스'를 신봉하는 루빈 전 장관 인맥들이다.

서머스와 가이트너는 클린턴 행정부시절 루빈 휘하에서 일했다.

루비노믹스는 균형 재정과 자유무역 강조,금융규제 완화라는 특징으로 대표된다.

⊙ 오바마 경제팀 여성 파워 세져

이날 발표된 경제팀 내정자 4명 가운데 2명은 여성이다.

CEA 위원장인 로머 교수와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반스 부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로머는 오바마의 '경제교사' 역을 맡고,반스는 의료보험과 교육,에너지 등 오바마 개혁작업을 총지휘하게 된다.

로머는 대공황이 미국에 미친 영향과 조세정책이 성장과 정부지출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해온 저명한 거시경제학자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조세정책과 정부지출 등을 다룬 논문을 3편 발표했다.

조세정책에 관한 그의 결론은 "감세를 한다고 해서 정부지출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선인이 감세와 재정지출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어 안성맞춤인 인선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가 "대공황 극복 이후 왕성한 경기팽창에 관한 연구로 권위가 높다"고 말할 정도로 경제위기 해법을 자문받는 데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CEA 위원장은 정치적인 영향력은 없는 자리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서머스 NEC 위원장과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풀어야 할 과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5일 동료 학자들이 로머를 전문 지식을 갖춘 뚝심 있는 경제 전문가로 다른 경제팀 인사들과 함께 경제위기를 잘 해결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2003~2005년 부시 행정부에서 CEA 위원장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로머의 CEA 위원장 발탁에 대해 '탁월한 선택'이라면서 그를 "매우 훌륭한 경제학자이자 위대한 대중 연설가"라고 평가했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맥퍼든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로머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과 정부의 한계를 이해하는 거시 경제학자"라고 평했다.

국내 정책을 총괄할 반스 DPC 위원장 내정자는 정책 분야 전문가로서 개혁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으로 대외정책을 중시해 DPC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없었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국가를 구해야 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대표적인 개혁정책인 의료보험 교육 에너지 등이 그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