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점 후기 및 총평

[생글 논술경시대회] 논술은 ‘작은 글’이 좋다…불필요한 진술은 설득을 방해한다
이번 경시대회 논제는 '민주주의와 인터넷'이라는 친숙한 주제로 출제되어, 무리 없이 접근한 답안들이 많았다.

하지만 주제가 익숙한 것이어서인지 논제의 요구사항에 맞춰 기술하기보다는 이미 준비된 듯한 평이한 논의 전개를 보이거나,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를 논제와의 상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쓴 경우가 많았다.

논제1의 경우 주어진 두 제시문의 차이점을 요약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내용상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제시문(가)는 긍정이고,제시문 (나)는 부정이다'는 식의 내용 서술은 제한된 논술 분량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불필요한 언급에 불과하다.

제시문 (가)의 '사이버스페이스의 옹호론자'의 입장은 곧바로 제시문 (나)의 '사이버-유토피아주의자들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라는 내용으로 차이점이 충분히 부각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각 제시문의 내용을 인과적으로 구성하여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차이점 부각'에 집착하여 제시문의 내용 서술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감점 요인이 되었다.

한편,논제2는 제시문이 다소 까다로워 대다수 학생들이 논제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한쪽 입장을 택해 다른 쪽 견해를 비판하는 것이므로 이 역시 주어진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제시문 (다)가 집단의 권력화 문제를 지적하고,제시문 (라)가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제시문의 내용 파악이 이루어졌다면 두 제시문을 모두 '집단'의 문제로 연결하여 어렵지 않게 상호 비판의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논제3은 주어진 제시문에 대한 이해와 논제1,2에서 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견해 제시로 전형적인 논술 형태를 요구한다.

즉 문제 제기부터 결론까지 하나의 독립된 글로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주어진 여섯 개의 제시문과 주제의 익숙함에 의한 혼란으로 자신이 아는 내용과 불필요한 사례를 제시하여 정작 자신의 견해를 구체화시키지 못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인터넷 악플 사례'와 '정보 격차'를 근거로 제시하였으나 이것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글 안에서 가치판단의 기준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가 서두에 제기되어야만 일관된 논의로 타당한 것임에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저 '안 좋은 현상'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분석 없이 기술하여 응집력을 갖춘 논의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논술은 '작은 글'일수록 타당하다.

논술은 일종의 '설득' 과정인데 내용이 많거나,불필요한 진술이 개입돼서는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정보를 분석하여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주어진 논제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제시문을 분석하고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하겠다.

이중한 에듀한경 연구원 doodut@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