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팔과 다리 천부적 신체서 풍겨 나오는 감성과 표현력

교과서적인 점프, 끊임없는 연습, 어머니의 헌신이 '원동력'
[Focus] '은반의 여왕' 김연아 세계를 매료 시키다
⊙ 만족을 모르는 연습벌레

김연아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또 다른 이유는 기본에 충실한다는 점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기본기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하면 마치 모래성을 쌓은 것과 같다.

김연아는 '점프의 교과서'로 불린다.

김연아의 점프가 '정석'인 이유는 정확한 에지(edge)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에지란 피겨스케이트 블레이드(날)가 빙판에 닿는 부분을 말한다.

안쪽의 날이 인사이드 에지,바깥쪽을 아웃사이드 에지로 부른다.

러츠 점프는 바깥쪽(아웃) 에지를 사용해 도약해야 하고 플립 점프는 반대로 안쪽(인) 에지를 사용해야 한다.

피겨 전문가들과 선수들은 '러츠와 플립 점프가 구분되는 유일한 선수'로 김연아를 꼽는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지난해부터 점프 채점 기준을 강화하면서 잘못된 에지를 사용해 점프할 경우 감점을 주고 있다.

기본기가 튼튼한 김연아에게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아사다는 그동안 러츠 점프에서 습관적으로 안쪽 에지를 사용해와 러츠 점프를 뛸 때마다 감점을 받았다.

자신의 장기인 점프가 감점 요인이 되면서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뒤늦게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2007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안도 미키가 플립 점프에서 잘못된 바깥쪽 에지로 도약해왔다가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사다는 에지를 교정하지 않은 채 트리플 악셀(공중 세바퀴 반 점프) 등으로 감점을 만회하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타고난 신체와 교과서적인 점프를 갖추고 있지만 김연아는 끊임없이 연습에 몰두한다.

김연아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연습할 때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김연아는) 만족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무작정 연습을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약점을 분석해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어 집중 연습을 한다.

김연아는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 약점으로 지목되던 스파이럴(한쪽 다리를 치켜드는 동작)에서 가장 높은 레벨4를 받았다.

김연아는 "항상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었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유연성 훈련에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연습과 아울러 창조적인 발상을 가미한다.

기계처럼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를 완벽히 이해한 후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혀 하나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이런 창조적인 능력이 최상의 연기로 관중들을 매료시킨다.

한두 가지 점프나 스핀을 갑작스레 수정해도 그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연기 흐름을 물흐르듯 이어가는 영리함이 강점이다.

⊙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자신감

여기에 김연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에게는 어떤 어려운 기술도 장벽이 아니다.

트리플 러츠라는 어려운 점프를 하기 위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점프 준비 모션으로 경기장을 크게 가로지르며 몇 초간을 준비한 후 타이밍을 맞추지만 김연아는 안무를 하다가 중간에 훌쩍 뛰어버린다.

전문가들이 남자 선수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완벽하게 뛴다고 감탄할 정도다.

스피드 유연성 스핀 스파이럴 등 모든 분야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마지막으로 빙상장도 부족하고 따를 만한 '롤 모델'도 없고 세계적인 지도자도 없는 피겨 스케이팅의 불모지에서 김연아를 길러낸 부모의 역할을 뺄 수 없다.

어머니 박미희씨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김연아의 가장 가까운 코치이자 매니저이며 인생 상담자를 자처했다.

본인의 생활을 모두 접고 유명 골프 스타를 길러낸 '골프 대디'처럼 '피겨 맘'으로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능 하나만 믿고 비인기 종목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만든다는 것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연아가 빙상장에 흘린 땀과 눈물보다 그 어머니가 쏟은 눈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강한 어머니가 버텨주지 못했다면 김연아의 재능은 빛을 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