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 등 돈 풀어 내수 살리기

[Global Issue] "위기에 빠진 경제 살리자"…세계는 지금 경기부양 '올인'
세계 각국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휘청거리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규모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고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긴 상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세금을 줄여주거나 서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거나 혹은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등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올인' 중이다.

미국이 2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으며,중국도 10일 4조위안(800조원) 규모의 대형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세계적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을 막기 위한 각국의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 미국

정권 교체기를 맞은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 주도로 경기부양책이 마련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지난 8일 당선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2차 경기부양책이 이번 주부터 열리는 레임덕(정권 교체기) 의회 회기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부양책의 의회 통과에 전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차로 추진되는 경기부양 규모는 600억~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기부양책은 급증하는 실업자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건설하며,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들을 지원하는 것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부양책과는 별도로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세금 감면 효과는 올초 세금 환급에 비해 경기부양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부시 정부는 세금을 되돌려주는 세금환급을 통해 총 1680억달러를 지원했지만 납세자 대부분이 소비를 하지 않고 그 돈으로 저축을 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경기부양이라는 본래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파산 위기에 직면한 미국 3대 자동차업체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에 대한 지원도 과감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 인수위에서는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는 데 250억달러를 지원하고,운전자금용으로 추가로 250억달러의 지급 보증을 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일본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두 대책에 일본 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재정은 7조엔(약 90조원)이지만 내수부양 효과는 32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민간소비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도 2조엔어치의 상품권을 가구별로 나눠준다는 것이다.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소비를 유발하기 위해 감세 대신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상품권 지급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품권은 1인당 1만2000엔씩 나눠 주되 15세 미만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선 2만엔씩을 지급할 예정이다.

4인 가족 기준 약 6만엔(80만원)의 상품권이 돌아간다.

또 올해 말로 끝나는 주식 양도차익이나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춰주는 증권우대 세제를 내년 이후에도 연장해 시행키로 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는 금융회사에 대해 예방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금융기능 강화법을 보완했다.

또 공공기구를 통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대량 매입해줄 방침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정부의 경기부양에 발 맞춰 지난달 31일 연 0.5%였던 정책금리를 0.3%로 0.2%포인트 내렸다.

아소 총리는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진작 대책에 집중하기 위해 당초 11월로 예상됐던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거 실시도 보류했다.

⊙ 중국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금융위기의 쓰나미를 막기 위해 '돈의 만리장성'을 쌓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날 4조위안(800조원)을 2년 동안 쏟아붓기로 한 데 이어 10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9월 이후 4번째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정책의 틀을 기존의 성장과 물가억제의 조화에서 성장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했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이 발표한 경기부양책은 △도로 철도 등의 대형 건설사업을 핵심으로 한 '차이나판 뉴딜' △부가가치세 감면과 대출규제 폐지 △농민소득지원 등이 골자다.

올해 당장 1000억위안(2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 2010년까지 투입할 자금만 4조위안(800조원)에 달한다.

최대 8000억위안(약 160조원)의 증시안정기금 조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현재의 국면이 그만큼 비상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말 힘든 과정이 다가오고 있다"며 "성장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미미하나마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모펀드인 홍콩 아시아펀드는 4억달러,미국 그로스버너펀드는 6억달러를 각각 조성해 중국의 상가건물 매수에 착수했다고 상하이데일리가 10일 보도했다.

지난달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상하이 푸둥의 대형 쇼핑몰을 인수했다.

⊙ 유럽,아시아

유럽에서 가장 먼저 부양 카드를 꺼내든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일 일자리를 잃은 주택 보유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시한을 2년간 유예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발표했다.

또 기업이 실업자 1명을 추가 고용하면 1년간 1500유로를 지원하는 고용확대 인센티브 정책도 시행해 실업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독일도 지난 5일 2012년까지 총 230억유로(약 39조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경기부양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1년간 신차 구매시 세금을 매기지 않고(환경친화차량은 2년간 과세 유예)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도 파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마이클 글로스 독일 재정부 장관은 "이번 부양책으로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500억유로(약 84조6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10년간 지켜온 노동당 정권의 재정정책 준칙을 폐기,경기 부양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영국은 그동안 재정정책을 마련할 때 균형 재정의 원칙에 입각해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40% 이내로 유지하며 재정이 바닥나지 않도록 유지해왔다.

호주 정부도 총 104억호주달러(약 8조9130억원)를 투입해 연금생활자,저소득층,생애 첫 주택구입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치는 일반 국민들의 소비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또 내년 6월 말까지 1억8700만호주달러를 들여 5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도 지난 3일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 등을 골자로 하는 33조원 규모의 경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세금을 줄여 국민들의 소비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확고히 한 셈이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