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지휘계통 무시한 헌법소원은 집단항명에 해당"
반 "군인이라고 책 읽을 자유 빼앗는 건 인권침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반발해 군법무관 7명이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법무관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의 근거가 된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 등이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비롯 행복추구권,학문의 자유,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번 조치는 일반인의 기본권과 군인의 기본권 간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쪽에서는 "군법무관 7명이 지휘계통이나 참모계통으로 보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냈다"며 "이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적절한지를 조사해 처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무관들의 집단 항명행위는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엄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법무관들 사이에 '법률과 충성' 논란이 불붙는 양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국민으로서 헌법적 권리·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건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특수 신분인 군인의 경우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 등이 정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군인이 일반 국민과 다를 수밖에 없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방부 장관의 불온서적 지정이 과연 적절하냐는 점이다. 군 당국의 이번 조치가 장병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군법무관 측 주장이 타당한지, 아니면 확고한 명령체계가 생명인 군인이,그것도 장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항명한다는 것은 지휘권에 대한 도전행위라는 국방부 측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본다.
⊙ 반대 측, "군인이란 이유로 책 영내반입 막는 건 인권침해"
군 법무관 쪽에서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군인이라는 이유로 일반 국민이 광범위하게 읽고 있는 책을 영내에 반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이며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국방부가 십수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등에 '불온서적' 딱지를 붙여 수거명령을 내리고 적발시에 처벌하려 한 것은 '국민의 군인'이라는 기본적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꼬집는다.
일각에서는 "항명이라 함은 지휘관 등 상부 명령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며 군 당국의 원칙 없는 검열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휘권 도전행위로 처벌하려는 처사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법무관의 헌법소원은 국방부 조처의 타당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집단행동이니 군인 복무규율에 어긋나느니 하면서 징계 운운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 찬성 측, "군 지휘계통을 밟지 않은 문제 제기는 집단항명"
이에 대해 국방부 쪽에서는 "법무관들이 병사들의 인권을 의식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면 장관이나 총장 등 지휘계통에 지적을 했어야 옳은 행동"이라며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상부의 조처나 결정을 두고 군에서 다른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유례가 드물다"며 이번 헌법소원 제기는 집단 항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군인도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누려야 마땅하지만 동시에 군인은 일반 국민과 다를 수밖에 없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군인만을 대상으로 한 군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라고 지적한다.
특히 "군대는 학문을 하는 곳이 아니며 행복 추구와 양심의 자유를 위한 곳도 아니다"며 "전쟁에 대비한 조직인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장병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약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 명령계통 밟아 군 내부에서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게 순리
물론 국방부 장관의 불온서적 지정이 과연 적절한지에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법무관으로선 군 당국의 이런 조치에 부당함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군법무관들의 헌법소원은 군의 생명인 지휘계통 문란,항명 등 '절차적 흠결'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들이 일반 장교와 다르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군장교 신분인 만큼 명령계통을 밟아 군 내부에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게 순리인 까닭이다.
더욱이 사회의 거친 이념 논쟁이 군과 장병들의 정체성 인식을 어지럽히고 있고, 우리 군의 체제와 정통성을 문제삼고 북한체제와 군사전략 등을 옹호하는 책자가 병영에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군 당국이 시중의 베스트셀러와 대중적인 인문교양서,세계적 석학의 저서와 일반 문학작품에까지 친북좌경사상을 담은 '불온서적'이란 딱지를 붙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 변화와 장병들의 의식수준을 헤아리지 않은 금서 지정은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한 만큼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어떤 경우든 군 기강과 전투력을 저해하는 요소는 차단돼야 한다.
국방부는 법무관들의 행위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 헌법소원 =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사람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과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경우 제청 신청을 한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으로 나뉜다.
◆ 군인복무규율 =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대통령령이다.
제16조에는 불온 유인물 도서 등을 소지전파 또는 취득해서는 안되고 이를 취득한 때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 군법무관 = 육·해·공군의 법무과 장교로,군대에서 판사,검사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연수원과정을 수료한 사람 중에서 지원을 받아 임용되며, 현역 대신 3년간 의무복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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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10월24일자 A13면
국방부가 '불온서적' 23권의 영내반입 차단 조치에 대해 군 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당 법무관들의 징계에 착수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법무관 7명은 지휘계통이나 참모계통으로 보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냈다"며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북한 찬양,반정부,반미ㆍ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23권의 '불온서적'을 지정했다.
'불온서적'에는 소설가 현기영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베스트셀러 일부가 포함돼 논란을 빚어왔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synergy@hankyung.com
반 "군인이라고 책 읽을 자유 빼앗는 건 인권침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반발해 군법무관 7명이 집단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법무관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의 근거가 된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 등이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비롯 행복추구권,학문의 자유,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번 조치는 일반인의 기본권과 군인의 기본권 간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쪽에서는 "군법무관 7명이 지휘계통이나 참모계통으로 보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냈다"며 "이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적절한지를 조사해 처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무관들의 집단 항명행위는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엄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법무관들 사이에 '법률과 충성' 논란이 불붙는 양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국민으로서 헌법적 권리·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건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특수 신분인 군인의 경우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 등이 정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군인이 일반 국민과 다를 수밖에 없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방부 장관의 불온서적 지정이 과연 적절하냐는 점이다. 군 당국의 이번 조치가 장병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군법무관 측 주장이 타당한지, 아니면 확고한 명령체계가 생명인 군인이,그것도 장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항명한다는 것은 지휘권에 대한 도전행위라는 국방부 측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본다.
⊙ 반대 측, "군인이란 이유로 책 영내반입 막는 건 인권침해"
군 법무관 쪽에서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군인이라는 이유로 일반 국민이 광범위하게 읽고 있는 책을 영내에 반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이며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국방부가 십수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등에 '불온서적' 딱지를 붙여 수거명령을 내리고 적발시에 처벌하려 한 것은 '국민의 군인'이라는 기본적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꼬집는다.
일각에서는 "항명이라 함은 지휘관 등 상부 명령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며 군 당국의 원칙 없는 검열조치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휘권 도전행위로 처벌하려는 처사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법무관의 헌법소원은 국방부 조처의 타당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집단행동이니 군인 복무규율에 어긋나느니 하면서 징계 운운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 찬성 측, "군 지휘계통을 밟지 않은 문제 제기는 집단항명"
이에 대해 국방부 쪽에서는 "법무관들이 병사들의 인권을 의식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면 장관이나 총장 등 지휘계통에 지적을 했어야 옳은 행동"이라며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상부의 조처나 결정을 두고 군에서 다른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유례가 드물다"며 이번 헌법소원 제기는 집단 항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군인도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누려야 마땅하지만 동시에 군인은 일반 국민과 다를 수밖에 없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군인만을 대상으로 한 군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라고 지적한다.
특히 "군대는 학문을 하는 곳이 아니며 행복 추구와 양심의 자유를 위한 곳도 아니다"며 "전쟁에 대비한 조직인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장병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약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 명령계통 밟아 군 내부에서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게 순리
물론 국방부 장관의 불온서적 지정이 과연 적절한지에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법무관으로선 군 당국의 이런 조치에 부당함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군법무관들의 헌법소원은 군의 생명인 지휘계통 문란,항명 등 '절차적 흠결'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들이 일반 장교와 다르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군장교 신분인 만큼 명령계통을 밟아 군 내부에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게 순리인 까닭이다.
더욱이 사회의 거친 이념 논쟁이 군과 장병들의 정체성 인식을 어지럽히고 있고, 우리 군의 체제와 정통성을 문제삼고 북한체제와 군사전략 등을 옹호하는 책자가 병영에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군 당국이 시중의 베스트셀러와 대중적인 인문교양서,세계적 석학의 저서와 일반 문학작품에까지 친북좌경사상을 담은 '불온서적'이란 딱지를 붙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 변화와 장병들의 의식수준을 헤아리지 않은 금서 지정은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한 만큼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어떤 경우든 군 기강과 전투력을 저해하는 요소는 차단돼야 한다.
국방부는 법무관들의 행위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 풀이>
◆ 헌법소원 = 헌법정신에 위배된 법률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사람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과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경우 제청 신청을 한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으로 나뉜다.
◆ 군인복무규율 =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대통령령이다.
제16조에는 불온 유인물 도서 등을 소지전파 또는 취득해서는 안되고 이를 취득한 때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 군법무관 = 육·해·공군의 법무과 장교로,군대에서 판사,검사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연수원과정을 수료한 사람 중에서 지원을 받아 임용되며, 현역 대신 3년간 의무복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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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10월24일자 A13면
국방부가 '불온서적' 23권의 영내반입 차단 조치에 대해 군 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당 법무관들의 징계에 착수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법무관 7명은 지휘계통이나 참모계통으로 보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냈다"며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북한 찬양,반정부,반미ㆍ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23권의 '불온서적'을 지정했다.
'불온서적'에는 소설가 현기영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베스트셀러 일부가 포함돼 논란을 빚어왔다.
김태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