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 소비하는 경영모델 바꿔야"…CEO 리더십 변화 촉구
100주년 행사는 자성의 목소리로 시작됐다.
제이 라이트 하버드 경영대학장은 기념식 축사에서 "우리 모두는 그동안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세계 금융 시스템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했지만 최고경영자들은 여전히 예전의 사고방식을 답습하며 안일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최근의 금융위기가 온 것이라는 반성의 목소리였다.
1976년 입학생인 하이테크 분야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는 "우리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의 경영 환경을 그대로 이어가서는 안 된다"며 비즈니스 방식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도어는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서 돈을 빌려와 그 돈으로 중동에서 석유를 사와 태우는 데 급급했다"며 "대출-구매-소비로 이어지는 경영 모델을 바꿔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충분한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빌려 무분별한 소비에 초점을 맞춘 경제 모델로는 최근의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 리더십의 변화 필요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도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학교 동문인 골드만삭스의 빌 조지 이사는 "기업 이사회에서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영예로운 일이 아니다"며 금융위기로 인한 기업 리더십의 실추를 꼬집었다.
라이트 경영대학장도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리더십"이라며 금융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이트 학장은 "리더는 시장 자본주의의 미래와 세계화가 가져올 경영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미래의 리더는 혼자 일하는 영웅형이 아니라 팀과 함께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화합형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도 리더십과 관련해 "미래의 리더들은 세계를 위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 과도한 자신감, 무리한 경영으로 이어져
FT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엄격한 '사례 연구'(케이스 스터디) 등을 통해 치밀한 경영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오히려 이런 혹독한 교육 방식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2년 동안 매일 하루에 세 번 케이스 스터디 수업을 수강해야 한다.
이 수업은 필기 시험 이상으로 중요하며 교수들은 수업에서 학생들의 성과와 공헌도를 평가한다.
수많은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의 요인들을 분석하면서 학생들은 분석 능력과 미래 경영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와 능력이 최고 수준이란 확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과도한 자신감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독선을 낳기도 했으며 무리한 경영으로 이어져 위기를 키우기도 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 MBA, 성공 보증수표는 아니야
좋은 대학의 MBA 코스를 마친 사람이 경영을 잘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의 헨리 민츠버그 경영학 교수는 1990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19명의 '졸업 후 행로'를 추적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이 중 10명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4명이 보여 준 실적은 의문스러웠으며 단지 5명만 잘나가고 있었다.
민츠버그 교수는 "기업에서는 현장 경험이 중요한 것이지 번쩍거리는 학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MBA 과정은 (경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잘못된 방식으로 훈련시켜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 교실에서는 성공적인 경영자를 만들 수 없는 것인데 MBA 과정은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가정한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페이스대 루빈경영대학원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48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62개 기업의 CEO만이 MBA 학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좋은 학교 MBA 학위 소지자가 그보다 못한 학교 MBA 소지자보다 더 나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도 못했다.
하지만 전통을 자랑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라이트 학장은 "금융위기의 해결책은 우리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도 바로 우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
제이 라이트 하버드 경영대학장은 기념식 축사에서 "우리 모두는 그동안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세계 금융 시스템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했지만 최고경영자들은 여전히 예전의 사고방식을 답습하며 안일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최근의 금융위기가 온 것이라는 반성의 목소리였다.
1976년 입학생인 하이테크 분야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는 "우리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의 경영 환경을 그대로 이어가서는 안 된다"며 비즈니스 방식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도어는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서 돈을 빌려와 그 돈으로 중동에서 석유를 사와 태우는 데 급급했다"며 "대출-구매-소비로 이어지는 경영 모델을 바꿔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충분한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빌려 무분별한 소비에 초점을 맞춘 경제 모델로는 최근의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 리더십의 변화 필요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도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학교 동문인 골드만삭스의 빌 조지 이사는 "기업 이사회에서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영예로운 일이 아니다"며 금융위기로 인한 기업 리더십의 실추를 꼬집었다.
라이트 경영대학장도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리더십"이라며 금융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이트 학장은 "리더는 시장 자본주의의 미래와 세계화가 가져올 경영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미래의 리더는 혼자 일하는 영웅형이 아니라 팀과 함께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화합형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도 리더십과 관련해 "미래의 리더들은 세계를 위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 과도한 자신감, 무리한 경영으로 이어져
FT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엄격한 '사례 연구'(케이스 스터디) 등을 통해 치밀한 경영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오히려 이런 혹독한 교육 방식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2년 동안 매일 하루에 세 번 케이스 스터디 수업을 수강해야 한다.
이 수업은 필기 시험 이상으로 중요하며 교수들은 수업에서 학생들의 성과와 공헌도를 평가한다.
수많은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의 요인들을 분석하면서 학생들은 분석 능력과 미래 경영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와 능력이 최고 수준이란 확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과도한 자신감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독선을 낳기도 했으며 무리한 경영으로 이어져 위기를 키우기도 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 MBA, 성공 보증수표는 아니야
좋은 대학의 MBA 코스를 마친 사람이 경영을 잘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의 헨리 민츠버그 경영학 교수는 1990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19명의 '졸업 후 행로'를 추적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이 중 10명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4명이 보여 준 실적은 의문스러웠으며 단지 5명만 잘나가고 있었다.
민츠버그 교수는 "기업에서는 현장 경험이 중요한 것이지 번쩍거리는 학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MBA 과정은 (경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잘못된 방식으로 훈련시켜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 교실에서는 성공적인 경영자를 만들 수 없는 것인데 MBA 과정은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가정한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페이스대 루빈경영대학원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48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62개 기업의 CEO만이 MBA 학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좋은 학교 MBA 학위 소지자가 그보다 못한 학교 MBA 소지자보다 더 나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도 못했다.
하지만 전통을 자랑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라이트 학장은 "금융위기의 해결책은 우리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도 바로 우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