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체육시간은 대부분 '체육시간'으로서의 특성이 없다.

체육시간이면 모든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고,끝나면 교실로 돌아와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체육시간은 오직 '체육'의 형식적인 면만 충족시킬 뿐이다.

교사들은 기본적인 체조만 실행한 뒤 '자유시간'을 표방하고,그 뒤로는 학생들이 무엇을 하든 자유다.

학생들은 흩어져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놀거나,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이런 식의 체육시간은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

체육시간이란 학생들이 교사가 체계적으로 계획한 스케줄에 따라 운동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하에 학생들은 체력을 키우고,팀워크와 스포츠맨십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흐지부지한 수업은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그나마 있던 체육도 선택과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체육시간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시간이 고작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체육수업은 청소년들의 신체적 능력 저하를 초래했다.

고3 남학생의 평균 체중은 1992년에 63.8㎏에서 2007년에 68.2㎏으로,고3 여학생의 평균 체중은 1992년에 53.8㎏에서 2007년에 55.4㎏으로 늘었다.

외견상 체격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체력을 알려주는 오래달리기(1200m)의 기록은 고3 남학생의 경우 1992년에 평균 324초였던 것이 2007년 497초로 크게 떨어졌고, 고3 여학생의 경우 1992년 평균 448초에서 2007년에 평균 517초로 나빠졌다.

선진국에서의 체육수업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시간마다 교사의 계획에 따른 다양한 게임들을 해서 학생들은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축구,농구 같은 한정된 스포츠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체력진단과 같은 'Fitness test'란 시험을 주기적으로 실시,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정규 학교시간이 끝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기가 관심을 가진 종목을 선택해 방과 후 스포츠 활동에 참가한다.

학교대표 이상의 운동경력을 쌓으면 대학에 진학할 때 입학 성적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 학교들은 대부분 운동에 대한 지원을 해주기는커녕 체육시간조차 학생들의 잠재적 재능을 살리지 못한다.

'학교 시설이 너무 오래되었다. 대표적으로 모래구장은 학생들을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말하는 고병진 학생(영동고 2학년)의 말처럼 운동할 여건이 돼 있지 않다.

학생들에게 운동은 전혀 권장되지 않고 방과 후 운동을 해야 할 시간도 야간자율학습,보충으로 대체되곤 한다.

또 대학들이 자기 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을 평가할 때 운동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일반 학문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학문 성취나 건강한 생활의 기본이 되는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더이상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체력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고, 학교 체육시간의 정상화는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육영일 생글기자(영동고1년) cybermonkey2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