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스토리를 짜서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해야

제시문을 2개씩 묶어서 문제를 따로 냈던 예상문제와 달리 문제를 모두 하나의 주제로 묶고 제시문의 연관성을 높이는 바람에 피부로 느껴지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진 문제였다.

실제로 예상문제나 기출문제로 준비했던 학생들은 갑자기 높아진 난이도로 당황했을 법하다.

2000자에 3시간을 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이것은 아마도 건대가 난이도를 높인 이유에는 지원자가 지나치게 많은 덕에 분별력있는 답안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낮아진 지원 조건 덕에 사람이 많이 몰렸으니 확실히 어려운 문제로 옥석을 가려내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답안지에 연필을 지운 흔적이 있으면 무조건 최하점을 준다는 엄포 덕에 예상에도 없이 '개요나 대략적인 글을 짜서 옮겨 쓰는 방식'으로 가야만 했던 많은 학생들은 분량을 제대로 못 채운 경우가 허다했다.

[문제1-해제]

이미 문제조건에 미래를 바라보는 일(기준)에 대한 관점이 나뉘어져 있다고 전제되어 있다.

제시문으로 도출되는 내연이 대칭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시문 (가)에서는 홍대용과 볼테르 같은 사람들의 예를 들면서 시대를 비판했던 사람들의 내용이 비록 정확했던 것은 아니지만,후세 사람들의 노력으로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런 작업이 계속된다면 충분히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요약해보자면,<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현실에 비판을 가하고,그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런 작업의 반복으로 현재가 존재한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참고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이 제시문에서 말하는 미래 예측이란 '미리 현실을 보다'는 뜻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다'는 뉘앙스가 강하다는 것을 염두해두자.

제시문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사진과 비슷하여 매우 피상적일뿐더러,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예측하는 일로 인하여 사람들은 게을러 질 뿐더러,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부터 두려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비이성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마치 고대의 주술사가 하던 식으로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조정하게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제시문(나)의 경우 영어직역식의 투박한 문장과 표현이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만드는 제시문이었다.

곳곳에 축약되어 있는 은유적 표현은 분명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찌했든 요약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결국 매우 피상적인 일일 뿐이며,자신의 성향이나 바람을 그대로 미래에 투영시켜 사람을 속이는 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폐해 속출!)>정도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정리된 제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 1번을 정리해보자.

대립된 이미지가 꽤 선명해보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문제다.

제시문 (가)는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현실에 비판을 가하고,그로부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능하다>그리고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반면 제시문 (나)는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결국 매우 피상적인 일일 뿐이며,자신의 성향이나 바람을 그대로 미래에 투영시켜 사람을 속이는 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불가능하다> 그리고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면 긍정적/부정적이라는 이항대립으로 나눠놓을 수 있겠지만,답안을 서술할 때는 구체적인 속성을 같이 서술함으로써 <근거>를 든든히 붙여놓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2-해제]

제시문 (다)의 인간은 단지 눈앞의 이해관계에 따라 예측하고 행동을 결정했지만,그 결과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미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복잡한 자연현상에 대해 완벽한 예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제시문의 분석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낯선 도표와 함께 등장한 제시문 (마)였다.

대충 봐도 도표에서 실업률 예상치와 실제 실업률이 크게 차이가 나버리는 상황이 보인다.

예측이 다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궁금증이 생겨난다.

매번 저렇게 틀릴 것이면서 왜 예상실업률을 저렇게 책정한 것일까?

높아지는 분위기에선 낮아질 수 있다고,낮아지는 분위기에선 좀 더 완만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은 실업률과 경기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만 (즉,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좀 더 꼼꼼하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도표를 완전히 이해하고 각 제시문과 완벽히 연관시킬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도표에 관련하여 최대한 꼼꼼한 서술을 한 사람이 좀 더 유리했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도표를 분석하자면,우선 <①실업률이 치솟고 있던(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던) 1982년 4사분기까지 예상 실업률은 실제 실업률에 항상 못 미쳤다.

실업률은 치솟았지만,예상 실업률에 따르면 '곧 실업률은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② 실업률이 떨어지던 1983년 1사분기부터는 오히려 예상 실업률의 하강곡선이 실제 실업률보다 완만하게 그려졌다.

실제 실업률은 급속히 떨어지며 경기회복을 하고 있지만,예상 실업률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③ 다 틀렸다.

예상 실업률은 한 분기 정도를 맞추는 것 외에는 6개월 앞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될 것이다.

① ②는 예측경향에 대한 것,③은 예측결과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각각의 제시문의 내연,즉 (가) 미래에 대한 예측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가능하다,(나) 예측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다,(다) 복잡한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내용과 연결시켜서 서술하면 된다.

[문제3-해제]

문제의 조건이 3개나 있으므로 이에 유의해서 풀었어야 하는 문제이다.

문제조건을 살짝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렇다.

'제시문에 등장한 미래에 대한 다양한 생각 중에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문제는 의사의 경우다.

의사의 경우로부터 일반화시킨다는 것은 의사의 상황을 우리 모두의 상황으로 놓는다는 뜻이다.

즉,의사의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다시 정리해서 질문을 만들자면 다음과 같다.

"제시문들 보면 다들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지?

하지만 알다시피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잖아.

그래서 의사의 행동 같은 경우가 생기는 거야.

이거 정말 괜찮은 거야?

알 수 없는 미래를 어떻게 예측해야 하지?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대해 네 생각을 말해봐."

문제 조건에 등장하는 제시문 (라)의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다.

<괜히 예언 따위 믿지 마라. 좋든 나쁘든 일이란 예견되지 않고 나타나므로 그저 현실에 충실히 사는 것이 좋다.>가 될 것이다.

문제의 제시문 (바)도 소설이라 잃는 것이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의사는 산에서의 행동을 보듯 매우 서두르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물에 대해 깊은 관찰을 하고 뛰어난 이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수술에 관한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이런 뛰어난 이해도 결국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의사의 경우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 의사라면 모든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그렇지 않다.

ⓑ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수술이 정성스러워진다.

ⓒ 하지만,살릴 수 없겠다는 믿음이 들면 수술은 성의가 없어진다.

이 경우를 일반인에게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다.

ⓐ 인간은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 미래가 밝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매사에 열심히 살게 된다.

ⓒ 하지만,'이미 나는 틀렸다'고 미래에 대해 좌절하게 되면 오히려 삶을 함부로 살게 된다.

문제 조건이 모두 등장했다.

이제 우리는 의사와 같이 생각하는,즉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털어놔야 한다.

제시문이 많기 때문에 모두 다 활용하려면 적절한 스토리를 짜서 서론-본론-결론을 구성해야 할 것이며,의외로 그러다보면 1000자는 금방 채우게 된다.

다만,쓸 내용을 만들기까지 어려울 뿐이다.

이용준 S·논술 선임연구원 lero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