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예측과 생각' 어떻게 글로 풀어나갈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 문명권 주도의 근대를 대신할 수 있는 다음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분명하지 않고,다음 시대의 사회나 문화의 구조를 납득할 만하게 제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역사의 미래를 설계하는 거대 이론에 대한 기대는 헛되다고 할 수는 없다.

인류 역사의 과거에도,고대인이 중세를,중세인이 근대를 예견하고 설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니까 힘들여 연구해야 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대개의 경우 실제로 가능했던 일은 고대인이나 중세인이나 자기 시대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비판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불만과 비판을 길게 늘어놓다가 그 대안에 대해서 막연하게 단편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다음 시대를 만드는 지침으로 쓰였다.

후대인이 그 의의를 발견하고 확대해서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었다.

한국의 홍대용이나 프랑스의 볼테르는 중세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 특히 앞선 선각자였지만, 다음에 오는 근대 사회를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선각자의 노력을 다음 시대 사람들이 다음 시대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면 그 가치가 크게 증대된다.

그 덕분에 의도가 아닌 결과에서 볼테르가 근대의 설계자가 되었다.

홍대용은 다음 시대의 계승자를 만나지 못해 설계자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근대를 극복하면서 다음 시대를 설계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일이다.

과거의 경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하고자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장담할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한 다음 시대의 대변자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지금의 시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을 지금의 상황에서 말하는 것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면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지혜를 찾는 것이 온당하다.

그래서 역사철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고대의 거대 이론을 넘어서서 중세를 만들고,중세의 거대 이론을 고쳐서 근대의 것을 내놓고 한 경과를 알아,근대를 넘어서는 방안 창조가 그런 전례에서보다 더욱 타당성 있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다.

새로운 창조의 필연성과 방향을 역사 이해에서 도출할 수 있어야 하고,그 이론이 적용 범위에서나 내부의 논리에서나 아주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한다.

- 조동일,「인문 학문의 사명」(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미래학자들의 일은 그 성격상 고도로 선택적이고 대단히 기술적(記述的)이어서 사진기와 공통되는 점이 많다.

현재의 현실도 너무나 방대해서 관찰로서는 적절하게 포착되지 않는데,하물며 미래의 현실은 파악하기가 얼마나 더 어렵겠는가?

모든 예측들,곧 미래에 대한 모든 '관찰들'은 피상적인 것이며,그 본성에 비추어 볼 때 필연적으로 스냅사진일 따름이다.

그것들은 거리를 둔 전망이라고 하는 제약을 지닐 뿐만 아니라,여러 가지 속임수의 계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선의에 의한 경우일지라도 피할 수 없는 선택 때문에 이러한 계기들이 생겨나며,선의가 결여되어 있을 때에는 자의적이거나 어리석은 곡해에 의해 그러한 계기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냅 사진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예측들은 대단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며,그러한 추상에는 도덕적 나태가 깃들어 있다.

이로 인해 그것은 세계를 비인간화하는 기능을 한다.

예측이 초래하는 해악은 추상적인 것이고 특정 개인의 미래를 망쳐놓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가 불경기 또는 이익률의 상승을 예측한다고 할지라도,그리고 예측 행위가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조장한다고 할지라도 괜찮을 것처럼 보인다. (중략)

분명히 사진술의 최악의 속성은 피상적이라고 하는 점이다.

그런데 미래학은 최선의 경우일지라도 사진술과 달리 어느 정도의 정직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하는 최소한의 특성도 지니지 못한다.

사진가들의 심리적 기질이 대상을 친밀하게 하거나 낯설게 하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데 비하여,미래학자들의 기질은 거리 두기와 회피,자기기만,타자에 대한 속임수 같은 요소를 짙게 내포하고 있다.

사진가와 미래학자는 피상성의 숭배에 대한 적극적 참여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현실 또는 미래 세계의 미세한 부분을 얼어붙게 하여 우상으로 만들어놓을 뿐만 아니라,우리로 하여금 그것에 존경과 숭배까지 바치게 한다. (중략)

대다수 미래학자들의 전망에 반영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모호한 견해일 뿐이다.

이러한 경향은 낙관론자들의 세계에 속하기를 바라는 미래학자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토머스 모어 이래 과거의 유토피안(utopian)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인간의 영혼을 고결하게 하는 미래의 조건들을 그려내려고 노력하였다.

자기들의 영혼뿐만 아니라 남들의 영혼까지도 오도할 수 있는 미래의 조건들을 선전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환상가들에 대하여 언급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 막스 더블린 「왜곡되는 미래」

어느 해 보르네오 섬 한 마을에 말라리아 전염병이 창궐하였을 때,마을 사람들은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많은 양의 DDT(유기염소화합물의 살충제)를 뿌렸다.

그 결과 모기가 거의 없어지면서 말라리아도 줄었지만,마을에는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우선 DDT 살포는 모기뿐 아니라 바퀴벌레의 몸에도 축적이 되었지만,바퀴벌레는 내성이 강하고 몸집이 커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바퀴벌레를 잡아먹고 살던 도마뱀은 DDT의 영향으로 행동이 둔해졌다.

그 도마뱀들의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마을의 고양이들이 도마뱀을 많이 잡아먹어 몸속에 치사량 이상의 DDT가 축적되어 죽는 현상이 벌어졌다.

고양이의 수가 갑작스럽게 줄어들자, 이번에는 고양이가 잡아먹는 들쥐들이 번성하면서 논밭을 파헤치고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이러한 연속적인 사건에 놀란 주민들이 들쥐를 없애기 위해 항공기를 동원하여 고양이를 그 마을에 투입하여 다소 진정이 될 때,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지붕이 폭삭폭삭 무너져 내렸다.

원인을 확인한 결과,그 동안 도마뱀이 잡아먹던 나방의 애벌레가 나무 기둥 속에 무수히 번식하면서 기둥이 썩어 일어난 일로 밝혀졌다.

- 고등학교 '작문' 교과서

내가 아는 처녀에게 어느 날 점쟁이가 손금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결혼하면 아이가 하나뿐인데,그 애는 죽게 되겠군요."

이런 예언은 처음에는 별로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다.

처녀는 결혼을 해서 최근에 아이를 낳았다.

이렇게 되면 지난날의 예언이 부담이 된다.

만약 아이가 병에라도 걸리면 그 불길한 말이 어머니의 귀에는 경종(警鐘)처럼 울린다.

아마 그녀는 점쟁이를 우습게 알고 손금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점쟁이는 보기 좋게 복수를 하고 만다.

이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견고한 판단이라도 흔들 만한 우연의 일치도 나온다.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불길한 예언을 놓고 당신은 웃지만,그 예언이 부분적으로라도 나타나게 되면 전처럼은 웃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그 예언의 계속을 기다리게 되고 우리의 공포심은 누구나 알다시피 파국 자체만큼이나 우리들을 괴롭힌다.

두 사람의 예언자가 따로따로 당신에게 같은 말을 알리는 수도 있다.

그러한 예언의 일치가 당신의 지성이 용납하는 만큼만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힌다면 나는 당신을 숭배하겠다.

나로서는 장래의 일 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자기 발밑만을 보고 있는 편을 좋아한다.

점쟁이에게 손금을 보이러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사물의 성질 속에서 장래의 일을 읽으려고 시도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우리가 유식하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안광(眼光)이 그리 멀리까지 미치리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중대한 일은 모두 느닷없이,또는 예견되지 않고 일어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 알랭,「행복론」

아래 도표는 미국의 심각한 경기침체 시기 중의 하나였던 1982년 경기후퇴 기간 동안 경제 예측 전문가들이 경기를 어떻게 예측하였는지를 보여준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9학년도 건국대 수시 논술 문제
여기에서 굵은 선은 1980년 1사분기(1~3월)부터 1986년 1사분기까지의 실제 실업률을 나타내며,가는 선들은 1981년 2사분기,1982년 2사분기 등 모두 6개 시점에서의 예상 실업률을 나타낸다. (각각 작은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음.)

각각의 가는 선은 예측 당시의 실제 실업률과 그 다음 다섯 분기에 대한 예상 실업률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실제 실업률은 미국 노동부의 발표치이며,예상 실업률은 미국 통계학회와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조사한 20개 기관 예측치의 중앙값이다.

- 맨큐,「거시 경제학」

그는 환부의 실핏줄이 어디로 뻗어 있는지 상세히 알듯이 산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환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부천에서 그가 살고 있는 북한산 가까이로 이사 오면서 나도 그와 함께 근처의 산을 오를 기회가 몇 번 생겼다.

그는 산에서 절대로 서두르지 않았다.

계곡의 물소리나 이름 모를 꽃들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무턱대고 급하게 산을 타는 사람을 그는 가장 경멸한다.

산 중턱의 소나무 가지가 오른쪽으로 뻗었는지 왼쪽으로 뻗었는지까지 다 외우고 있는 그는 마치 산의 비밀을 송두리째 알아내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내게 보였다.

그는 의사이면서 부자도 아니다.

의사라고 다 부자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마음만 먹으면 부자일 수 있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부자이기를 한사코 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 가난한 의사의 모습인 것이다.

그는 늘 산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이 그에게 준 위안들,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허기진 정신,이런 것들을 나는 그의 말로,그의 소설로 끊임없이 듣고 읽는다.

그에겐 산만이 대답해 줄 수 있는 해묵은 숙제가 있다.

대답해 줄 수 있는 무엇을 하나 꽉 붙들고 있는 그가 때로는 행복하게 보이기도 한다.

내 해답지는 아직 인쇄되지 않고 있으니까.

그가 한 말 중에서 내게 가장 오래,가장 깊게 남아 있는 것은 그러나 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의사였기 때문에 경험한 이야기다.

아직 산어귀의 사람 사는 마을에서 발을 빼내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야기는 수술에 관한 여러 불가사의를 주제로 한다.

흰 가운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가 환부를 열면 의사로서 오는 직감이 있다.

이 수술은 성공이다.

혹은 무의미하다.

직감에 관계없이 어떤 수술이든 최선을 다하고 나서 운명에 맡기는 것이 의사의 진심이지만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수술 마지막의 환부 봉합에 이르기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성이 들어간다.

회복 후의 삶을 생각해서 촘촘히,가능한 한 자국이 적게 남도록 치밀하게 바늘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를 영안실에서 만날 때 그는 절망한다고 한다.

예쁘게 꿰맨 수술 자리를 보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고 했다.

반대로,도저히 살아날 것 같지 않은,사망 진단 직전의 형식상의 수술을 받은 환자가 며칠 후 눈부시게 회복해서 침상에 앉아 웃고 있을 때도 그는 말을 잃는다고 했다.

거의 시체나 다름없는 환자의 환부에 무슨 흉으로 봉합 바느질이 세심했겠는가.

삐뚤삐뚤 듬성듬성 지나가 버린,자신이 남긴 환부의 실 자국을 보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드러나지 않은 이 힘,그러나 분명히 작용하고 있는 이 힘이 보여주고 하는 뜻은 무엇인가?

그런 날에는 산에 가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었다.

촘촘한,혹은 삐뚤삐뚤한 봉합 바느질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떠올려도 큰 떨림을 안겨 준다.

이 떨림을 나는 설명할 수 없다.

설명되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뚫고 나가라고만 말한다.

단지 그렇게만 말한다.

어떻게?

미로에서 출구를 잃은 나,아침저녁으로 먹히고, 아침저녁으로 우는 시인의 뜸부기,안개 속으로 사라진 김종구,자신의 꽃말을 암호로 만든 지브란,그리고 의사의 바느질,설명되어지지 않는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뚫으라는 것인가.

어디서부터 어디를.

- 양귀자「숨은 꽃」


[문제1] 제시문 (가)와 (나)의 미래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여 설명하시오.(501-600자)

[문제2] 제시문 (가)~(다)를 참고하여,(마)의 자료에 나타난 경제 예측의 양상을 고찰하시오.(501-600자) (예측의 경향과 결과 등 도표에 나타난 여러 요소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는데 중점을 둘 것.)

[문제3] 제시문 (가)~(라)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미래관에 기초하여,제시문 (바)의 밑줄 친 부분의 물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의사’의 경우로부터 일반화하여 서술하시오.(901자-1,1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