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실에 친구가 없어지고 있다.

내신 등급제 때문이다.

이는 2008학년도부터 달라진 입시제도가 처음 시작하던 2005년부터 벌어진 교실 풍경이다.

1등급을 받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친구가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학교에 가져가는 참고서의 겉장을 찢기도 하고, 공책을 빌려주는 일에 인색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2009학년도부터 수능 등급제는 바뀌었지만, 내신 등급제는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내신 등급제란 어떤 제도인가?

전국 2100여개 고등학교에서 각기 다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를 통해 시험을 실시한 후 시험성적과 수행평가를 근거로 성적을 산출, 학교마다 성적 줄 세우기를 통해 1~9등급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나눈다.

만약 이때 동점을 맞은 학생이 상위 4%를 초과할 경우 그 학교에는 1등급이 없어지고 모두 2등급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는 수많은 평준화와 비평준화 고등학교들이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각기 다른 지역적 특성과 여건에 놓여 있다.

그러나 내신 등급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특성이나 여건도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학교든 간에 다 똑같이 9등급으로 나뉘어 내신 등급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모의고사 성적이 아무리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도 그 학교의 내신 1등급은 교내 상위 4%다.

다시 말하면 운 좋게 어느 학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내신 등급이 바뀌는 것이다.

처음 이 제도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실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신 등급제 실시 후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학생들이 학원을 찾고 있다.

입시에서 내신이 그만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2번의 수능(학년당 네 차례의 정기고사를 지칭) 으로 얻은 내신 성적을 근거로 대입 수시전형에 지원하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실에는 친구 대신 적들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신 등급제는 'A'라는 학생이 '갑'이라고 하는 학교에 진학했으면 충분히 1등급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을'이란 우수 집단이 모인 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에 4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인 것이다.

이에 대해 A군은 "평준화 지역에서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내신 등급이 바뀌게 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학교 내신도 모의고사처럼 전국적으로 동시에 같은 시험지로 실시해야만 공정한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험 때마다 학생들은 친구 대신 적들로 가득한 교실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정부가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따라서 바뀌게 되는 입시제도.

과연 내신 등급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친구가 있고 우정이 있는 아름다운 교실을 학생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바람직한 새 입시 제도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조연경 생글기자(대전둔산여고 2년) younk199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