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돈을 잘 버느냐고 물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학문의 전당이 되어야 할 대학이 직업훈련소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

인명여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한 교사는 대학이 경제논리에 지나치게 휩쓸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경제 논리의 적용 때문인지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인문학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대학이 학생들의 수요가 적은 인문학과를 폐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돈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경제적 이유로 인류의 문화를 연구하는 기초 학문의 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을 비판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대학의 선택을 비판하기 전에 학생들이 왜 인문학과를 꺼리게 되었는지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요즘 문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는 단연 상경·경영대학에 속하는 경영·경제학과 등이다.

한때 학문의 전당으로 불리던 인문대학은 다른 인기 학과로의 전과나 법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명여고 김잔디 학생은 "역사를 좋아해 사학과에 진학해 역사학자가 되고 싶지만 그런 의견을 나타날 때마다 주변에선 뭐 먹고 살거냐는 반응을 보인다.

인문학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회의 인식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인문학은 '배고픈 학문'으로 통해 왔다.

인문학 전공자들이 일할 수 있는 연구소 등의 부족과 좁은 취업의 길도 그 원인이지만,인문학 자체가 누려왔던 몇몇 특성도 그러한 인식의 고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타 학문에 대한 배타적인 고질병과 상아탑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비대중적인 연구 등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인문학이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 창의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선 학문의 장벽을 낮추고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를 채워 나가야 한다.

인문대학도 마찬가지다.

재밌고 유익한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학문의 범위를 확충해야 한다.

배우고 싶은 학문,쓸모 있는 학문으로서 인문학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인문대학의 자성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동미 생글기자(인명여고 2학년) lwkm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