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OEM방식으로 생산된 과자 등에서 검출
[Focus] 국내로 번진 중국發 '멜라민' 공포
식약청은 지난달 24일까지 중국산 분유·우유 등이 함유된 428개 제품 중 124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2개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된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와 홍콩에서 수입한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의 '밀크 러스크'이다.

'미사랑 카스타드'는 총 11건 10만483㎏이 수입됐고 이 가운데 멜라민 137이 검출된 물량(2만4615㎏)의 95.7%는 출하 전에 압류됐다.

'밀크 러스크'는 올 들어 1만4277㎏이 수입돼 멜라민 7이 검출된 1856㎏ 가운데 0.9%(17㎏)만이 압류됐다.

나머지는 모두 팔린 셈이다.

이어 26일에는 ㈜유창에프씨의 '베지터블 크림 파우더 F25'에서 1건,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제품 2건에서도 멜라민이 추가로 검출됐다.

'베지터블 크림 파우더 F25'에서는 1.5,'미사랑 카스타드' 제품 2건에서는 각각 8.6과 8.2가 검출됐다.

손문기 식약청 식품관리과장은 "시중에 유통된 428개 제품 중 10월1일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거나 수거 대상은 232건으로 지금까지 멜라민이 검출된 품목은 과자류와 커피크림 등 6개(11회 검출) 제품"이라며 "이들 제품은 최종 검사 결과가 끝날 때까지 유통·판매를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과자에 이어 물고기 양식용 수입사료 원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국사료협회 사료기술연구소가 60개 사료업체로부터 외국산 사료용 원료 290점을 의뢰 받아 검사한 결과,16개 업체 68점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점은 사료로 제조돼 20여곳의 양식업자에게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 OEM 제품 관리 부실

이번 멜라민 파동으로 식품업체의 OEM 제품 관리가 부실한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상당수 식품업체가 중국에서 완제품·반제품 형태로 식품을 들여오고 있다.

중국 OEM업체들이 계약에 따라 제품을 공급만 할 뿐 국내 업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아 위생·품질관리 등에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태제과도 중국 OEM 공장에 본사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들은 협력업체로부터 원료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지만 이 협력업체들이 만든 중간원료에 사용하는 재료가 어디서,어떻게 조달되는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 성분표시와 원산지표시제도 문제다.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에는 주재료인 쌀과 팜유,코코넛분말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산을 사용했다고 표기돼 있다.

하지만 전지분유는 성분 표시에만 있을 뿐 어디에도 중국산을 썼다는 내용이 없다.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르면 가공품에 사용된 원료 중 배합비율이 50% 이상인 원료의 원산지(국적)를 기록하거나,50% 이상 배합된 원료가 없으면 비율이 가장 높은 원료 두 가지의 원산지를 표시하면 된다.

만약 과자에 중국산 전지분유·땅콩·참깨 등이 조금씩만 들어 있으면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 수입식품 검역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식품업체 스스로 자사 제품의 관리를 강화하지 않는 한 식품안전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은 "우리가 먹는 식품의 80%가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들이고,상당수 식품·제과업체들이 중국에서 라면·두부·과자류 등을 완제품이나 반제품으로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면서 "기업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체 브랜드의 원료와 제조공정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입식품 검역과 유통식품에 대한 감시·단속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은 "서류검사와 관능검사가 전체 수입식품 검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부적합한 식품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무작위검사와 정밀검사 비율을 높여 수입식품의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국가별 등급제를 도입해 위생이 취약한 국가에 대해서는 검사 강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료의 원산지표시제도 등을 개선,업계가 철저히 준수토록 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멜라민이란?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비료를 가열해 만든다.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고,주로 플라스틱·접착제·식기류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멜라민을 장기간 다량 먹을 경우 신장계통 질환인 요로결석·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음식을 데우거나 튀김 등을 할 때 멜라민으로 만든 식기나 젓가락 등을 사용하면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가 음식에 녹아들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국내 과자에서 검출된 멜라민은 양이 적어 인체에 위해를 줄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장동덕 국립독성과학원 위해성평가과 부장은 "'미사랑 카스타드'에서 나온 137 멜라민의 위해성은 체중 30㎏ 어린이가 매일 20개씩 평생 먹어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경희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도 "영·유아는 분유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량·다량 섭취로 신장계통에 위해성이 온 것"이라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멜라민이 함유된 과자를 먹을 경우 인체 유해성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