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보수파·외교 실용주의…총선 '승부수'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아소 다로 신임 총재(68)를 선출함에 따라 일본 정국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됐다.
골수 보수파로 알려져 있지만 외교노선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아소 다로 신임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소 내각이 선거용 과도정권이란 점에서 향후 총선 실시 시기와 결과에 더 이목이 집중돼 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 고이케 유리코·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정조회장 등 자민당 내 스타 5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아소 간사장은 총 투표권자 527명 중 67%인 351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아소 신임 총재는 24일 국회에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신임 총리로 지명됐다.
이어 총리 지명 직후 신임 내각을 발표했으며 25일 오전엔 내각에 대한 일왕의 인증식을 마쳤다.
그 후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출발해 유엔총회에 참석,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아소 총재는 총리에 취임하면 다음 달 초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11월 초 총선거를 실시할 전망이다.
참의원(상원)의 여소야대 구도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정권 신임 여부를 묻겠는 것이다.
정권의 운명을 건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한편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21일 임시 당대회를 열고 오자와 이치로 대표(66)의 3선을 공식 승인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을 누르고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 이후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를 요구해왔다.
앞으로 벌어질 중의원 선거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당력을 집중해 정권 교체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 '골수 보수파' 아소 다로 총재
아소 총재는 아베나 후쿠다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증조부 아소 다키치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강제 징용으로 악명 높았던 '아소 탄광'의 창업주로 귀족원 의원을 지냈다.
부친인 아소 다카키치도 후쿠오카에서 중의원이었다.
외조부는 종전 이후 일본을 재건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다.
장인은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이며 처남도 환경상을 지낸 6선 중의원이다.
아소의 외조부인 요시다는 일본이 패망한 뒤 1946~1954년 총리로 재임하면서 한국전쟁 특수를 발판으로 일본을 재건시킨 인물이다.
'미국의 방위우산 아래에서 경제발전에 전념한다'는 '요시다 독트린'은 일본 경제성장의 근본 철학이 됐다.
그의 정치 철학은 요시다에게서 출발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시다의 무릎 위에서 놀며 "일본은 대단한 나라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잘된다"는 외조부의 신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아소는 '일본은 아시아의 선구자'라는 강한 자긍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정치 노선은 보수 우파가 됐다.
그의 아버지는 3선 의원이며,그의 부인은 1980~1982년 총리를 지낸 스즈키 젠코의 딸이다.
한편 요시다의 실용주의 노선이 아소에게 흐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다양하고 폭넓게 쌓은 경험과 견문도 영향을 줬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그가 2005년 외상에 취임했을 때 당초 우려와 달리 과거사·독도 문제 등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등 한·일 갈등 관리를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자격으로 했던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외상이 된 뒤에는 하지 않았다.
"개인 신념과 국익이 부딪칠 때는 국익을 선택한다"며 주위의 우파 정치인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물 경제에 대해서도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아소 그룹에 입사한 뒤 1971~1973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주재하면서 다이아몬드 광산 등 해외 자원 개발에 전념했으며 33세에 아소 그룹 사장에 취임했다.
경제 철학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효율을 중시한다.
그래서 작은 정부를 추구하지만,경기가 어려울 때는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을 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민적인 말투와 유머 섞인 독설이 국민적 인기를 끄는 배경이지만 국민에게 알기 쉽게 말하려다 과도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평가도 있다.
아소 총재는 '골수 보수파'로 통한다.
'창씨 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다''일본은 한글 보급에 공헌했다'는 '망언'으로 한국에 악명을 떨쳤다.
⊙ 민주당과 불꽃 튀는 선거전 시작
지난 22일 총재로 선출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소 다로 신임총재는 "재원은 절약만 하면 마련할 수 있다고 (오자와 대표는) 얘기하지만,그런 낭비요소가 있는지 언뜻 와닿지 않는다"며 "책임정당으로서 사고방식이 잘못됐다"고 전날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선거공약을 공격했다.
4년간 22조엔을 투입해 고속도로 요금 무료화,월 2만5000엔의 육아수당 지급,2011년까지 농가 호별 소득보전제도 실시,휘발유세 인하 등을 세 단계로 나눠 실시하겠다는 오자와 대표의 공약은 선심공약이라며 깎아내렸다.
일각에서 오자와의 공약이 "국민에게 장점을 알기 쉽게 호소한 게 매력"이라는 호평이 나오자,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아소 총재의 정책도 선심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소비세 인상론을 폈던 그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경기살리기대책(설비투자,증권투자우대 세제 등)을 제시하면서도 소비세 인상없이 특별회계의 적립금 등으로 재원마련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3일 "구체적 재원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책은 서로 비슷하다"면서 "상대방의 선심성을 비판하는 구도로 차기 중의원 선거에 몰려가는 경향이 짙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중의원 선거는 정책 내용보다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작은정부론자'였던 두 사람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축소돼 온 사회복지비용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아소 총재는 사회복지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축소하는 내용의 구조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자민당 정조회장과 총무상을 지내며 개혁을 뒷받침했다.
오자와 대표는 1993년 저서 '일본개조계획'에서 작은정부론을 주창하며 자민당식 선심정치를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고이즈미 개혁으로 빈부 및 지역 격차가 확산되자,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대변신을 했다. 옛 자민당식 선심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지방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소 총재가 지방 중시의 경제정책을 들고 나선 것도 오자와의 불길을 잡기 위한 맞불작전이다.
참의원과 달리 도시의 선거구가 많은 중의원 선거에서 선심정책은 도시 유권자의 반감을 사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총선 승리가 정권 승부 갈라… 정계개편 가능성도
아소 내각은 사실상 선거용 과도 정권이다.
다음 달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심은 총선에서의 정권 교체 여부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오자와 이치로 대표를 내세워 '정권 교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로선 정권 향방을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최근 분석으론 자민당이나 민주당도 '과반 의석(241석)'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190~210석,민주당은 210~230석 정도를 획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여당이 되려면 군소정당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
대대적인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자민당이 정권을 지키더라도 여소야대 참의원에서 부결한 안건을 중의원에서 재의결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320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분간 일본 정국은 불확실성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아소 다로 신임 총재(68)를 선출함에 따라 일본 정국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됐다.
골수 보수파로 알려져 있지만 외교노선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아소 다로 신임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소 내각이 선거용 과도정권이란 점에서 향후 총선 실시 시기와 결과에 더 이목이 집중돼 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 고이케 유리코·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정조회장 등 자민당 내 스타 5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아소 간사장은 총 투표권자 527명 중 67%인 351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아소 신임 총재는 24일 국회에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신임 총리로 지명됐다.
이어 총리 지명 직후 신임 내각을 발표했으며 25일 오전엔 내각에 대한 일왕의 인증식을 마쳤다.
그 후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출발해 유엔총회에 참석,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아소 총재는 총리에 취임하면 다음 달 초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11월 초 총선거를 실시할 전망이다.
참의원(상원)의 여소야대 구도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정권 신임 여부를 묻겠는 것이다.
정권의 운명을 건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한편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21일 임시 당대회를 열고 오자와 이치로 대표(66)의 3선을 공식 승인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을 누르고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 이후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를 요구해왔다.
앞으로 벌어질 중의원 선거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당력을 집중해 정권 교체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 '골수 보수파' 아소 다로 총재
아소 총재는 아베나 후쿠다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증조부 아소 다키치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강제 징용으로 악명 높았던 '아소 탄광'의 창업주로 귀족원 의원을 지냈다.
부친인 아소 다카키치도 후쿠오카에서 중의원이었다.
외조부는 종전 이후 일본을 재건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다.
장인은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이며 처남도 환경상을 지낸 6선 중의원이다.
아소의 외조부인 요시다는 일본이 패망한 뒤 1946~1954년 총리로 재임하면서 한국전쟁 특수를 발판으로 일본을 재건시킨 인물이다.
'미국의 방위우산 아래에서 경제발전에 전념한다'는 '요시다 독트린'은 일본 경제성장의 근본 철학이 됐다.
그의 정치 철학은 요시다에게서 출발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시다의 무릎 위에서 놀며 "일본은 대단한 나라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잘된다"는 외조부의 신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아소는 '일본은 아시아의 선구자'라는 강한 자긍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정치 노선은 보수 우파가 됐다.
그의 아버지는 3선 의원이며,그의 부인은 1980~1982년 총리를 지낸 스즈키 젠코의 딸이다.
한편 요시다의 실용주의 노선이 아소에게 흐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다양하고 폭넓게 쌓은 경험과 견문도 영향을 줬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그가 2005년 외상에 취임했을 때 당초 우려와 달리 과거사·독도 문제 등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등 한·일 갈등 관리를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자격으로 했던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외상이 된 뒤에는 하지 않았다.
"개인 신념과 국익이 부딪칠 때는 국익을 선택한다"며 주위의 우파 정치인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물 경제에 대해서도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아소 그룹에 입사한 뒤 1971~1973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주재하면서 다이아몬드 광산 등 해외 자원 개발에 전념했으며 33세에 아소 그룹 사장에 취임했다.
경제 철학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효율을 중시한다.
그래서 작은 정부를 추구하지만,경기가 어려울 때는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을 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민적인 말투와 유머 섞인 독설이 국민적 인기를 끄는 배경이지만 국민에게 알기 쉽게 말하려다 과도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평가도 있다.
아소 총재는 '골수 보수파'로 통한다.
'창씨 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다''일본은 한글 보급에 공헌했다'는 '망언'으로 한국에 악명을 떨쳤다.
⊙ 민주당과 불꽃 튀는 선거전 시작
지난 22일 총재로 선출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소 다로 신임총재는 "재원은 절약만 하면 마련할 수 있다고 (오자와 대표는) 얘기하지만,그런 낭비요소가 있는지 언뜻 와닿지 않는다"며 "책임정당으로서 사고방식이 잘못됐다"고 전날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선거공약을 공격했다.
4년간 22조엔을 투입해 고속도로 요금 무료화,월 2만5000엔의 육아수당 지급,2011년까지 농가 호별 소득보전제도 실시,휘발유세 인하 등을 세 단계로 나눠 실시하겠다는 오자와 대표의 공약은 선심공약이라며 깎아내렸다.
일각에서 오자와의 공약이 "국민에게 장점을 알기 쉽게 호소한 게 매력"이라는 호평이 나오자,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아소 총재의 정책도 선심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소비세 인상론을 폈던 그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경기살리기대책(설비투자,증권투자우대 세제 등)을 제시하면서도 소비세 인상없이 특별회계의 적립금 등으로 재원마련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3일 "구체적 재원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책은 서로 비슷하다"면서 "상대방의 선심성을 비판하는 구도로 차기 중의원 선거에 몰려가는 경향이 짙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중의원 선거는 정책 내용보다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논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작은정부론자'였던 두 사람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 축소돼 온 사회복지비용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아소 총재는 사회복지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축소하는 내용의 구조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자민당 정조회장과 총무상을 지내며 개혁을 뒷받침했다.
오자와 대표는 1993년 저서 '일본개조계획'에서 작은정부론을 주창하며 자민당식 선심정치를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고이즈미 개혁으로 빈부 및 지역 격차가 확산되자,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대변신을 했다. 옛 자민당식 선심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지방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소 총재가 지방 중시의 경제정책을 들고 나선 것도 오자와의 불길을 잡기 위한 맞불작전이다.
참의원과 달리 도시의 선거구가 많은 중의원 선거에서 선심정책은 도시 유권자의 반감을 사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총선 승리가 정권 승부 갈라… 정계개편 가능성도
아소 내각은 사실상 선거용 과도 정권이다.
다음 달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심은 총선에서의 정권 교체 여부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오자와 이치로 대표를 내세워 '정권 교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로선 정권 향방을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최근 분석으론 자민당이나 민주당도 '과반 의석(241석)'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190~210석,민주당은 210~230석 정도를 획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여당이 되려면 군소정당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
대대적인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자민당이 정권을 지키더라도 여소야대 참의원에서 부결한 안건을 중의원에서 재의결할 수 있는 3분의 2 의석(320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분간 일본 정국은 불확실성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