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져야 돈 벌어…증시 불안 부추긴다 논란
[Make Money] 없는 주식 빌려다 미리 파는 '공(空)매도'?
⊙ 한국에선 올 들어 공매도 규모 30조원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된 주식 규모는 벌써 30조원을 넘어섰다.

9월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된 주식 규모는 30조728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9월 위기설 등으로 주가가 급락한 이달 들어 공매도 규모는 3조3241억원에 달해 올 1~4월의 월간 물량을 넘어섰다.

또 거래소가 공식집계를 시작한 6월23일 이후 석 달이 채 안되는 기간 중 공매도는 무려 12조9315억원을 기록,올 전체 공매도 규모의 42%를 차지했다.

증시가 불안한 틈을 이용해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처럼 공매도가 집중되더라도 호재가 있으면 쇼트 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매입)도 함께 일어나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최근 같은 하락장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의 투매까지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 관련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전체 공매도 금액의 30%가 넘는 10조원 이상이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한 뒤 결제일 직전에 주식을 빌리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행위는 국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외국인들은 향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종목의 주식을 먼저 공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한 뒤 빌려 차익을 남겼다는 얘기다.

또 공매도를 표시하지 않고 매도주문을 내고 있는 사례도 있다.

현행 규정상 공매도는 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파악할 수 있도록 공매도 표시를 한 뒤 매도주문을 내도록 돼 있다.

한편 쇼트 커버링 효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의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주목을 받는다.

예를 들어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 한진해운 하이닉스 우리금융 LG전자 현대중공업 국민은행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GS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 전 세계 공매도 금지 분위기 확산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공매도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9월19일부터 10월2일까지 799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9월18일부터 내년 1월16일까지 금융주 공매도를 금지했고, 독일 금융감독위원회는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알리안츠그룹 등 11개 금융주 공매도를 연말까지 막기로 했다.

이 밖에 △네덜란드도 3개월간 금융주 공매도 금지를 취했고 △호주도 투기 세력에 의한 주식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9월22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대만도 9월22일부터 10월3일까지 150개 종목 공매도 제한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공매도 규제는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주가 급락을 막을 수 있더라도 규제의 강화는 시장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론 주식시장의 가격 결정 능력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