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어,수학 공부하세요."

학생들은 자습한다.

또 다른 교실,선생님은 수업하지만 학생들은 관심이 없다.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 태도점수를 깎으시는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학생들은 잘 안 보이는 자리로 가거나 앞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혼자 공부한다.

입시를 바로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은 말할 것도 없고,요즘에는 1,2학년 교실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시간표에는 음악,미술,창의재량,기술가정,도덕 등 수많은 과목들이 적혀있다.

하지만 수업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맞추어 진행되는 고등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수능과 관련이 없는 과목은 기타과목으로 간주한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수능 준비라는 명목으로 기타과목 시간이 자습시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에 충실한 수업을 강요하는 학교는 적이고,귀찮은 존재인가.

내신은 필요한 학생만 수업 들으면서 공부하고,나머지는 수능에 주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 되고 있다.

3학년 때에는 일부 과목을 수업과 자습 중 선택해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교육부에서는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사례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교사들이 담당하는 과목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고 했다.

또 "시도교육청과 연계한 지속적인 장학활동을 통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교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기술가정과 H교사는 "학생들이 중학교 때와 확실히 다르다. 대입에 바쁜 학생들은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은 귀찮은 과목,버리는 과목으로 간주하고,시험문제를 내도 찍고 자버리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책임의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정보사회와 컴퓨터 과목의 정희진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고 자습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당장 급한 수험생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입장도 마찬가지.

수능 위주의 입시정책을 만들어 놓고,수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른 과목을 하라고 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특히 탐구영역의 경우는 자신이 "선택한 영역과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이 다를 때에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수진양(상무고 3학년)은 "수업하시는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수능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허락받고 자습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신을 포기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김예호군(경희대 1학년)은 "입시에 맞춰 따라가려면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고 했다.

공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된 내신등급제와 대입 내신 반영제도 무용지물이다.

서울대,교육대 등 몇몇 대학교를 제외한 다른 대학교들은 주요 과목의 내신만 반영하기 때문에 기타 과목이 소홀히 다루어진다.

서울대조차도 수시 특기자 전형에서는 주요과목의 내신만 반영한다.

입시제도와는 동떨어진 교육과정 때문에 학생과 학교 모두가 힘들다.

수능 때문에 교육과정이 무시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학교와 학생들이 정해진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행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한현철 생글기자(충주고 2년) forgod03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