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교육현장에 시장원리 도입…선의의 경쟁 유도"

반 "교원의 노조활동 탄압하려는 정치적 의도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따라 12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학교 정보공시제의 공시항목에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교사 수'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 측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전교조,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자유교원조합(자유교조) 등은 저마다 성향과 정책노선이 다른 만큼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별 가입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교조 쪽에서는 "학부모의 알권리와 노조가입 교사 수 공개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 방안은 교원의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전교조는 그동안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등 학부모들이 큰 관심을 가진 민감한 교육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맞서 학부모 단체들도 각 학교의 전교조 가입교사 수를 공개하도록 교육 당국에 요구해왔다.

일각에서 이번 조치가 전교조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실제로 학교별 교원단체 및 노조가입 현황이 공개되면 교사의 전교조 가입현황이 학생들의 학교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학부모와 학생의 알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교원노조 가입 교사 수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전교조 가입교사 현황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본다.

⊙ 반대 측, "학부모와 전교조를 이간질시키고 교원 노조활동을 해하려는 것"

전교조 등 일부 교원노조들은 "교원단체 가입현황은 해마다 달라지고 있으며, 특히 일부 교원단체의 경우 가입교원 수를 파악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교과부가 교원단체 가입 교원 수 공개를 결정한 것은 전교조 때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교원 현황과 관련해서는 대학의 정규직 교수비율,학생 1인당 교수비율 등을 공개하는 게 일반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학부모의 알권리와 노조가입 교사 수를 공개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이번 결정은 학부모와 전교조를 이간질시키고 교원의 자유로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관련해 수업을 한 교사들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리더니 이제는 합법화된 교원노조 활동마저 공개하라는 파시즘적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 찬성 측, "공교육 수준을 높이고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

이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교정보공시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현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사의 단체가입 정보 공개는 학교현황 공개와 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현장교육의 핵심인 교사의 이념과 성향에 관한 정보도 교육과정 운영 내용,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등 학력관련 지표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중요하며,특히 전교조 교사들의 좌편향적 교육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행령은 인권침해를 우려해 단체별 가입자 수만 공개토록 하고 가입자 명단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정보 공개의 범위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공개대상 정보 범위를 확대해 학부모의 알 권리를 최대한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학교정보 투명하게 공개하고 효율적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학교 정보를 교육 수요자들에게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의 전제가 되는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정보 공시항목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포함시키고, 교원노조 가입교사 수와 상관관계를 살필 수 있게 한 것은 바람직하다.

더욱이 학부모와 학생들은 어느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높은지,어느 학교가 노조 가입 교사 비율이 높은지를 확인한 뒤 더 믿을 만한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전교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소속 교사 수 공개에 반발하기보다는 모든 정보를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게 순리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 옳고,학부모들로부터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면 정보 공개를 기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전교조의 반발과 학교 안팎의 충격이 있더라도 노조가입 교사 현황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효율적인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이번 조치에 학교별 교원노조 가입 교사 명단 공개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아쉽다.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떤 성향의 교사인지도 학부모들이 알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완돼야 할 대목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교육정보공개법) = 교육관련 기관이 보유하는 정보의 공개 의무와 공개에 필요한 기본적 사항을 정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술·정책연구를 진흥함과 아울러 학교교육에 대한 참여 및 교육행정의 효율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

시행령은 초·중·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공개하고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포함한 학교정보에 관한 것을 개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별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 교사 수도 공시 항목에 추가됐다.

◆ 학교선택제 = 추첨으로 고교를 강제 배정하는 대신 신입생의 50∼70%는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올해 중2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서울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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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9월16일자 A14면>

교육과학기술부가 12월부터 시행되는 학교정보공시제의 공시 항목에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 교사 수'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교과부는 지난달 13일 입법예고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행령의 공시 항목에 각 학교의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현황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국 초ㆍ중ㆍ고교는 이에 따라 12월부터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내용ㆍ학생변동 상황ㆍ교원 수ㆍ시설현황ㆍ학업성취도 평가 결과(2010년 평가부터) 등을 공시하면서 교원단체ㆍ노조에 가입한 교사 수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현재 교원단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1곳뿐이며 교원노조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 자유교원조합(자유교조) 3곳이 결성돼 있다.

초ㆍ중ㆍ고교사와 대학교수가 가입할 수 있는 교총의 회원 수는 현재 18만5000여명이다.

교원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교조는 지난 4월 기준 조합원 수가 7만4590여명(교과부 집계) 선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계열의 한교조와 반 전교조 성향의 자유교조 조합원 수는 수백여명 선으로 미미하다.

이번 시행령은 교총ㆍ전교조ㆍ한교조ㆍ자유교조 4개 단체 가입자 수를 밝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교조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당장 전교조는 이번 시행령 확정안에 대해 "전교조를 노린 정치적인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 직무대행은 "학부모의 알권리와 노조 가입 교사 수를 공개하는 것은 아무 관계 없다"며 "전교조의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