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업에서 경제과목 비중 1% 남짓

전경련·교총 설문조사

사회과에서 가장 가르치기 힘든 과목은 '경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과서의 설명이 부족하고 수업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서다.

사회과 교사들 가운데 경제학 전공자나 경제학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 교사들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기획]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사에 물어 봤더니…"경제가 가장 가르치기 힘들어요"


⊙ "경제가 가장 가르치기 힘들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사 2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교사의 41.7%가 사회과 과목 가운데 가장 수업하기 어려운 과목으로 경제를 꼽았다.

특히 대학에서 역사나 지리 등을 전공한 교사들이 경제 수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를 가르치기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학 자체의 높은 난이도(27.0%) △교과서의 설명 부족(23.9%) △적절한 교수학습자료 부족(22.6%) 등의 답이 돌아왔다.

교직 경력이 많을수록 '경제학의 내용이 학생 수준에 어려워서'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젊은 교사들은 대부분 '교과서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경제 교과서의 내용 중 특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19.4%), 환율(11.8%), 가격 탄력성(10.6%) 등의 대답이 많았다.

비교우위(9.9%)와 국제수지(8.1%)도 비교적 어려운 분야로 꼽혔다.

⊙ 경제 수업시간 8년간 96시간에 불과

경제 과목 수습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과목이 포함돼 있는 사회과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배울 수 있다.

국민공통교육과정에서 경제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96시간(10.5%)으로 역사(397시간·43.2%)나 지리(268시간·29.2%)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기간 학교에서 이뤄지는 전체 수업시간이 8840시간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수업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 시작돼 2010년까지 마무리되는 교육 과정 개편 작업이 끝나면 경제 수업 시간은 현행 96시간에서 71시간으로 더 줄어든다.

고등학교 2~3학년은 선택 과목으로 경제를 고르지 않으면 아예 별도의 경제교육을 받을 수 없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 선택 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중은 8.7%(2007년 기준)에 불과하다.

경제지리(2.0%)와 세계지리(3.7%)보다는 높지만 한국지리(19.6%), 한국근현대사(23.5%), 사회문화(18.6%) 등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8년간 100시간에도 못 미치는 교육과정으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할 때 필요한 경제와 관련 지식을 제대로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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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교사 전문성도 턱없이 부족

경제 담당 교사들의 전문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설문에 응한 사화과목 교사 중 대학에서 경제학을 2과목 이상 이수했다는 응답은 49%에 불과했다.

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의 절반 이상이 대학에서 1~2개의 경제 관련 과목을 수강한 후 교편을 잡았다는 뜻이다.

경제와 관련된 과목을 아예 수강하지 않았다고 답한 교사도 10.7%에 달했다.

교직이수를 통해 교사자격을 취득한 사회과 교사들의 전공은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법학 등으로 조사됐다.

이 중 경제학과 출신은 6.6%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교사들이 경제 과목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와 관련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회 과목 교사들에게 일정 시간 이상의 경제 교육 연수를 시키는 등의 보안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진로 선택 등 생활밀착형 커리큘럼 도입해야

학교 경제교육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이론 위주의 커리큘럼(35.4%) △학생들의 낮은 흥미도(24.4%) △시험 대비 경제교육(14.1%) 등의 의견이 나왔다.

경제와 관련된 교육이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교육에서 보강되어야 할 내용과 관련된 설문에는 △개인의 재무관리(34.1%) △진로선택과 창업교육(25.1%) △사회보장제도와 노후대책(15.2%) 등의 답변이 많았다.

특히 여교사들이 개인의 재무관리를 가르쳐야 한다는 답을 많이 내놓았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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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자사고는 지금 경제과목 '열공' 中

가장 강도 높은 경제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는 어디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등 학생들의 학력이 높은 학교들이 경제 교육에 관심이 많으며 학생들의 경제 지식도 풍부한 편이라고 설명한다.

2006년에 설립된 가평 청심국제중고등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 학교에서는 경제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를 포함한 세 명의 교사가 사회과를 담당하고 있다.

세 명 모두 대학에서 경제학을 3과목 이상 수강한 경험이 있다.

경제수업은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하는 '맨큐의 경제학'을 이용해 진행한다.

학생들의 상당수가 증권경시대회, 경제경시대회 등에 참여하는 등 경제 과목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우 문과를 선택한 학생 전체가 경제학을 공부한다.

청심국제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맨큐의 경제학'을 수업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5점(최상급)을 받고 일부는 4점을 받을 정도로 경제지식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역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이 60% 선에 달한다.

특히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거의 100% 경제를 공부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체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경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국의 상황도 엇비슷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