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쪼달린 美금융기관 해외 투자주식 내다팔아 가격 급락
국내 증시가 말이 아니다.
작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으며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던 것을 뒤돌아보면 허탈한 느낌이다.
코스피지수는 1400선에서 맴돌고 있다.
1년도 안 된 사이 고점 대비 30%나 빠졌다.
하지만 증시 급락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증시는 더 심하다.
작년 10월 6100을 넘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2100선이다.
66%의 하락률이다.
대만과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 잘 알려진 신흥국가들의 증시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선진국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작년 1만8300엔 선까지 올랐지만 현재 1만2300엔 안팎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지수보다 3%포인트나 더 내린 33%의 하락률이다.
세계 증시 동반 급락세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 증시는 얼마나 하락했을까.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작년 고점 대비 2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상식적으로는 경제 위기가 발생한 미국의 증시 하락폭이 훨씬 더 커야 하지만 위기의 근원지 증시는 정작 다른 국가 증시보다 훨씬 덜 빠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위기의 원인, 달러 공급
알려졌다시피 작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 및 경기 침체는 미국의 금융산업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먼저 이러한 문제가 왜 생겼는지 알기 위해 잠시 2000년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나라의 코스닥과 비슷한 미국의 나스닥 증시는 2000년 5분의 1 토막이 났다.
80%가 빠졌단 얘기다.
당시엔 새로운 기술인 인터넷 산업이 크게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나스닥 상장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여 1990년대 500선에 머물던 나스닥지수를 2000년 5100선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인터넷 산업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1~2년 사이 1000선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정부는 나스닥 버블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달러가 많아지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가들의 통화도 증가하게 된다.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통상 통화량이 늘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이 기간 2% 안팎에 그쳤다.
가격이 싼 중국 제품 수입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일반 공산품 가격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급등 현상이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많아진 달러(돈) 덕분에 미국과 전 세계 국민들은 자산가격 상승을 즐기기 시작했다.
돈이 많아진 은행은 앞다퉈 대출에 나섰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 주식을 사거나 집을 구입했다.
매월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이자가 나갔지만 그 이상으로 주가와 집값이 올랐으니 걱정은 없었다.
⊙ 위기의 시작 버블 붕괴
하지만 이 같은 유동성 증가로 인한 풍요로움은 작년부터 경고등을 울리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으로 소득이 증가한 중국에서 공산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전 세계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의미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보이자 미국에서는 빌린 은행 돈에 대해 이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확산됐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로 이어졌다.
미국 은행에 돈이 말라갔으며,은행들이 돈을 갚으라고 종용하자 미국민들이 집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집값은 떨어졌으며 이를 담보로 잡고 있는 은행은 부실해지면서 파산하는 은행이 등장했다.
결국 주택 대출에 보증을 섰던 미국 정부기관과 같은 평가를 받던 양대 모기지 회사(프레디맥과 패니메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2000억달러(200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점은 위의 사례에서 은행에 돈이 말라가는 시점 부근이다.
은행은 대출해준 채권을 증권화해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등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에 팔았다.
대출채권을 근거로 발행한 증권은 집값 폭락으로 곧 종이로 전락했고 이를 사들인 투자은행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 미국이 돈줄을 줄이면 세계가 고통
이렇듯 모든 문제는 미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왜 세계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더 떨어졌을까.
이는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세계 곳곳에 투자해 둔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폭락으로 대출 또는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 미국 금융기관들은 작년부터 돈(달러) 확보에 나섰다.
세계 최대 연금 중의 하나인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등과 같은 미국의 연기금과 투자은행, 펀드 등은 세계 곳곳에 투자해 놓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30%에 달하니 우리나라 증시에서만 외국인이 갖고 있는 자금은 200조원이 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 자금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 대만 등 신흥시장에 묻은 자금을 먼저 회수했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의 주가가 미국 주식시장보다 더 빠지게 된 것이다.
또 구조적으로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 일본과 중국 등의 경기는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며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한다.
미국민들이 경기 침체로 소비를 줄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등의 수출도 줄어든다.
따라서 미국의 불안은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로 삽시간에 퍼지면서 이들 국가의 주가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국내 증시가 말이 아니다.
작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으며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던 것을 뒤돌아보면 허탈한 느낌이다.
코스피지수는 1400선에서 맴돌고 있다.
1년도 안 된 사이 고점 대비 30%나 빠졌다.
하지만 증시 급락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증시는 더 심하다.
작년 10월 6100을 넘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2100선이다.
66%의 하락률이다.
대만과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 잘 알려진 신흥국가들의 증시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선진국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작년 1만8300엔 선까지 올랐지만 현재 1만2300엔 안팎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지수보다 3%포인트나 더 내린 33%의 하락률이다.
세계 증시 동반 급락세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 증시는 얼마나 하락했을까.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작년 고점 대비 2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상식적으로는 경제 위기가 발생한 미국의 증시 하락폭이 훨씬 더 커야 하지만 위기의 근원지 증시는 정작 다른 국가 증시보다 훨씬 덜 빠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위기의 원인, 달러 공급
알려졌다시피 작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 및 경기 침체는 미국의 금융산업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먼저 이러한 문제가 왜 생겼는지 알기 위해 잠시 2000년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나라의 코스닥과 비슷한 미국의 나스닥 증시는 2000년 5분의 1 토막이 났다.
80%가 빠졌단 얘기다.
당시엔 새로운 기술인 인터넷 산업이 크게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나스닥 상장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여 1990년대 500선에 머물던 나스닥지수를 2000년 5100선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인터넷 산업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만큼 충분한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1~2년 사이 1000선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정부는 나스닥 버블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달러가 많아지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가들의 통화도 증가하게 된다.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통상 통화량이 늘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이 기간 2% 안팎에 그쳤다.
가격이 싼 중국 제품 수입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일반 공산품 가격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급등 현상이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많아진 달러(돈) 덕분에 미국과 전 세계 국민들은 자산가격 상승을 즐기기 시작했다.
돈이 많아진 은행은 앞다퉈 대출에 나섰다.
사람들은 돈을 빌려 주식을 사거나 집을 구입했다.
매월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이자가 나갔지만 그 이상으로 주가와 집값이 올랐으니 걱정은 없었다.
⊙ 위기의 시작 버블 붕괴
하지만 이 같은 유동성 증가로 인한 풍요로움은 작년부터 경고등을 울리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으로 소득이 증가한 중국에서 공산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전 세계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의미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보이자 미국에서는 빌린 은행 돈에 대해 이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확산됐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로 이어졌다.
미국 은행에 돈이 말라갔으며,은행들이 돈을 갚으라고 종용하자 미국민들이 집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집값은 떨어졌으며 이를 담보로 잡고 있는 은행은 부실해지면서 파산하는 은행이 등장했다.
결국 주택 대출에 보증을 섰던 미국 정부기관과 같은 평가를 받던 양대 모기지 회사(프레디맥과 패니메이)는 미국 정부로부터 2000억달러(200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점은 위의 사례에서 은행에 돈이 말라가는 시점 부근이다.
은행은 대출해준 채권을 증권화해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등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에 팔았다.
대출채권을 근거로 발행한 증권은 집값 폭락으로 곧 종이로 전락했고 이를 사들인 투자은행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 미국이 돈줄을 줄이면 세계가 고통
이렇듯 모든 문제는 미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왜 세계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더 떨어졌을까.
이는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세계 곳곳에 투자해 둔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폭락으로 대출 또는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 미국 금융기관들은 작년부터 돈(달러) 확보에 나섰다.
세계 최대 연금 중의 하나인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등과 같은 미국의 연기금과 투자은행, 펀드 등은 세계 곳곳에 투자해 놓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30%에 달하니 우리나라 증시에서만 외국인이 갖고 있는 자금은 200조원이 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 자금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 대만 등 신흥시장에 묻은 자금을 먼저 회수했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의 주가가 미국 주식시장보다 더 빠지게 된 것이다.
또 구조적으로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 일본과 중국 등의 경기는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며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한다.
미국민들이 경기 침체로 소비를 줄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등의 수출도 줄어든다.
따라서 미국의 불안은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로 삽시간에 퍼지면서 이들 국가의 주가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