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원칙을 지킨 '철의 여인'으로 유명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

그녀는 엘리자베스 1세와 더불어 영국 역사상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권력을 행사한 여성이다.

여왕 엘리자베스는 왕실에서 태어났지만,대처는 소도시 잡화점 주인집 딸에 불과했다.

그렇게 보면,마거릿 대처는 자수성가한 영국 여성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다.

대처에게 아버지는 사상적 은사이자 영웅이었다.

대처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가지고 아버지와 토론을 하며 지적 능력과 정치의식을 배양했다.

이 과정을 통해 대처는 아버지로부터 생활 철학과 정치의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후에 대처리즘(Thatcherism)으로 불린 그의 정책의 대부분은 아버지의 생활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훗날 대처는 아버지를 항상 화젯거리로 삼았을 만큼 아버지를 믿고 의지했다.

영국 총리로 선출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처는 아버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은 아버지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자신감과 믿음을 주었다. 나는 그랜덤에서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배웠다. 그것은 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

위 이야기는 토론과 관련하여 자주 수업시간에 인용하는 일화이다.

우리나라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문화에 익숙해지면 당연히 학교나 사회에서도 토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규수업을 토론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 부담스러워한다.

토론이 즐거워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토론방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대학별 수시 구술·면접시험에서도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다.

['스마일 쌤'의 생활속에 배우는 논술] 6. 식탁 토론으로 사고력을 길러라


⊙ 식사 토론으로 사고력을 길러라

그러면 어떻게 토론을 연습해야 할까?

교사의 입장에서는 매 시간마다 토론수업을 지도하면 좋겠으나,여건상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많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토론을 수업과 연계하기 전 단계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습 하자는 것이다.

특히 집에서는 부모님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이 있는데,이제는 과감히 깨뜨려 보자.

아침 식사 시간에 특정 주제를 정해서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아침 식사 시간에 모이기가 어려우면 일주일 한번이라도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해보자.

일종의 식사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가족끼리 모여서 서로 대화를 나눌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이다.

일단 모였으면,가족의 최근 공통 관심사항이나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그러면 내 이야기에 대해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식사 토론을 하면서 주의할 것은 처음부터 너무 어렵거나 딱딱한 주제로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식사에 부담을 줄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편안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편이 좋다.

상대적으로 아침시간이 여유가 없는 사람은 점심시간에 친구랑 밥을 먹으면서 혹은 밥을 먹고 난 후 교정을 거닐면서 특정주제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때 주제는 그날 신문에 난 헤드라인 기사 혹은 자신이 가장 관심 있게 본 기사를 떠올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본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까지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최근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리에게는 다양한 배경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협상할 일들이 자주 생긴다.

특히 글로벌(global) 시대가 되면서 토론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협상에 약하다거나 팀플레이(team-play)가 잘 안된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설득력 있게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일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재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은 논술과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에서도 너무나 중요하다.

토론은 심층적인 사고를 기르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글을 쓸 때 글의 소재를 많이 퍼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심층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토론은 이것을 평소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토론은 논술 수업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우리 생활 속에서 토론을 배우려면 최소한 하루 20~30분 정도는 어떤 주제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끔 지상파 TV나 라디오,신문 등에서도 토론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이를 주의 깊게 경청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다음은 식사 토론으로 자신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는 언젠가 어머니 로즈 케네디에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 방법이란 없다. 다만 내가 남에게 배운 것 중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다. "

로즈 여사의 교육법 중 눈에 띄는 것은 식탁을 자녀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우선 아이들에게 식사 시간을 꼭 지키게 했다.

어릴 때부터 시간 개념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식사 시간은 또한 가족들이 토론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로즈 여사는 아이들의 눈에 띄기 쉬운 곳에 게시판을 마련해두고 신문,잡지 등에서 오린 중요한 기사를 붙였다.

그리고 식사 때 그 기사를 화제로 올리고,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도 하고,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듣고,그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민주적인 정신을 실천한 것이다.

존 F 케네디는 대통령 선거 직전 열린 TV토론에서 닉슨을 압도하여,그때까지 열세였던 판도를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결국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화술은 어려서부터 식사토론을 통해 다져진 실력이 아닐까?

⊙ 마무리하며…

이상에서 식사토론을 활용한 사고력 기르기에 대해 살펴보았다.

요즘엔 맞벌이 가정이 많아 주말 이외에 가족이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어려웠던 가족 식사를 식사 토론을 위해 일부러 한 번이라도 모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여건상 식사토론이 어렵다면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님이 먼저 차 한 잔 준비해 두었다가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2005년부터 초·중·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10년 프로젝트론'을 강연하고 있는 공병호 박사(공병호경영연구소장)는 저녁 식탁에서 두 아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어떤 것 같니?" "올림픽이 재밌었니?" 가족이 '식탁토론'을 즐겼다.

대화하는 동안 자녀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전 글짓기가 좋아요' '토론은 싫어요' 등 자녀가 무심결에 하는 말도 놓쳐선 안돼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죠."

공 박사는 "우리 가족은 저녁 식탁에서 10년 계획을 세웠다"며 "10년 계획은 1년,3년,5년,10년 주기로 짜야 좋다"고 말했다.

찬바람이 나면서 제법 쌀쌀해져 가는 가을 저녁,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겸해서 식사토론을 한 번 쯤 계획해보면 어떨까?

온 가족의 저녁 약속시간을 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인수 서울 용화여고 교사 smile90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