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유럽인들의 미소를 배우자
지난 여름방학 한영외국어고에서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테마 여행'을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배우는 전공어와 관련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독일어과에 속한 기자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세 나라를 여행하며 유럽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인천공항을 출발, 13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시설로 보면 인천공항보다 나을 게 없는 곳이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삶의 여유가 담긴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사무적인 얼굴로 입국 심사를 하는 우리 출입국사무소 직원들과는 달리 프랑크푸르트 공항 직원들의 입국 심사는 매우 여유로웠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때로는 약간의 농담을 섞어가며 방문객을 맞는 태도는 딱딱한 입국심사에 길들여진 한국의 이방인을 당황하게 했다.

이런 상쾌한 당혹함은 유럽 도시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어느 다리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눈이 마주치자 가벼운 눈인사와 미소를 보냈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그러나 독일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나 또한 마주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 인사를 건넸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대도시 어느 곳에서도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베를린시의 번화가나 프랑크푸르트공항 부근에서도 자동차 경적 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쉴 새 없이 울리는 경적소리가 대도시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특히 번화가일수록 자동차들이 몰려 경적 소리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다.

그러나 유럽은 달랐다.

열흘 동안 유럽 세 나라에서 들은 소리는 귀를 짜증나게 하는 경적 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다정한 웃음과 인사하는 소리였다.

유럽은 일찍이 19세기에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어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 경제력에 걸맞은 선진 문화를 정착시켰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6·25동란을 겪은 이후 반세기 동안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세계가 놀라는 빠른 성장의 밑바닥에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다음 단계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느긋한 문화로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국내총생산(GDP)이 높아졌다고 선진국이 됐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장점은 살리되 주변과 이웃도 살피고 돌아보는 여유로움의 미덕을 기를 때가 됐다.

'fast life'시대를 넘어 'slow life'시대로 가기 위해 이제 우리도 유럽인들의 여유를 모델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강가영 생글기자(한영외고 1년) gayoeng92@naver.com